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아무렇게 않게 그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흘러가던 하루 속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지는 그런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가끔 이런 말을 떠올린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처음에는 그저 아름다운 꽃에 대한 비유로만 생각했다.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이치인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살아보니, 이 말은 꽃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그대로 담은 말이었다.
“출요경”에 전해지는 이 부처님의 가르침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우리를 일깨운다.
사람은 살아가며 다섯 가지를 믿는다.
젊음을 믿고,
외모를 믿고,
힘을 믿고,
재주를 믿고,
그리고 자신이 가진 배경을 믿는다.
그 믿음 덕분에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들이 영원하다고 착각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젊을 때는 몸이 나를 지켜줄 것처럼 느껴진다.
조금 무리해도 괜찮고,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고 믿으며 거침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세월은 말없이 흐르고,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다.
아, 정말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것을…
내가 그렇게 믿고 의지하던 젊음이 어느새 이미 내 곁을 떠나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어디를 가든 활기보다 “아야야~~”가 앞서 나온다.
그래도 웃음이 난다.
이 또한 잘 살아온 흔적이니까….
외모도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조금 더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 한다.
그래서 거울을 자주 들여다 보고, 자꾸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비로소 알게 된다.
사람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얼굴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마음의 온기와 태도였다는 것을.
그래서 어느 순간, 깊게 파인 주름도, 하얗게 물든 머리도 더 이상 감추고 싶은 흔적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의 아름다움으로 느껴진다.
힘과 능력 역시 마찬가지다.
돈, 지위, 재능…
그것들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 믿고 우리는 더 많이 가지려 애쓴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누르고,
가볍게 여기고,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은 참 공평해서, 언젠가는 그 모든 것이 조용히 우리 손에서 흘러내린다.
재주를 믿는 사람도 있다.
나는 남들보다 잘하니까,
나는 남들보다 똑똑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쉽게 평가하고,
누군가를 가볍게 넘겨버린다.
그런데 돌아보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을 놓친 순간이었다.
그리고 배경을 믿는 사람도 있다.
가문, 학벌, 환경…
내가 가진 조건이 나를 설명해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낮춰보고, 누군가를 쉽게 판단한다.
하지만 인생은 결국 어디서 왔느냐보다, 어떻게 살았느냐를 묻는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영원히 피어있지 않듯이, 우리의 젊음도, 능력도, 조건도 언젠가는 지나간다.
그래서 부처님은 우리에게 묻는 것 같다.
“지금, 너는 무엇을 믿고 있느냐.”
잠시 머무는 것에 취하지 않고,
흐름을 깨닫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지혜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영원할 것 같았던 것들이 결국은 지나가는 것임을 받아들이는 순간, 사람은 조금 더 겸손해지고, 조금 더 따뜻해진다.
칠십 대에 이르고 보니,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부처님의 말씀이 더 깊이 가슴에 스며든다.
예전에는 잃는 것이 두려워서 움켜쥐고 살았다면, 이제는 흘러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조금은 내려놓고,
조금은 웃어 넘기고,
조금은 느긋해진다.
어쩌면 노년의 지혜는 무언가를 더 가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그걸 받아들이는 순간, 사람은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조금 더 따뜻해진다.
오늘도 나는 무언가를 믿고 살아간다.
하지만 가끔은 그 믿음을 내려놓고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이게 정말 영원할까? ”
그 질문 하나가 우리 삶을 조금 더 가볍고, 조금 더 깊게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