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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Dec 25. 2023

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업글할매 책방 #11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왜 나는 "아내를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기를 "이라고 읽었을까?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기를 …

한 점만 부끄럽기를…

완전히 전혀 다른 문구인데도 윤동주 시인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이 시가 그냥 저절로 떠올려진다.

< 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  정말 제목을 잘 지었다. ​멋있는 책 제목처럼  책의 내용 역시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식의 사랑 에세이란다. ​사랑 에세이는 많이 들어봤지만 인문학 형식의 사랑 에세이라니까 이상하게 더 설레는 것 같다.

조이엘 작가님의 소개가 너무 재미있다. ​서울대에 입학해 하루 종일 먹고-놀고-자면서 젊음을 낭비하다가  ​“인생의 책”을 만난 후 독서인으로 변신했단다. ​그렇게 해서 책과 함께 30년이라는 세월을 동고동락을 하다 보니 ​세 가지 깨달음이 왔다고 조이엘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그 세 가지 깨달음이란  첫째, 노안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온다. 둘째, 고전보다 유명한 책이 꽤 많다. 셋째, 사람의 운명은 아내에게 달려있다.

정말로 대단하고 중요한 것을 빨리 깨달으신 것 같다. ​작가님의 깨달음 중에서 나 역시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같은 깨달음을 얻었는데 ​세 번째에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나의 운명은 바로 우리 집 양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차례
프롤로그
사랑이란
결혼이란
에필로그


이 책의 목차이다. 이렇게 깔끔하고 심플한 목차는 처음 맞이하는 것 같다.

참 신선하다.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사랑을 한단다. ​나 자신을, 부모를, 자녀를, 친구를, 반려동물을. ​그리고 이 모든 사랑을 합친 분량과 두께로 연인을 사랑할 때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다고 조이엘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참 어렵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힘든데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다가 부모님을 사랑하는 것도 보태고 거기에다 친구 사랑, 반려동물 사랑 ​이 모든 것을 합친 분량으로 연인을 사랑하란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 같다.

조이엘 작가님이 결혼을 앞두고 아내 되실 분한테 하신 말씀이 기가 막히다. ​대한민국의 많은 여성들이 시월드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들었는데 내 여인에게 그런 스트레스는 평생 안 줄 거라면서 ​시댁 식구를 미리 볼 필요도 없으니 우리 식구는 그냥 결혼식장에서 보자고 했단다. ​그래도 현명한 아내분 덕분에 다행히 상견례는 무사히 치르셨단다.

인문학을 전공하신 분을 남편으로 맞이한 부인은 ​평생 이런 달콤한 말을 듣고 살 수 있으니 그 인생이 얼마나 달달할까…

괜히 슬며시 죄 없는 남편을 살짝 째려본다.


조이엘 작가님의 재미있는 표현이 또 등장한다. ​자존감 높은 사람을 연인으로 그것도 배우자로 맞으면 ​행복할 확률이 강남 아파트 시세 그래프와 같단다.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강남 아파트 시세 그래프를 본 적이 없는 나는 ​이 확률이 주는 의미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행복할 때 더 크게 행복하고 ​다른 사람들이 불행할 때도 덜 불행하다는 작가님의 말씀에는 동감이다. ​이렇게 자존감이 높은 상대방과 함께 매일 서로를 바라보며 감사하고 고마움을 표현한다면 ​당연히 부부는  닮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안 닮고 싶은 데도 오래 같이 살다 보니 저절로 닮아가는 그런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마치 대한민국의 모든 주부들의 마음을 겨냥한 듯 조이엘 작가님은 또 말씀하신다. ​남편은 친구보다는 아내를 선택하고 세상 누구보다도 아내 말을 들어야 한단다. ​강원국 작가님의 아내 바라기랑 어딘지 많이 닮아있다. ​조이엘 작가님 말씀에 의하면 밖에서도 강하고 아내한테도 강한 남편은 양아치란다.

왜 갑자기 속이 후련해질까?

밖에서는 온유하고 자신에겐 엄하지만 아내에겐 세상 약한 남편 ​그가 바로 진짜 사나이란다.

우리 삼식이 아저씨 듣고 계시는지…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윤동주 시인이 떠올려진 것이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조이엘 작가님 역시 윤동주 시인을 염두에 두고 쓰신 것 같다. ​작가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윤동주 시인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기원했지만 ​하늘은 됐고 나는 아내를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 싶단다. ​아직은 많이 힘든 것 같아서 그래서 소원하신단다. ​아내를 우러러 한 달에 딱 한 번만 부끄럽기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남편한테 이런 사랑을 받을 수가 있는지 작가님 아내분한테 여쭤보고 싶다.

그러면서 작가님은 한 가지 더 소원이 있으시단다. ​다음 세상에서도 아내를 만나고 그때도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란다. ​인문학 사랑 에세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냥 구구절절 달콤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다음 세상에까지 이어지는 것, ​이런 것이 바로 인문학적 사랑인가 보다.

우리 부부의 사랑은 과연 어떤 식의 사랑이었을까?

새삼 부끄러워지려고 한다.

딱 한 점만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온통 부끄러움투성이다. ​하지만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구가 나에게 용기를 준다.


나보다 일찍 죽어요.
조금만 일찍.
당신이 집으로 오는 길을
혼자 와야 하지 않도록.
- 라이너 쿤체 -



​일 년 365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리 집 양반을 위해서 내가 하는 기도가 있다. ​우리 집 양반을 무사히 먼저 보내고 그리고 내가 가게 해달라고, ​하루라도 괜찮고 심지어는 같이 가도 괜찮다고 기도한다.


​내가 없으면 그야말로 자기 전화번호도 못 외우는 사람이다.​ 완벽주의자에다 사람으로 인한 상처로 사람 기피증까지 생긴 사람을 ​혼자 두고는 도저히 갈 수가 없다.

조이엘 작가님처럼 아내에 대한 무슨 끔찍한 사랑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허구한 날 싸우면서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를 해왔다.

이 책을 덮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의 이 기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말로 놀랍게도 남편에 대한 사랑인가 보다. ​작가님처럼 그런 뜨거운 사랑은 아니었어도 ​우리 집 삼식이 아저씨한테 하루 세끼 지극정성으로 밥을 차리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런 기도를 해왔다는 것만으로도 ​나 역시 남편을 사랑했었나 보다.

이 책을 읽을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하는 순간이다. ​징글징글한 인생이라고 여겨져 왔던 것이 갑자기 사랑으로 충만해져 온다. ​각자의 사는 방식이 다 다르듯이 사랑하는 방법도 다 다를 것이다.

그저 서로 사랑하며 살자!




조이엘 작가님의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엄청난 사랑과 동시에 아내 자랑이 어마어마한 책이다.

작가님은 인생 최고의 행운 세 가지를 이미 받으셨는데

- 내 아내를 만난 것

- 내 아내와 결혼한 것

- 내 아내의 남편으로 사는 것

이 세 가지란다.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 바로 작가님 같은 이런 사랑꾼 남편을 만나는 것일까?

평생 남편한테서 단 한 번도 사랑해라는 말을 못 들어본 나는 마치 딴 세상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내 남편이 최고라고 억지로 자기 위안을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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