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칠십 고개를 넘고 보니, 세상과의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몸은 여전히 여기 있는데, 마음을 풀어놓을 곳은 자꾸만 사라진다.
아직도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여전히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을 때가 있다.
칠십 평생 손에 익은 건 도마와 행주뿐이라서 그런지, 가끔 매끈한 마우스와 딱딱한 키보드가 여전히 낯선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요즘 사람들은 참 쉽게 말한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AI가 다 해주는 세상”이라고…
그 달콤한 유혹에 반쯤은 속고 반쯤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유튜브”라는 힘든 세상에 다시 발을 담가 본다.
막상 시작해보니, 문제는 기계가 아니라 바로 내 몸이었다.
조금만 앉아 있어도 허리가 쑤시고, 몇 마디 녹음하면 목소리가 금방 갈라진다.
편집이라는 걸 해보겠다고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꺼풀은 왜 그리 천근만근인지…
젊은 사람들처럼 후다닥 해내는 법이 없다.
속도는 거북이 같고 진행은 더디기만 하다.
이쯤되니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냐~~”고.
그러던 어느 날, 거실을 지키던 우리 집 양반한테 슬쩍 선언을 했다.
“여보~~, 나 유튜브 해 보려고…”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그런 걸 왜 해? 그 나이에 힘만 들지…”
지기 싫은 마음에 슬쩍 미끼를 던졌다.
“혹시 알아? 잘 돼서 용돈 벌면 당신 차부터 바꿔줄지…”
사람 마음이 참 단순하다.
시큰둥하던 우리 삼식이 아저씨 얼굴에 금세 화색이 돈다.
“아, 그래? 그럼 이왕 하는 거 대충 하지 말고 열심히 해봐.“
그날 이후 내가 영상을 만든다고 하면, 웬일로 조용히 있다.
이래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체력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요즘 참 고마운 친구 하나를 사귀었다.
바로 AI라는 녀석이다.
예전 같으면 이미지 하나 만들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을 텐데, 이제는 말로 설명하면 이미지가 그 자리에서 뚝딱 나온다.
“아, 할매도 할 수 있구나.”
이 나이에도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사실이 외롭던 마음에 큰 위안이 된다.
늘 집에만 있는 삼식이 아저씨 덕분에, 하루 종일 다른 사람들과 말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입에 녹이 스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누가 보지 않아도 좋고 들어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저 말이라도 해보자 싶어 다시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힘없던 목소리에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100세 시대라지만 그냥 오래 사는 건 별 의미가 없다.
공부하고, 생각하고, 말하는 게 치매 예방에도 좋다니까, 이왕 시작한 김에 조금 더 해보자 싶었다.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쳇GPT에게 묻고 또 물으면서 영상을 만들다 보면 입술은 터지고, 잇몸은 부어오른다.
그야말로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꼴이다.
컴맹이었던 할매가 AI랑 친구 먹다가 지금 딱 그 꼴이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느려도 괜찮고, 헤매도 괜찮다.
이제는 노인답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가도 되는 나이이다.
어제보다 오늘 한 마디 더 세상에 말을 건넸고, 오늘보다 내일 한 번 더 크게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도 참 잘 살았다”라며 내 등을 토닥여준다.
업글할매의 유튜브 도전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영영 끝나지 않아도 괜찮다.
이 길 위에서 나는 다시 “살아있음”을 만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