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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미의 제주도 무모한 집

세바시 명강의 이야기

by 업글할매

윤영미 작가님이 < 영미투어 >를 운영하고 있다니까 영국과 미국을 가는 거냐고 묻는단다. 이름이 영미라서 그냥 영미투어라고 한 것인데 확실히 영국과 미국이 세기는 한가 보다.

<영미투어>를 시작한 것은 벌써 3~4년 전이었는데 벌써 열 번을 성공적으로 끝내셨단다.


우리나라 곳곳을 다녀왔고 가까운 일본도 다녀오셨단다. 지금은 11기 일본을 준비하고 있는데 5초 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단다. 좋아하는 콘서트나 내용 좋은 투어 같은 것을 구하고 싶어도 이렇게 시작하자마자 5초 안에 마감된다는 것을 무슨 재주로 잡겠는가~~ 빽이라도 있으면 써보고 싶다.


40~50대의 중년의 여성들을 딱 열 분만 모시고 아주 프리이빗 한 그런 여행을 한단다. 멋있을 것 같다. 나름 알찬 여행이 될 것 같기도 한데 왜 나이가 40~50대인가? 나 같은 칠십 할매는 아예 포기를 해야 하나보다. 괜히 함께 했다가 행여 민폐라도 끼칠까 봐 지레 겁부터 먹는다.


윤영미 작가님은 <영미투어>를 위해 제주도에 집도 마련했단다. 이름하여 “무모한 집”이다. 제주도의 돌담이 있는 마당에서 영화도 틀어놓고 음악 연주도 들으면서 멋진 디너를 한단다. 귤밭에서 바비큐 파티도 연다. 듣기만 해도 근사하다.


하지만 < 영미투어 >의 백미는 중년 여성들의 명치끝에 맺혀있는 화병을 풀어주는 것이란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죽고 나면 전부 다 사리가 나올 것 같다는 윤영미 아나운서님의 말씀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영미투어>에서는 단순히 놀고먹고 마시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보따리를 스스로 풀어놓는 장소라고 말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힘들게 꺼내놓고는 여행이 끝날 때쯤에는 어둡고 우울했던 주부들의 얼굴 표정이 완전히 환하게 바뀌어진단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자신의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쓰자면 소설이 최소 세 권은 넘을 거라고 한다. 윤영미 아나운서님은 우리의 이런 살아오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꼭! 스트레스”라는 이름을 지으셨단다.


옆집이 자동차를 바꿨으면 나도 꼭 바꿔야 하고 옆집 아들이 서울대를 가면 우리 집 아들도 꼭 서울대를 가야 한다. 등산을 가더라도 꼭 정상에까지 가야 하는 것도 꼭 스트레스의 하나이다.


의외로 요즘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 사람들한테도 “꼭 스트레스”가 있단다.


꼭 결혼을 해야 하나 …

꼭 애를 낳아야 하나…

꼭 직장을 다녀야 하나…


스트레스라는 녀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를 않나 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그다지 남과는 비교를 안 하고 살았는데 유독 나 자신에 대해서만큼은 이런 “꼭 스트레스”가 아주 심하게 있었던 것 같다. 학교를 다닐 때는 꼭 숙제를 마쳐야 했고 지각과 결석은 꼭 하지를 말아야 했다. 내 가게를 하면서도 남들보다 꼭 일찍 도착해야 했고 아무리 몸이 아파도 내 가게에서는 꼭 내가 자리를 잡고 있어야 했다.


은퇴라는 것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나는 이 “ 꼭 스트레스”에 파묻혀 사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 꼭 끝까지 읽어야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강의도 남들보다 꼭 일찍 도착한다.


반드시 꼭 내가 하지 않아도 이 세상은 저절로 잘만 돌아간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왜 이렇게 ”꼭 “해야만 하는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아마도 평생 살아온 습관이 몸에 배어서 일 것이다.


그래서 습관이 무서운가 보다.




윤영미 작가님이 막상 오십이 되고 육십이 되니까 그야말로 온몸에 안 아픈 곳이 하나도 없더란다. 심지어는 눈썹까지도 아프더라는 말에 웃지고 못하고 울지도 못했다. 그 심정을 겪어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는지를 그냥 아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님은 결심하셨단다. 다 내려놓기로… 그러자 눈에 들어온 곳이 바로 제주도였단다. 무조건 저질러 보자는 생각에 무턱대고 집을 지으셔서 이름이 “무모한 집”이 됐단다. 뭐든지 저지르지 않으면 결론이 안 나는 것 같다. 참 잘하신 것 같다.


무슨 새로운 트렌드처럼 많은 분들이 제주도로 이주를 하신다. 영혼의 자유를 찾아서란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이 아무런 대책 없이 무작정 내려온 사람들이 한 일 년 이상 살다 보면 많은 분들이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귀한 영혼의 자유를 찾으신다. 그냥 내려놓더라. 내려놓으니까 그다음은 알아서 해결이 되는 것 같다.


“무모한 집”


언제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


영미투어도 꼭 함께 하고 싶은데 나이가 많아서 아마 입장 불가일 것 같다.


무모한집이 유효한 집이 이미 된 것 같다.


이제는 작가로도 활동하고 계시는 윤영미 작가님한테 진심 어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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