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젊을 때는 머리가 좋다는 사람을 참 많이 부러워했다.
공부 잘하는 사람, 기억력이 좋은 사람, 계산이 빠른 사람이 늘 똑똑한 사람으로 불렸다.
그래서 나도 한때는 열심히 외우고, 비교하고, 남보다 앞서기 위해 애쓰며 살아갔다.
머리가 좋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칠십 대가 되어 돌아보니 그때 내가 생각했던 ‘좋은 머리’는 조금은 틀렸던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신기하게도 기억력은 예전 같지 않다.
금방 들은 것도 잊어버리고, 어디에 뒀는지 몰라 찾고 또 찾는다.
예전 같으면 “왜 이렇게 머리가 나빠졌을까?”하면서 속상해했을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머리가 나빠진 게 아니라, 쓸데없는 것은 덜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나이 들수록 머리는 느려질 지 몰라도 대신 보는 눈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누가 더 잘났는지,
누가 이겼는지,
누가 더 많이 가졌는지에 관심이 갔다면
이제는
누가 편안한지,
누가 웃고 사는지,
누가 마음이 따뜻한지가 눈에 더 들어온다.
이게 바로 똑똑해 진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젊을 때의 머리는 많이 아는 데에 집중한다.
하지만 나이 들고 나면, 그 많은 지식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같은 말을 들어도 화를 낼지, 웃어 넘길지, 마음을 다칠지, 이해할지…
이 선택이 남아있는 인생의 질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진짜 머리 좋은 사람은,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잘 살아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특히 칠십이 넘고 보니, 더 분명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이 가장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도,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그래도 괜찮다”
“아직은 쓸만하다”
“오늘도 살아볼 만하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다.
신기하게도, 이런 생각을 할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괜히 걱정하고, 쓸데없이 비교하고, 이미 지난 일에 매달리지 않으니 머리가 가벼워지고 삶이 또렷해진다.
요즘 나는, 스스로에게 자주 말을 건넨다.
“잘하고 있지?”
“괜찮아”
“이 나이에 이 정도면 참 잘 산거야”
이 한마디가 칠십 대의 머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왜냐하면, 자신을 격려하는 마음이 바로 생각을 밝게 만들고, 삶을 더 긍정적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나이 들수록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은,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뜻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더 따뜻해지고,
더 단순해지고,
더 깊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제는 예전처럼 똑똑해지려고 애쓰지 않는다.
대신
조금 더 이해하려고 하고,
조금 덜 미워하려고 하고,
조금 더 웃으며 살려고 한다.
그게,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다.
오늘도 나는 머리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더이상 무언가를 외우지 않는다.
대신 하나를 더 내려놓고, 하나를 더 이해하며, 하루를 따뜻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나이 들어 얻은 가장 똑똑한 머리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