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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Dec 31. 2023

2023년을 보내면서

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벌써 오늘로 2023년도 끝이 난다.


늘 이맘때가 다가오면 항상 똑같은 마음으로 별다른 특징 없이 한 해를 보내면서 또 새로운 새해를 맞이하곤 했는데 올해는 많은 색다른 경험을 했다.


2023년 1월 1일부터 제주도에 집을 보러 내려왔었다. 그전에 살던 집이 갑자기 팔리는 바람에 그야말로 정초부터 배 타고 바다 건너 이곳 제주도로 집을 구하러 다니느라고  추운 겨울에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서 2월 초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일사천리로 이사를 진행했었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칠십인 나이에도 나는 뭔가 새로운 일을 해야 할 때가 오면 행동이 굉장히 민첩해진다. 해야 할 것은 미적거리지 않고 후다닥 해치워 버린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일들이 생기면 절대 미리 고민 안 한다.  그때그때 닥칠 때 걱정하고 머리 아파해도 충분하고도 넘치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닥칠 때까지는 근심 걱정일랑 은 다 내려놓고 산다. 십 년 후까지도 걱정을 해대는 남편 하나만 미리 걱정을 해대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토록 원하던 제주도에서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면서 거의 반 년 이상은 새 집 가꾸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워낙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고 남다른 재주가 있는 우리 집 양반의 지극정성으로 집은 주위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예쁜 집이 됐다. 마당의 잔디는 잡초 하나 없이 파릇파릇하게 변하고 구석구석 우리 집 양반의 손이 안 간 곳이 없는 마당은 그야말로 내 눈에는 예술이 따로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손으로 다듬고 만들어진 정원이다 보니 더더욱 애착이 가고 예쁜 것 같다. 결코 비싼 돈을 들이지 않고 정원을 가꾸는 것이 우리 집 양반의 비결이다. 그 대신 돈보다도 소중한 정성과 사랑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보는 사람마다 멋지다고 감탄하는 것보다 우리 남편의 정성과 사랑이 보여서 감탄을 하는 것이다.



이 멋진 정원과 함께 제주도 집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나만의 케렌시아인 근사한 서재가 있다는 것이다. 그 추운 겨울에 집 보러 다니면서 고생을 하다가 이 집을 보는 순간 내 서재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한 것이다.


2층 복도 가운데에 테라스를 하려다가 방을 만들었다는데 우리한테는 이 방이야말로 이 집을 사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었던 것이다.


그전 살던 집에서도 서재라는 것이 있긴 했지만 방이 아닌 복도에다 만들다 보니 하루 종일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트로트 소리에 영 집중을 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먼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서재에서 문만 닫으면 아무리 아래층에서 트로트를 틀어대도 전혀 방해를 받지 않는다는 엄청난 나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이 서재 덕분이었는지 책도 잘 읽히고 필사도 열심히 하고 그러다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블로그 공부를  6월 초에 하게 된 것이다. 제주도 디지털 배움터라는 곳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그 길로 바로 등록을 해서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그토록 원하던 강의라는 것을 듣게 된 것이다.


그때의 설렘과 기쁨은 아직도 생생히 가슴에 남아있다. 6월 17일에 블로그에 첫 포스팅을 올리고는 자그마치 6개월이라는 기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1일 1포스팅을 했다.


그 덕분이었는지 지난 12월 11일에 전혀 기대도 못했던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이다. 나보고 작가님이라고 주위에서 웃으면서 해주는 이름이 너무도 감격스러워서 오죽하면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평소에도 글이라는 것을 쓰면서도 감히 ‘작가“라는 것은 꿈조차 꾸지도 않았었는데 그 멋있는 작가 타이틀을 드디어 나도 딴 것이었다. 업글할매 출세했다. 그리고 참 장하다.



2023년 올 한 해를 돌아보면서 정말로 자랑스러운 것은 블로그를 한 것과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을 최고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남편의 눈꼬리가 부드러워졌다. 그전에는 다 늙은 마누라 바라보는 눈초리가 사납더니 블로그 하면서 에드 포스트를 딴 것에 대해 아무나 못하는 것을 내가 했다면서 엄청나게 과장을 하면서 자랑을 했더니 그때부터 살짝 눈꼬리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브런치 작가가 됐다고 하니까 뭔지는 잘 모르면서도 와이프가 뭔가 대단한 것을 해낸 것 같은지 아주 많이 눈꼬리가 내려갔다. 워낙 타고난 기질이 센 양반이라 완전히는 안 내려갔지만 이러다가 만에 하나 내가 정말 책이라도 낸다면 아마도 그때는 완전히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과욕은 금물이라서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 않기로 했다. 그냥 하루하루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조금이라도 쓰면서 이렇게 올리고 있다는 것 자체로 지금의 나는 대 만족이다.



참 억척스럽게도 했다.

컴맹이었던 사람이 열심히 하니까

이렇게도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다.


정말 장하다. 업글할매야~~

2024년도 잘 부탁해 ^^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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