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업글할매 Jan 15. 2024

진정한 디지털튜터란?

업글할매의 디지털 성장일기

자고나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이 “디지털세상”에 조금이라도 어르신들 편하게 해드리고자 하는 뜻에서 “디지털튜터”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어르신들이 집에서 조금이라도 이 편안한 기능을 마음놓고 활용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디지털서비스 직업이라고나 할까…


자식들한테 일일이 물어보자니 귀찮아하는 자식들 눈치보느라고 물어보지도 못하는 어르신들, 어디가서 음식을 시킬려고 해도이상하고 요상하게 생긴 “키오스크”라는 기계앞에서 마냥 쳐다만 보고 계시다가 발길을 돌리시는 어르신, 인터넷 뱅킹이 무서워서 아무리 바빠도 꼭 은행문을 두들겨야만 하는 어르신, 인터넷 쇼핑을 못하셔서 비가오나 눈이오나 아무리 몸이 물편해도 꼭 마트를 찾아다녀야하는 어르신, 배달앱을 모르셔서 일일이 전화로만 주문을 하셔야 하는데 요새는 아예 전화들을 안 받은 곳이 많아서 마음놓고 배달조차 못하시는 어르신들이 점점 늘어만 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디지털 세상에서 점점 더 소외되어가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디지털튜터”이다.


하지만 진정한 디지털튜터란  어떤 사람일까?




얼마전에 볼일이 있어서 읍사무소에 나갔다가 너무나도  감동스러운 장면을 보았다. 어느 어르신이 갑자기 다짜고짜 큰소리로 읍사무소 직원한테 호통을 치시고 있었다. 아마 무슨 연락을 기다리고 계셨나보다.


왜 연락이 없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는 어르신한테 직원분이 얌전하게 대답을 해줬다. "문자로 보내드렸는데요." 아마 전화 연락이 올 것이라고기다리고 계셨나보다.


"나 그런 것 몰라." 되려 큰 소리로 여전히 역정만 내시면서 문자 같은 것 나 몰라라고만

화를 내시기만 했다.


이때 안쪽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다른 여직원이 살며시 나오더니,  "아부지! 전화기 줘봐." 라고 말을 하더라. 그 어르신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계속 투덜투덜 거리고 계셨다.


난 처음에는 가족인줄 알았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부지…”라고 불러서 …


그리고는 그 직원분이 그 어르신 바로 옆으로 가서 어르신의 전화기를 받았다.


"아부지, 이것 보이지? 여기를 꾹 누르면 이렇게 글씨가 나오고, 다시 손가락으로 쫙 펼치면 이렇게 크게 보여. 아부지도 한번 해보셔. 그저 따라만 하면 돼."


어르신 옆에 진짜 딸처럼 바짝 붙어서 일일이 손으로 가르쳐주니까 그렇게도 소리를 빽빽질러대던 양반이 갑자기 순한 양이 되서는 시키는 대로 따라하고 있더라.


"어때? 참 쉽쥬? 거봐, 하면 된다니까."


지금까지 계속 화를 내고 계시던 그 어르신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이 함께 했나보다. 그러더니 연신 고맙다고 싱글벙글 웃으시면서 전화기를 소중히 가슴에 안고 읍사무소를 나가셨다.



이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진정한 디지털튜터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친 자식이라도 이렇게 친절하게 해 준다는 보장이 없다.


오죽하면 나는 그야말로 물어볼 때 돌아오는 반응이 너무도 치사해서 죽기살기로 공부를 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디지털튜터라는 것은 유창한 상식이나 엄청난 디지털 기술보다는 이렇게 따스하게 어르신들을 배려하고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이런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빨리 못알아들으신다고 짜증내지도 않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줄 줄 아는 그 마음, 이런 마음을 갖고 계시는 분이 "진정한 디지털튜터“이다.


우리모두 언젠가는 다 늙는다. 나도 내 나이가 이렇게 빨리 칠십이 넘을 줄은 정말 몰랐다.


우리모두 다함께 따뜻한 마음과 배려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면 남녀 노소 할 것없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올 것이다. 우리 모두 "진정한 디지털튜터“가 되자!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작가 된 후가 더 어렵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