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요즘 내 하루의 낙은, 유튜브에서 김형석 교수님을 만나는 시간이다.
추워서인지 괜히 마음이 자꾸만 허전해지고, 이상하리만치 쓸쓸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종일 집에만 있는 하루가 그 어느때보다도 더 길게 느껴진다.
이런 날에는 무조건 나만의 루틴처럼 김형석 교수님의 강의를 찾아다닌다.
100세를 넘기신 철학자의 이야기는 어떤 깊이를 가지고 있을까, 인생을 그렇게 오래 살아오신 분은 어떤 지혜를 품고 계실까~~
그런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교수님에 대한 사랑이, 이제는 내 삶의 지표가 되고, 마음속 따뜻한 등불이 되어버렸다.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으면 마치 오래된 친구가 조용히 옆에서 다독여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온화한 미소,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말투.
단어 하나하나에 삶의 무게가 묻어나고, 문장 하나하나에 깊은 사랑이 담겨있다.
그래서일까, 교수님의 말씀은 이론이 아니라 살아낸 인생 그 자체처럼 느껴진다.
“노년의 섭섭함은 마음을 멀게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오늘따라 유난히도 가슴에 꽃힌다.
사람의 감정은 한순간에 터지는 게 아니라, 오래도록 쌓인다.
김형석 교수님은 그래서 감정을 ‘사건’이 아닌 ‘축적’이라고 말씀하신다.
그 말씀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감정은 말보다 조용해지고, 표현보다는 누적이 되어간다.
그중에서도 섭섭함은 참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속상했지만 “괜찮다‘고 넘기고, 섭섭했지만 ”별일 아니야“라며 삼켜버린다.
그게 나이 들며 익숙해진 방식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표현보다는 인내가 먼저 몸에 밴 것이다.
하지만 말하지 못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감정은 마음 어딘가에 고이듯 머물고, 조용히 쌓인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구도 예상 못한 방향으로 마음이 움직인다.
불쑥 폭발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조용히 마음을 닫고, 한 걸음씩 물러서게 만든다.
연락이 줄고, 말이 줄고, 만남도 어느새 이유없이 미뤄진다.
그렇게 하나씩 멀어지다 보면, 결국은 마음까지도 조용히 멀어진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언젠가 흘려들었던 이 말 한마디가 왜 오늘은 이렇게 마음 깊숙히 스며드는 걸까.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서로를 향한 마음이 이렇게나 멀어졌다는 사실이 괜히 서럽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김형석 교수님은 이 조용한 거리감이 가장 무섭다고 하셨다.
크게 싸운 것도 없고, 감정적으로 충돌한 것도 아닌데 서로의 삶에서 천천히 사라지는 것.
그것이 진짜 관계의 끝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 거리감은 대개 말로 드러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엔 평온하지만 속마음 어딘가엔 “나를 좀 알아봐 줬으면~~”하는 아쉬움이 숨어 있다.
무심하게 넘긴 작은 말 한마디, 그때 그냥 “괜찮아~~”라고 웃어 넘겼던 표정 뒤에는 말로 꺼내지 못한 섭섭함이 자라난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감정을 말로 덜 표현한다.
젊을 때처럼 크게 화를 내지도 않고, 속상함을 따지며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웃으며 “괜찮아~~”라고 덮어두고, 나중엔 마음 속 깊이 넣어둔 채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마음이 모이고 모여, “나를 좀 알아봐 줬으면 좋겠어~~”라는 소망이지만 표현하지 못한 마음으로 남는다.
문제는, 이런 감정은 흩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현되지 않은 마음을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 어딘가에 고여 조금씩 쌓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조용히 거리감으로 이동한다.
말수가 줄고, 먼저 연락하지 않고, 담소 대신 침묵이 늘어난다.
그래서 섭섭함은 처음 느꼈을 때 다루어야 한다고 교수님은 말씀하신다.
크고 작음은 중요하지 않다.
“그때 조금 서운했어.”
“그 말에 마음이 조금 상했어.”
이런 짧은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서툴러도 좋고, 어색해도 괜찮다.
말로 꺼낸 그 순간, 그 감정은 더 이상 마음을 갉아먹지 않는다.
우린 어쩌면 너무 오래 참는 법만 배워온 건 아닐까?
살아온 시간 동안 상처도 많았고, 기대도 줄었고, 말도 줄었다.
그런데 그 참음 속에는 “나를 좀 알아봐줘~~”라는 마음이 말 없는 기다림으로 남아버린다.
그러나 이제는 참는 삶이 아니라, 연결하는 삶을 살아야 할 때다.
더 이상 감정을 숨기지 말고, 남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엮어갈 방법을 배워보자.
한때는 “엄마가 내 인생에서 1순위야!”하며, 세상 모든 사랑을 내게 쏟아붓던 딸.
그 아이가 이제 어엿한 중년이 되어, 자기 인생을 꾸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는 1순위에서 한참 떨어진 7순위쯤으로 내려온 것 같다.
그게 그렇게 섭섭할 수가 없다.
“그래, 쟤도 자기 인생이 있겠지!!
그렇게 나름 많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다.
딸의 삶을 존중해주고 싶었고, 내 마음도 그만큼 성숙해졌다고 믿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문득, 가만히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면 작게, 아주 작게 꿈틀거리는 섭섭함이 여전히 남아 있는 걸 느낀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내가 봐도 참 못났다.
마음이 그렇게 쉽게 정리되는 게 아니란 걸, 이 나이가 되어서도 다시 또 배운다.
어딜 가나 이제는 ‘어르신’이라는 말을 듣는 나이, 세상일에 덤덤해져야 할 것 같고, 감정쯤은 조용히 흘려보낼 줄 도 알아야 할 때인데…
그런데도 나는 아직 이 작은 마음 하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내 안에 남은 이 서툰 감정 하나가 괜히 부끄럽고, 또 애처롭다.
나이를 먹는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닌가 보다.
아직도 배우는 중이고, 아직도 다듬는 중이고, 아직도 조금은 서툰 나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