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갑자기 활기를 띠기 시작한 시장 입구에서
어떤 기자가 시민에게 물었다.
“이번 소비쿠폰으로 뭐 하실 건가요?”
서민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닮아 있었다.
“그동안 비싸서 못 사 먹었던 야채도 사고,
과일도 좀 사고요. 고기도 사야죠.
그리고 애들 데리고
오랜만에 외식도 한 번 해야죠.”
말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고,
그 표정은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사실 누가 보면 대단한 계획도 아니다.
그냥 야채 사고, 과일 사고, 고기 사 먹고,
가족이랑 밥 한 끼 외식하는 일.
하지만 이 단순한 일이
우리네 서민들에겐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지 모른다.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들도
소비쿠폰 덕분에
모처럼 찾아온 손님들로 인해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오랜만에 북적이는 가게 안에서
“오늘은 모처럼 장사가 잘 된다."라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장사만 잘되면 아무리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겠다며,
연신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행복해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단순한 소비를 넘어, 손님과 상인 모두가
서로에게 작은 기적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깊이 감동을 준다.
미국에서 처음 내 장사를 시작할 때였다.
믿었던 사람에게 속아서
가게를 잘 못 산 적이 있었다.
손님이라고는 하루에도 몇 명 오지 않는
텅 빈 가게를 지키던
그런 슬픈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나는 그때 비로소
손님 없는 가게에서 장사를 하며
버텨낸다는 것이
얼마나 처절하고, 불행한 일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지금도
경기가 좋지 않은 가게 앞을 지날 때면
괜히 마음이 아려온다.
텅 빈 가게 안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을
누군가의 마음을
나는 너무도 잘 아니까…
“부디 잘돼야 할 텐데~~”
“언제쯤 다시 활기가 돌까~~”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이 새어 나온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가슴 한구석이 아프다.
그래서 이번 소비 쿠폰도
그냥 쓰고 싶지 않다.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힘든 시간을 버티고 계신 분들을 찾아가
카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작게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느꼈던 그 막막함 속에서
누군가 찾아와 준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지 알기에
이번에는 내가
그런 손님이 되어드리고 싶다.
정부에서 이렇게 큰 결정을 내린 것도
아마도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죽어라고 집에서만 세 끼를 해결하던
우리 집 양반이
이번 소비쿠폰에 대한 내 설명을 듣고는
웬일로 흔쾌히 외식을 하겠다고 한다.
평소 같으면 뭘 나가서 먹느냐고
호통을 쳤을 양반이
내가 덧붙인 설명이 먹혀들어간 것이다.
이번 소비쿠폰은
대형마트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일반 식당이나 재래시장에서만
쓸 수 있다는
내 약간의 뻥 섞인 설명에
우리 삼식이 아저씨가
드디어 외식을 하겠다고 나섰다.
대형마트에서의 사용 제한이
이렇게까지 고마운 적은 처음이다.
덕분에 당분간은
작은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그동안 못 즐겼던 외식이라는 것을
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펑펑 쓰고 다니는 사람들보다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서민들이 훨씬 많다.
소비쿠폰으로 장바구니를 채우며
아이들 먹일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사고
평소엔 손을 못 대던
비싼 한우도 장만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가족과 외식하면서
소소한 웃음을 되찾는 그 마음…
그 마음속에 깃든 설렘과 감사는
돈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값진 것이다.
누군가는 별것 아니라고
여길지 몰라도
이런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고
지켜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진짜 힘이 아닐까 싶다.
더 가지지 않아도 충분히 기쁘고
더 많이 누리지 않아도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그런 분들 덕분에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고
단단하게 버텨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