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오랜 이민 생활을 접고 거의 50년 만에 돌아온 우리 집 양반한테 한국 와서 제일 힘든 것이 뭐냐고 물었더니 바로 “쓰레기 버리기”라고 대답한다.
미국에 있을 때는 집에서든 가게에서든 모든 쓰레기와 청소를 도맡아서 하던 사람이 한국에서는 분리수거라는 것이 너무도 어렵고 힘들어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손을 놓는 바람에 결국은 내 일거리만 하나 더 늘었다.
한국에서 역이민이라는 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쓰레기 버리는 일이었다.
미국에서는 집마다 내 키만 한 쓰레기 통이 집집마다 주어져서 차고에도 놓고 온갖 쓰레기를 그것도 분리수거라는 것도 안 한 채로 버리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정해진 요일에 집 앞 도로 위에 갖다 놓기만 하면 쓰레기 수거차량이 와서 깨끗하게 비어 간다. 그러면 다시 차고로 갖다 놓으면 되는 것이다.
미국은 모든 주마다 법이 다르다 보니 이것 또한 주마다 다르긴 하다.
이렇게 어른 크기만 한 쓰레기통이 집집마다 있다 보니 아직도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통에다가 모든 잡동사니를 한꺼번에 쏟아붓는 것이 현재 미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우리 큰 딸만 하더라도 따로 분리수거 같은 것은 전혀 안 하고 그냥 주어진 쓰레기통 하나에 모든 것을 처리하고 있다.
알래스카 쓰레기통에는 약간 다른 특징이 있는데 수시로 곰이 출현하는 바람에 쓰레기통에 자물쇠를 채우는 경우도 있단다. 다행히 미국에서는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는 그때그때마다 싱크대에 있는 분쇄기에서 처리하니까 크게 냄새나는 일은 없다. 평소에는 외관상 보기가 안 좋아서 차고나 집 마당에다 놓고 쓰레기를 버리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정해진 요일에 집 앞 도로에다 내다 놓으면 쓰레기 수거차가 와서 바로바로 수거해 가니까 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한국처럼 음식물 잘못 버렸다가 벌금 내는 일도 없고 재활용 분리 잘못했다고 안 가지고 가는 일도 없고 그냥 집집마다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전혀 제대로 분리수거를 안 해도 아무 말도 안 하고 가져간다.
그래도 우리는 미국에 살면서도 대한민국 이민자들답게 나름 열심히 분류는 하고 살았는데 막상 한국으로 돌아와서 살다 보니 이 분리수거라는 것이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미국에서 살면서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쓰레기를 버리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생전 안 하던 까다로운 분리수거를 하려니까 처음에는 얼마나 어렵고 힘들던지 그야말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오죽하면 그렇게도 청소 좋아하는 양반이 손을 놓았을까…
유튜브 방송 보면서 배우고 읍 사무소 쫓아다니면서 물어도 보고 그러다 보니 지금은 거의 도사가 됐다 ^^
특히나 어려웠던 것이 음식물 분리수거였다.
인터넷 뒤져서 간신히 익힐만하면 또 언제 바뀌었는지 완전히 바뀌는 바람에 사람 참 헷갈리게 하기도 한다.
그전에는 귤껍질 같은 것은 일반 쓰레기 하고 하더니 이제는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란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만 ㅋㅋ
가장 힘들었던 것은 치킨 먹다 남은 것 처리하는 일…. 뼈만 따로 깨끗하게 발라서 버려야 한다기에 매번 치킨 남은 것을 살과 뼈를 따로 추리다 보니 어떨 때는 쓰레기 버리기가 힘들어서 치킨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있었다.
이럴 때 미국은 그냥 남은 것 통째로 버려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다음 어려웠던 것은 비닐 문제였다.
깨끗한 비닐은 비닐에 버리고 물기가 있거나 안에 내용물이 묻어있으면 일반 쓰레기란다.
그래도 비닐은 썩지를 않으니까 내용물이 묻은 비닐을 깨끗이 씻고 닦아서 다시 비닐에다 버린다.
치약 같은 것은 뚜껑은 플라스틱에 버리고 쓰던 치약은 일반 쓰레기란다.
플라스틱 병 버릴 때 필수 사항은 반드시 레벨을 떼고 버려야 한다는 것…
또 생수 플라스틱 통은 따로 버리고…
대충 이것만 가지고도 우리 집 양반뿐 아니라 외국에서 처음 오는 사람들은 무슨 고시공부도 아니고
어려워서 죽겠다고들 한다.
그래도 다행히 제주도에는 “재활용센터”라는 곳이 지역별로 있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다. 동네 가까운 곳에도 버리는 곳이 있지만 깨끗하지도 않고 시간이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로 정해져 있어서 사용하기에 불편이 있다.
일단은 집에서 나올 때 쓰레기를 차에다 싣고는 재활용센터까지 가는 것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그래도 24시간 운영에 항상 직원이 관리를 하고 있으니까 아주 깨끗해서 좋다. 잘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그냥 갖고 가서 하나하나 물어보면서 버린다.
음식물 쓰레기는 전용 카드를 하나 만들어서 무게에 따라서 계산하는 방식이다.
제주도는 대부분의 재활용센터가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덕분에 나는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날이 운동도 같이 할 수 있어 쓰레기 버리러 가는 것이 참 즐겁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이다.
아무래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전원주택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쓰레기 버리기는 훨씬 더 수월한 것 같다.
그래도 쓰레기 버리는 것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정말 대한민국이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 살고 있는 큰 딸이 지난번에 한국을 방문했다가 한 달가량을 머물고 가더니 온 세계가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해서 모두들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이 정말 잘하고 있다면서 감격을 하고 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알래스카는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후세를 위해 알래스카 자연보호에 앞장서 온 나라이다.
공장하나 없다. 모든 것을 다 제주도에서 말하는 식으로 육지에서 들여오다 보니 물가 또한 제주도처럼 미국 내에서도 비싸기로 소문난 곳이다.
이런 곳에서 사는 애가 한국의 분리수거 모습을 보고 감격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럽다.
우리 모두 지구 살리기 위한 운동에 동참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