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나이 들수록 자꾸만 이런 저런 생각이 찾아온다.
예전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슬쩍 미뤄두었던 질문들이, 이제는 조용히 내 곁에 와 가만히 말을 건다.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왜 그렇게 이기려고만 했을까.
왜 그렇게 무겁게 살아야만 한다고 믿었을까.
한때는 이런 질문조차 사치처럼 느껴졌다.
살아내기에도 벅찼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깨닫는다.
인생은 전쟁이 아니라, 소풍이었다는 것을.
나는 늘 무장을 하고 살았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애썼고, 남보다 뒤쳐지지 않으려고 속도를 높였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늘 마음을 조였다.
행복조차도 목표가 되었고, 때로는 ‘쉼’조차도 계획표에 넣어가며 살았다.
그래서였을까, 하루하루가 전쟁터에 나간 군인처럼 긴장 속에서 흘러갔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창밖을 바라보다가 깨달았다.
이 삶을 전쟁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도 많은 순간들이 아름다웠다는 것을.
따뜻하게 등을 감싸주던 햇살, 봄이 왔다고 수줍게 알려주던 꽃망울, 아무 말 없이도 힘차게 올라오던 연둣빛 새싹, 빗방울이 처마 끝을 두드리던 소리, 숨이 멎을 듯 붉게 타오르던 저녁노을.
그리고 식탁에 둘러앉아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로 웃던 사람들의 얼굴.
그 모든 장면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앞섬도, 뒤처짐도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살아있음’을 누리는 시간들이었다.
그토록 눈부셨던 순간들이 내 곁에 이렇게 많았는데, 나는 왜 늘 먼 곳만 바라보며 걸어왔을까.
더 높이,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치며 소중한 순간들을 날려보냈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야 깨닫는다.
인생은 이겨야 하는 싸움이 아니라 소풍처럼 즐겨야 하는 계절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조금 천천히 걷기로 한다.
이기려고 애쓰기 보다, 느끼려고 애쓴다.
남보다 앞서려는 발걸음 대신 내 곁에 머무는 바람을 느끼고 싶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계절의 냄새를 맡고,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있는 사람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고 싶다.
이제는 안다.
행복은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라, 잠시 멈춰 설 때 보이는 풍경이라는 것을.
밥 한 끼를 함께 나누는 시간, 별것 아닌 농담에 웃음이 터지는 순간들, 창밖을 바라보다 괜히 마음이 잔잔해지는 저녁.
이런 것들이 인생을 빛나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덜 다투고, 조금 덜 비교하고, 조금 더 감사하려 한다.
내가 싸온 도시락을 펼쳐, 그 맛을 천천히 음미해 본다.
서둘러 먹을 이유도, 누군가와 비교할 이유도 없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면 충분하다.
돌아보니 이 작은 한끼처럼, 인생도 그렇게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인생은 전쟁이 아니라, 잠시 다녀가는 소풍이었다는 것을…
오늘 하루만큼은 전투복 대신 가벼운 옷을 입고, 돗자리를 펴듯 마음을 펼쳐본다.
그리고 조용히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그래,
이 정도면 참 괜찮은 소풍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