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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Jan 08. 2024

물 마시기 앱 Waterlama

업글할매의 디지털 성장일기

정말 징그럽게도 물을 안 마신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는 내가 만든 루틴과 약속을 그럭저럭 다른 것들은 실행을 하고 있으면서 고질병인 물 마시기가 전혀 안되고 있다.


커피믹스도 당분간 끊기로 했고 No Beer라고 아예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매일 실천하고 먹기 싫은 야채도 부지런히 먹고 걷기도 시작했다.


하지만 왜 물은 그리도 못 마시고 있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하루 2리터는 마셔야 된다지만 너무 크게 잡으면 달성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하루 1리터로 정해놓았는데도 참 안된다.


고민고민하던 중에 오늘 아침 아주 예쁜 앱을 찾았다. 그냥 물 마시기 앱 하고는 일단 디자인부터가 달라서 눈에 띄었다. 요즘은 책도 무조건 예뻐야 구매율이 높듯이 앱 또한 예뻐야 사게 되는 것 같다. 너무도 앙증맞고 예쁘다. 난 키가 작아서 그런지 이런 아기자기한 것이 참 좋다.


한 달에 4,400원이고 평생 사용권은 9,900원이란다. 당연히 평생 사용권을 구매를 했다. 이왕 쓰는 것 비용 신경 안 쓰고 맘껏 쓰고 싶어서였다. 매달 일정액을 지불해야 하는 앱은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서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데 이렇게 한 번만 내면 더 이상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마음 편해서 좋다.


난 육지에서 손님이 오기 전에는 거의 카페라는 곳을 안 간다. 손님이 와야 대접해 드리려고 같이 가면서 그때 맘껏 즐긴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에 쿠키 하나를 시켜도 만원이 넘는 세상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비싼 커피값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평소에 카페를 잘 안 다니는 나니까 이 정도의 앱은 맘껏 구매해도 된다는 나에 대한 보상으로 오늘도 남편 몰래 이 앱을 구매했다.


새로 시작을 하면 이렇게 귀여운 라마의 몸이 아무것도 채워져 있지 않다. 라마의 생김새가 알파카랑 너무 비슷해서 또 업글할매답게 검색을 해봤더니 모두들 헷갈려한단다. 라마랑 알파카랑 둘 다 낙타과 동물이라는 것과 낙타 하고는 다르게 등에 혹이 없고 알파카의 털이 좀 더 풍성하다는 것 정도만 알아냈다. 라마도 귀엽고 요즘 인기 있는 알파카 역시 너무 귀엽다.


이 앱의 이름이 Waterlama인 것이 알파카보다는 라마를 택해서 인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물 120ml를 마시고 커피 200ml를 마셨더니 이런 모습이 됐다. 마시는 순서대로 색깔별로 표시가 된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총 320ml를 마셨는데 총 240ml로 표시가 돼있다. 왜 그런지 한 번 알아봐야겠다.


오늘은 1일 차라는 친절한 문구가 뜨면서 친구에게도 알려주라는데 불행히도 내 주변의 가족들은 이런 것에 영 관심들이 없어서 그저 나 혼자 조용히 놀기로 했다. 요새는 뭐든지 공유를 해야 하는 세상 같은데 너무 지나친 공유보다는 때로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 나 스스로 나만을 챙겨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일일 수분 섭취량 목표를 1500ml로 정했다. 물만 마시는 것이면 1,000ml로 하려고 했는데 커피랑 녹차 그리고 우유 마시는 것도 수분 섭취량에 해당이 되기에 1,500ml로 바꿨다. 한 마리의 예쁜 사슴에 내가 먹은 음료수가 색깔별로 표시가 된다.


물은 가장 보편적인 파란색으로 표시가 돼있고 커피는 밤색, 그리고 녹차는 그린 색으로 표시를 했다. 이것 또한 내가 얼마든지 바꿀 수가 있게 만들어져 있다.


다이어트의 최대 난관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치맥”일 것이다. 그 누가 그 위대한 “치맥‘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는지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다. 난 울적하거나 멘붕이 올 때는 만사 제쳐놓고 ”치맥“을 즐긴다. 아마도 가장 가성비 좋은 치료법이 아닐까 싶다.


원래는 이런 ”치맥“은 당연히 치킨 집을 가서 먹어야 제대로 분위기고 살리고 맛도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워낙 외식을 싫어하는 우리 집 양반 덕분에 그냥 포장을 해서 집에 가지고 와서 먹는다. 그래도 일단 치킨 집에 전화를 하는 순간부터 내 울적함과 멘탈 문제는 이미 해결이 된다.


좋아하는 반반 치킨 윙하고 생맥주 1,000cc를 전화로 주문해 놓고 찾으러 가는 그 시간조차도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식탁에 올려놓고 시원한 생맥주를 신랑하고 같이 건배하는 순간 나가서 안 먹겠다고 고집부리던 고약한 남편도 저절로 용서가 된다. 이렇게 ”치맥“은 여러 가지로 참 고마운 존재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열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참아야 한다. 맥주 금지 챌린지는 열흘이다. 오늘 하루 성공했으니까 앞으로 9일 동안은 내 허벅지를 꼬집어가면서라도 ”치맥“만 아니면 성공할 수 있다.


”목이 길어 슬픈 사슴이여…“ 갑자기 왜 이 말은 생각이 나는 것인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각 음료수마다 내가 한 번에 마시는 양을 조절할 수가 있다. 나는 주로 한 번에 마시는 양이 125ml인데 10 단위로 계산이 돼서 120ml로 정해놓았다. 하다 보니까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물을 마시면 100%가 수분으로 측정이 되지만 커피는 60%밖에 안되고 맥주나 와인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것 같다. 이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확신은 못하겠지만 내 생각에는 그런 것 같다.


각 음료수마다 퍼센티지가 있는데 이것이 수분의 함유량 계산법인가 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가 마신 것이 물이 120ml였고, 커피가 200ml였으니까 합쳐서 320ml였는데 수분 함유량은 240ml였다.


이제야 알겠다. 위의 도표를 보니 커피옆에 60%라고 쓰여있으니까 200ml의 60%는 120ml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물 120ml에 커피 120ml가 합쳐져서 합계가 240ml가 된 것이었다.


장하다! 업글할매!


참 여러 가지 한다. 남들이 보면 정말 한심하다고 웃겠다. 너무 오랜 세월을 이런 기본 계산조차 안 하고 살았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다. 이런 자그마한 계산 하나 하는데도 이렇게 머리를 써야 하다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앱을 계기로 수학 공부도 하다 보면 치매 예방에도 좋을 것 같다.


원래 계산하는 것을 잘 못해서 이렇게 숫자가 나오면 머리가 아파진다. 하지만 이것도 새해에는 극복해보려고 한다.



하루의 목표치를 달성하고 나니까 팡파르가 울리듯이  꽃종이가 날리면서 신나서 나무에 매달리는 모습으로 변한다. 어쩜 이리도 사람의 신나 하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했는지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색깔만 보고도 오늘 내가 마신 음료의 종류를 금방 알 수가 있다. 파란색은 물을 마신 것이고 그린 색은 녹차, 그리고 밤색은 아메리카노 한 잔이다.


한 가지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마신 음료수의 양이 그때그때 표시가 안된다는 것이다. 색깔 옆에다 몇 ml라는 것도 함께 표시가 되도록 했으면 더 알기가 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전체를 음료수 별로 채워나가는 것이 재미있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달성하고 나니까 벌써 이렇게 5일 챌린지 중에서 4일 남았다는 문구가 뜬다. 물 마시기 하나의 챌린지가 5일이다. 난 이것이 제일 맘에 든다. 보통 챌린지라고 하면 제일 짧은 것이 2주 챌린지라던가 한 달 챌린지가 가장 많은 것 같은데 딱 5일만 눈 딱 감고 시작을 하면 하나의 미션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보통 작심삼일이라고 하는데 난 다른 것들은 일단 맘을 먹으면 한 달 아니라 일 년도 거뜬히 해낸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다이어트의 “다‘자만 들어가도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 하루 만에도 끝나버리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예쁜 앱도 생겼으니까 모질게 마음먹고 일단은 물 마시기라도 성공해 보려고 한다.


작심삼일이 작심 사일이 되고, 작심 오일이 되면서 언젠가는 나도 내 목표를 이룰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 누구처럼 ”믿습니다! “를 외쳐보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맘만 먹는 것하고 이렇게 앱이나 다이어리를 이용해서 하루하루해 나가는 것은 그 결과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왠지 모를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런 것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참 즐겁다. 굳이 누가 나를 즐겁게 해 주지 않아도 나 스스로 만들어가는 즐거움이고 행복함이다.


그러면 된 것이다.




2024년 새해 처음으로 새로 구입한 “Waterlama”앱 덕분에 올 한 해의 시작이 너무 좋다. 9.900원이라는 앞으로 남은 내 인생동안 맘껏 즐길 수가 있으니 이 보다 좋은 가성비가 어디 있겠는가…


어르신들한테 이런 디지털 앱을 권해드리고 싶다.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그리고 나 같은 노인이라도 이런 것을 젊은 사람처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존감도 높여주면서 노후를 살아가는데 참 많은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


언제나 오려나, 혹시 전화라고 하려나 하면서 목 내놓고 기다릴 필요도 없이 이런 신기한 세상과 친구 삼아 놀다 보면 까짓것 안 찾아와도 그만이고, 연락 한 번 없어도 신경조차 안 쓰게 된다. 내가 나 데리고 놀기도 바쁘게 해야 한다. 그래서 라마의 목이 짧은 가라는 쓸데없는 상상도 해본다. 목 빼고 기다릴 필요 없이 그저 나 혼자 잘 놀 수 있으니까 굳이 목이 길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진정 부모님이나 다른 어르신들한테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잘 먹지도 않는 것 선물하는 것보다는 이런 간단하고 쉬운 디지털 세상과 친구 하면서 지낼 수 있게끔 가르쳐 드리는 것이 진정한 효도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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