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나이가 들수록 인간 관계는 더 단순해질 줄 알았다.
젊을 때처럼 부딪히고, 상처받고, 애쓰는 일은 줄어들고 그저 편안하고 따뜻한 관계만 남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살아보니 그렇지 않더라.
나이가 들어도, 아니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는 더 깊어지고 더 어려워진다.
특히 가족, 그 중에서도 자식과의 관계는 참 묘하게 마음을 흔든다.
공자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이 말은 젊을 때는 그저 멋있는 말처럼 들렸지만, 칠십을 넘기고 나니 가슴을 찌르는 말이 된다.
군자는 서로 달라도 조화를 이루지만, 소인은 같아야만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참 멋있는 말이다.
그리고 참 어려운 말이다.
처음에는 이해시키려고 했다.
“이렇게 해야 더 낫다.”
“그건 아니다.”
“내가 살아보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아무리 말해도, 서로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
그래서 이제는 많이 내려 놓았다.
아니, 아직도 내려놓으려고 애쓴다.
예전처럼 따지고, 설명하고,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그래, 너는 그렇게 사는 것이 편하구나~~”하면서 한 발 물러서 보려고 한다.
그게 공자님이 말씀하신 ‘화이부동(和而不同)’에 가까운 삶일 것 같아서다.
그런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겉으로는 이해하는 척하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불편하다.
“왜 저럴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주면 좋을텐데~~”
이런 생각이 자꾸 올라온다.
그리고 그때마다 느낀다.
아, 나는 아직 군자가 못되었구나…
아니, 솔직히 말하면 군자가 되기는 이미 틀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더 펀한 것을 찾게 된다.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아서이다.
누군가의 기분을 맞추고, 눈치를 보고, 계속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일은 생각보다 더 큰 힘이 든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그냥 나랑 비슷한 사람이 좋다”
“말 안해도 통하는 사람이 편하다”
이런 마음이 더 커진다.
어쩌면 나는 공자님께서 말씀하시는 ‘소인’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같아야 편하고,
다르면 불편한 사람.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편안함을 원한다.
특히 노년에는 더 그렇다.
남은 시간은 줄어들고, 쓸 수 있는 에너지도 한정되어 있다.
그 안에서까지 억지로 이해하려 애쓰고, 맞추려고 버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렇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완벽한 군자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만,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관계를 끊지 않는 것…
마음이 100% 편하지 않아도 가끔 안부를 묻고 가끔 웃을 수 있는 것…
그 정도면 이미 충분히 괜찮은 관계 아닐까…
자식과의 관계도 이제는 그렇게 바라보려 한다.
완전히 같아지려고 애쓰지 않고,
완전히 이해하려고 무리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다르지만 이어지는 관계”로…
어쩌면 그것이, 노년이 배워야 할 또 하나의 지혜인지도 모른다.
공자님 말씀처럼, 완벽하게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이루지는 못해도 괜찮다.
다만, 다름 때문에 등을 돌리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군자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조금 덜 서운해하고, 조금 더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으로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