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종이 하나, 누군가는 이 한 장의 종이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 약 1년의 시간 동안 고군분투하며 다루었던 텍스트가 처음으로 디자인되어 하나의 종이로 구현되었다. 물론 여러 디자인 중 하나였지만, 나는 디자인 팀장님께 “기념으로 한 장 챙깁니다!” 하며 종이 한 장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본다. 소문에 의하면 어느 편집자는 처음으로 조판된 이 한 장의 종이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낭만… 그 잡채) 눈물까지는 아니지만 왠지 오늘은 나도 뿌듯했고, 뿌듯한 마음에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
어제는 성악을 전공하는 친구의 졸업연주를 축하해 주기 위해 먼 길을 떠났다. 한 번의 무대를 위해 몇 년의 시간을 쏟은 그 친구의 삶이 멋있어 보여, 열심히 박수를 쳤다. 그 박수는 단순히 한 번의 무대를 위한 박수가 아니었다. 대학교 4년, 그리고 대학원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학교를 오가고 나날이 연습하며 노력한 그 수고와 열정을 향한 박수였다. 그리고 고마웠다. 무언가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리고 성악가는 한 번의 무대로 자신의 열정을 보여줄 수 있다면, 편집자는 무엇으로 세상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물론 무대에서 책을 만드는 모습을 화려하게 보여줄 수 없지만, 한 권 한 권의 책을 통해 그 열정을 나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화려하지 않지만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의 과정, 그게 중요하리라 믿는다.
어느 직업은 눈에 보이게 화려한 결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어느 직업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누군가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호기롭게 나타낼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 어떤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며 홀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화려하거나 화려하지 않거나 그 과정 자체로도 충분히 멋진 인생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