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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Dec 21. 2023

글쓰기는 마라톤이란다

업글할매의 디지털 성장일기

얼마 전에 전혀 기대도 하지 못했던 브런치 작가에 당선이 됐다. 이제 막 글쓰기라는 걸음마를 시작하고 보니 제대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이왕 하는 것 하나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다.


칠십이라는 나이에 브런치라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내 생애 처음으로 작가라는 이름으로 남한테 보이는 글이라는 것을 쓰게 된 것이다.


감사일기라던가 그냥 일상의 일들을 기록하는 그런 평범한 일기만 써본 사람이  브런치라는 신기한 세상을 접하면서 오로지 나만 보는 글이 아닌 나 이외의 다른 사람도 작가라는 타이틀로 써진 내 글을 같이 본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가슴 두근거렸다.


그래서인지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이 한도 끝도 없다는 말처럼 공부에 대한 욕심이 남다르던 나는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또다시 새로운 욕심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이왕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으면 제대로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제대로 전달을 할 수가 있는지 그런  완전 기본기부터 되어있지를 않았다.


잘 쓰려고 하지도 않는다. 과시하려고도 안 한다. 그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런 기초를 탄탄히 하고 나서 제대로 된 진솔된 글을 한 번 써보고 싶은 것이다.


여기저기 유튜브 강좌에서 글쓰기 강의를 들어보는데 시작부터 또 꼬인다. 아무래도 유튜브 강의만 듣는다는 것이 나한테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컴맹 세대이다 보니 선생님 얼굴 마주 보면서 배워야 마음이 편하다. 모르는 것 있으면 용감하게 손 들어서 물어봐야 해결이 될 텐데 인터넷 강의라는 것은 직접 물어볼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어느 정도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한테는 이런 인강이라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것 같지가 않지만 우리 같은 컴맹 세대한테는 진도를 나가다가 모르는 것이 등장하면 그때부터 육중한 문이 철컥하고 닫혀버린다. 그때의 참담한 심정은 뭐라고 형언할 수가 없을 정도로 비참하고 또 초라하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제 작가라는 이름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저절로 글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이왕이면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은 것이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그저 할 수 있다는 것이 글쓰기에 대한 책을 부지런히 읽고 제일 만만한 유튜브에서 글쓰기에 대한 강의들만 열심히 찾아보게 된다.


어느 날 유튜브 강의에서 평소 좋아하던 남인숙 작가님이 글쓰기 강의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해 주시는 것을 찾았다. 반가운 마음에 또 부지런히 유튜브 강의를 들어봤다.


남인숙 작가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일상적 글쓰기가 동네 산책이라면 책 쓰기는 마라톤이란다. 동네 산책이라면 자신이 있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마라톤이라는 것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조금만 빨리 걸어도 숨이 차는 나이가 되고 보니 마라톤이라는 것은 시작도 하기 전에 지레 겁부터 난다.


우리 집 양반의 비아냥거리는 말이 귓가를 맴돈다. “그러게 집에서 나랑 트로트나 보면서 하루 세끼 밥이나 부지런히 해 ~~”


그래도 여전히 미련이 남아서인지 이번에는 또 강원국 작가님의 유튜브 강의를 무슨 말인지도 제대로 이해도 못하면서 듣고 또 듣는다.


모두들 글을 쓰면서 살아야 한단다. 내 생각을 글로 쓰지 않으면 그야말로 아무런 생각 없이 사는 삶이 된다는 작가님 말씀이 왜 이리도 가슴에 남는지 모르겠다.


나만의 콘텐츠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강원국 작가님 말씀에 또 한 번 휘청거린다. 뒤늦게 디지털 공부에 뛰어들면서 가장 머리 아프게 많이 들은 말이 바로 이 "콘텐츠"라는 말이다.


도대체가 무슨 말인 줄을 모르겠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가슴으로는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을 아마도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나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는데 콘텐츠라는 것이 왜 이리도 어려운 단어인지 알려고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진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옛날처럼 그 사람의 학벌이나 지위 따위가 콘텐츠가 되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엇을 좋아했었나, 무엇에 열광했었나, 무엇을 잘했나, 이런 것이 바로 콘텐츠가 된다고 강원국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난 과연 무엇을 좋아했었나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릴 때부터 남들이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공부를 좋아했었는데 4대 독자집의 셋째 딸로 태어나는 바람에 너무 일찌감치 필요 없는 철이 들어서하고 싶은 것을 입 밖에 내지도 못하고 살았다.


큰 언니처럼 나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고 작은 언니처럼 그림을 멋지게 그려보고도 싶었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못하고 그냥 뒤에서 묵묵히 지켜만 보면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하고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장도 도맡아 했다. 그 옛날에는 교정에 온 학생들이 모여서 애국가와 교가를 불렀는데 맨 앞에서 당당하고도 폼 나게 지휘자 노릇도 했다.


《 라떼는 말이야 ~~ 》


갑자기 그 시절이 너무도 그리워진다.


그런데 타고난 사주팔자가 안 좋다더니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 그 잘 나가던 집안이 쫄딱 망하면서 부모님이 한 달 사이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아마도 공부에 대한 미련을 자연스럽게 내려놓은 것이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산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지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이런 것을 묻는 자체가 사치였었다.


뭔가에 미쳐본 적이 있는가라는 강원국 작가님의 질문에는 너무도 할 말이 많다. 난 늘 무언가를 할 때는 그것이 돈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무조건 미쳐서 한다. 미국에서 설거지하는 일로 시작을 할 때도 미친 듯이 열심히 설거지를 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나만의 카페테리아를 운영하면서 나름 깨달은 것이 있었다. 일하러 오시는 분들의 설거지하는 모습만 봐도 아, 저 사람은 성공하겠다, 저 사람은 안 되겠다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었다.


미국에서 사는 한국 사람들은 희한하게도 설거지를 하러 와서는 꼭 한 마디하고 시작한다.


“내가 원래 이런 일 하던 사람이 아닌데 …“


난 그야말로 허구한 날 칼에 베이면서도 미친 듯이 설거지를 열심히 했더니 결국에는 사장이 됐다.


지금은 한국에 역이민이라는 것을 와서는 또다시 미친 듯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동안 지문이 닳도록 일을 하면서 바쁘고 고단하다는 핑계로 가까이하지 못했던 책도 아주 부지런히 읽고 있고 자고 나면 정신없이 바뀌는 이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디지털 공부라는 것도 나름 아주 열심히는 하고 있다. 이해를 못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남아있지만 잇츠, 오케이다!


이제는 감히 브런치까지 한다.


우리 집 양반 표현에 의하면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그 힘든 것을 뭐 하려 하느냐면서 혀를 끌끌 찬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길을 가련다.


이런 살아온 모든 것들이 전부 다 콘텐츠가 된다는 세상이라는데 문제는 이 살아온 콘텐츠라는 것을 어떻게 살려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글로 끄집어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아마도 또 계속 공부하고 연구를 해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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