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아주 오래전부터 저절로 듣게 되는 노래가 있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젊을 때는 늘 바쁘게 살다보니 그야말로 맘놓고 놀지를 못했다.
먹고 사는 일에 매달리고, 가족들 챙기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러다보니 쉬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때로는 웃는 것조차도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놀자’는 말은 철없는 소리 같았고, 즐기자는 말은 한가한 사람들의 배부른 취미처럼 들렸다.
그래서 늘 미루기만 했다.
놀 일도 미루고, 여행도 미루고, 배우고 싶은 것도 미뤘다.
맛있는 것 먹으로 다니는 일도 미루고, 예쁜 옷 입는 일도 미루게 되었다.
심지어는 행복까지도 뒤로 미뤘던 것이다.
지금은 바쁘니까,
지금은 여유가 없으니까,
나중에 형편이 좀 나아지면 그때 하자고 마음속 장롱 깊숙히 넣어두었다.
그렇게 살아오다가 어느 날 문득 이런 노래를 다시 듣는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옛말 그른 것 하나 없다더니, 이 노래가 왜 이다지도 가슴을 후벼파는지…
나이 칠십이 넘고나니, 이제는 놀고 싶어도 놀 수가 없다.
너무 오랫동안 죽어라고 일만 하고 살아왔더니, 어느새 노는 법도 잊어버렸다.
그토록 여행다니는 것을 꿈꿔왔지만, 이제 막상 어느정도 시간의 여유가 생기고나니,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아파서 맘 놓고 다닐 수가 없다.
그래서,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이런 노래가 나왔나 보다.
사람은 젊을 때 놀아야 하나보다.
무릎 떨리지 않고, 가슴 떨릴 때 다녀야 하는 것이다.
잇몸 튼튼할 때, 맛있는 것도 원없이 먹어봐야 한다.
기운 있을 때 세상 구경도 실컷 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틀렸구나~~”하면서, 맥을 놓고 있었는데, 황창연 신부님께서 또 기막힌 명언을 남기셨다.
“노세 노세 늙어서 노세, 늙어지면 안 죽나니~~“
얼마나 통쾌한지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70넘으면 인생이 다 끝나가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100세 시대이다.
건강만 잘 관리하면 앞으로도 30년은 거뜬한 세상이 왔다.
그러니,
“노세 노세 늙어서 노세, 늙어지면 안 죽나니~~”
이런 명언이 황창연 신부님한테서 탄생을 한 것이다.
이제는 늙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온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다고 바로 막이 내리는 것도 아니다.
머리가 희어진다고 해서 웃을 자격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제야 조금 철이 든다.
이제야 사람 보는 눈이 생긴다.
이제야 꼭 붙들어야 할 것과 내려놓아야 할 것을 구분하게 된다.
젊을 때는 남의 시선을 먹고 살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내 마음의 평안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젊을 때는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면, 이제는 편안하게 살기 위해 힘을 뺀다.
생각해 보면 노는 일도 아무나 잘하는 것이 아니다.
젊을 때의 놀이는 소란스럽고 분주하다.
모여야 놀고, 돈이 있어야 놀고, 체력이 받쳐줘야 논다.
그러나 나이 들어서의 놀이는 조금 다르다.
혼자서도 놀 줄 알고, 소박해도 즐길 줄 알고, 작은 것 하나에도 기뻐할 줄 안다.
따뜻한 햇살 아래 걷는 일도 즐거움이 되고, 스마트폰 하나 붙들고 세상과 통하는 일도 신나는 일이 된다.
그러니 늙어서 노는 것은 결코 초라하지 않다.
오히려 더 깊고 더 맛있다.
젊을 때의 웃음이 반짝이는 불꽃놀이라면, 늙어서의 웃음은 오래 데워주는 뜨끈뜨끈한 아랫목 같다.
크게 떠들지 않아도 좋고, 남에게 자랑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내 마음이 환해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사실 나이 들면 사람들은 자꾸 점잖아지라고 말한다.
이 나이에 무슨 그런 걸 하느냐고 말한다.
뭘 새로 배우냐, 그냥 편히 쉬라는 소리도 듣는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말에는 빠진 것이 하나 있다.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100세 시대다.
예전처럼, 예순, 일흔에 인생이 모두 끝난 것처럼 살 시대가 아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왜 벌써부터 마음의 문을 닫아야 한단 말인가…
왜 스스로 늙은 사람 흉내를 내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노세 노세 늙어서 노세~~”
황창연 신부님의 이 말씀 속에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삶의 태도가 들어있다.
남은 인생을 겁내지 말라는 뜻이 들어 있다.
눈치 보지 말고 조금 더 즐겁게 살라는 권유가 들어 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서러운 얼굴보다 환한 얼굴로 살아보자는 다짐도 들어 있다.
물론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고, 병원 가는 날도 많아진다.
기억력도 예전같지 않고, 계단 오를 때도 숨이 찬다.
그러니 더더욱 놀아야 한다.
더더욱 웃어야 한다.
더더욱 마음을 가볍게 해야 한다.
남은 날을 울상으로만 보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다.
늙어서 논다는 것은 철없이 산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지혜롭게 산다는 뜻에 가깝다.
행복을 뒤로 미루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늘 웃을 수 있으면 오늘 웃고,
오늘 기뻐할 수 있으면 오늘 기뻐하자.
누가 허락해주길 기다리지 않고, 내 삶의 주인이 되어보자.
나는 이제 젊음을 부러워만 하며 살고 싶지 않다.
대신 지금의 나이에만 누릴 수 있는 그런 기쁨을 찾으며 살고 싶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여유, 조금은 내려놓을 줄 아는 마음, 작은 것에서도 만족을 느끼는 감각, 그리고 웃기면 그냥 소리 내어 웃어버리는 그런 배짱으로 살아가고 싶다.
젊어서 못 논 것이 많이 아쉽다면, 이제라도 놀면 된다.
젊어서 못 배운 것이 마음에 남는다면, 지금부터 배우면 된다.
젊어서 너무 참고만 살았다면, 이제는 조금 나를 위해 살아도 된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오늘도 이렇게 말해본다.
“노세 노세 늙어서 노세, 늙어지면 안 죽나니~~“
이 말은 웃자고 하는 소리 같지만, 사실은 잘 살자는 다짐이다.
남은 날을 겁내지 말고, 주눅 들지 말고, 조금 더 유쾌하게, 조금 더 당당하게 ,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자는 응원이다.
이제는 안다.
인생은 젊을 때만 빛나는 것이 아니다.
잘 늙어가는 사람에게도 아주 근사한 계절이 찾아온다.
그 계절을 울며 보내기보다, 웃으며 누리는 편이 훨씬 낫다.
그러니 오늘도 미루지 말고 살아야 한다.
미루지 말고 웃어야 한다.
미루지 말고 누려야 한다.
노세 노세 늙어서 노세~~
지금부터가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