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유럽이나 캐나다등 외국을 여행다녀오신 분들이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탈리아나 러시아를 여행하고 다니실 때에는 그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서도 계단을 오르거나 내릴 때 한 번도 고생한 적이 없으셨단다. 말 안통하는 낯선 이국 땅의 젊은이들이 도와주겠다면서 작가님 짐을 번쩍 번쩍 들어올려줬기 때문이었단다.
하지만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 집이 있는 곳으로 향할 때는 이상하게도 누구하나 친절하게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너무도 속상했다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지나치게 개인주의로 변하면서 정서마저 너무 메말라가는 것 같다.
“도와드릴까요? ”, “제가 들어드릴께요”라고 말하는 것이 개인주의를 즐기는 생활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개인주의자들의 완벽한 세상이라고 할 수있는 미국에서조차도 애를 안고 있거나 그저 어린아이 손만 잡고 있어도 무조건 양보하고 길을 터준다. 하물며 노인이 그 무거운 짐을 갖고 다닌다면 그 어느누구도 마다앉고 도움의 손길을 내 밀어준다.
미국에서 살 때 어느 날 한국에서 온 조카들하고 백화점을 갔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려니까 어린아이가 있는 것을 본 젊고 잘 생긴 미국아저씨가 자기 손에는 이미 양손에 음료수를 들고 있으면서도 발로 백화점 문을 열어주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놀랬던지 그 감동이 잊혀지지를 않았었다. 이런 모습이 진정한 개인주의의 나라인 것이다.
그래서 일행이 다음에 신랑들하고 다시 백화점을 갔는데 쇼핑 가방을 잔뜩 진 엄마들이 당연히 남편들이 문을 잡고 기다리는 줄 알고 그냥 따라 들어갔다가 남편들만 빠져나가는 바람에 그 무거운 문에 부딪혀서 코가 나갈 뻔 했다는 소리에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난감한 적이 있었다.
물론 미국이라고 전체가 다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뉴욕같은 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삭막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도 한다.
어느 곳에서 사나 그 사람들의 인성이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얼마전에 서울을 다녀 온 적이 있었는데 무거운 것을 잘 못들어서 작은 캐리어를 끌고 다녔었다. 지하철을 갈아타려고 하는데 그날 따라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 났었다. 평소에 무릎이 안 좋아서고생하는 나는 평지를 걸어다닐 때는 그럭저럭 잘 걸어다니는데 이렇게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 여간 고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 날은 작은 캐리어까지 들고 있는데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가방까지 들고 내려가니니까 그야말로 식은 땀까지 났었다. 웬 계단은 그리도 길던지 눈 앞이 아찔했었다.
사람이나 없으면 그냥 살살 조심해서 내려오면 되겠건만 웬 사람은 그리도 많고 복잡하던지 정신 줄 마저 놓을 뻔 했다.
워낙 어디 다니면서 민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 사람이 나로 인해 뒤에서 내려오지를 못하고 밀리는 것을 생각하니까 등에서 식은 땀까지도 났다.
마침 그때 구세주처럼 어떤 젊은 남자분이 나타나서 내 가방을 들고 아래까지 무사히 내려다주는 덕분에 그 곤경에서 빠저나올 수가 있었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두고두고 안 잊혀지는 고마움이다.
어디를 가나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 같은 것 같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고 친절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무서울 정도로 인상 고약한 사람들도 있다.
미국에서도 살아보고 한국에서도 살아보니 사람 사는 것 다 거기서 거기다라는 생각이 든다.
다 나하기에 달렸다는 말 또한 틀린 것이 없더라.
하지만 이 매너랑 배려라는 것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저절로 몸에 배어야 하나보다.
억지로 만들어내는 매너가 아니라 저절로 몸에 배인 매너가 나올 때 그 사람의 인성 또한 돋보이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먹고 살기에 바빠서 매너따위는 무시하고 살던 시절이 더 이상 아니다. 세계 어디를 가나 K-팝을 알고 K-드라마를 아는 그런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K- 장녀라는 말도 나왔듯이 이제는 좋은 뜻의 k-매너라는 것도 나왔으면 좋겠다.
매너 공부를 다시 한번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