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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쎄 Jun 07. 2023

협상의 달인

모든 일은 협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일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고, 동기를 부여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소통 과정을 겪어야 한다. 사장은 일을 시키기를 원하고, 직원은 일을 적당히 하기를 원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협상이 필요하다. 사장은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잠시 늦출 필요가 있고, 직원은 사장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목표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협상을 잘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필요를 파악하고, 그 필요를 어느 정도까지 맞추어 줄 것인가 하는 것과 관련이 된다.


협상에서 중요한 건 상대방의 필요를 알아채는 것이지만, 동시에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필요를 알았다고 협상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협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때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실제로 협상을 잘하는 사람은 시간을 길게 두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곧장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둘 이야기하면서 내 주장이 상대방에게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물론 가장 간단한 방법은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고, 즉각적으로 반응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원하게 만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꽤 길다.


나는 약 1년 전에 어느 예비저자의 글을 책으로 내고 싶어 출판사와 협상의 과정(?)을 지나야만 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 나는 즉각적으로 그 저자의 글이 책으로 나와야 한다는 확신을 대장님께 요청했는데, 대장님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고 했다. 나는 이것이 거절이라고 생각했고, 예비저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1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금 대장님은 그때 그 예비저자의 글을 다시 한번 받아 보는 게 어떤지 제안해 왔다. 물론 1년 동안 중간에서 계속해서 그 저자의 이름을 언급하고, 현재 하고 있는 활동을 말해주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인식할 수 있게끔 도왔다.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어느 시점에 결정을 요구하는 방아쇠를 당겨 글이 만들어지게끔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글 여섯 꼭지 정도를 받아 보자는 시점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그 글이 꼭 책으로 만들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나는 약간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닫기를 ’아, 협상의 시간을 짧게 두지 말고, 길-게 둔다면 완전히 불가능하진 않겠다.‘


인생을 길게 두고 볼 수 있다면, 그것이 지혜로운 사람의 눈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시야는 계속해서 가까운 곳을 보게 되고, 먼 곳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소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큰 일을 만들어가듯, 멀리 볼 수 있는 사람이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겠다. 한동안 유행했던 YOLO라는 단어도 인생이 한 번이라는 뜻이지, 짧다고 말한 적은 없다. 저마다 주어진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되 멀리 보고 살 수 있다면, 오늘 하루에 급급하지 않고 조금은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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