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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쎄 Apr 19. 2023

편집자가 된 계기

글쓰기로 돈을 벌고 싶었다

하루는 친구가 내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글을 쓰는 게 취미라고 대답했다. 친구는 그건 취미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내게 글쓰기는 정말 취미였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글을 쓰고, 자기 전에 글을 쓰고,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고, 쉬는 시간에도 글을 쓰고, 카페에 가서 글을 썼다. 글을 쓰는 게 좋았고, 글을 쓰면 그냥 그게 재밌었다!

글을 쓰면서 돈을 벌 수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이는 서른쯤 되었는데, 글만 쓰고 있으니… 누군가는 내게 선비라고 했다. 말이 좋아 선비지, 다른 말로 그냥 백수다. 하하하. 그래서 나는 한 가지 다짐을 했다. “글을 써서 돈을 벌어 보자!” 하지만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기껏해야 블로그에 글을 써주는 그런 일들…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여기저기 ‘글쓰기’를 검색했다. 알바몬, 알바천국, 사람인, 잡코리아… 논술학원에 지원도 해보고, 면접도 보고, 실제로 자격도 취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을 가르친다,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며칠 일하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그러다 하나 발견하게 된 것은 ‘출판사 서포터즈’였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 소정의 상품을 준다고 했다. ‘그래, 이거라도 해보자’

책 한 권을 선물로 받고, 읽고, 글로 느낀점을 썼다. 그렇게 하나, 둘, 셋, 넷… 제일 열심히 써준 사람에게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준다고 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그 결과 문화상품권을 얻을 수 있었다. 글을 써서 처음으로 번 돈이었다. 하하하…

출판사 서포터즈를 잘 마치고, 담당하던 선생님이 무한 칭찬을 해주셨다. 글도 너무 잘 써주고, 성실하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그렇게 인연이 닿았고 출판사 대표님께도 나의 성실함(?)이 전달되었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 출판사의 어느 책 하나를 맡아 교정하고 리라이팅을 하고, 책을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편집자로서 일을 해보게 된 것이다.

하늘이 이끌었던 것일까. 서포터즈, 이 작은 일에서 시작해 출판사의 어느 책 하나를 편집하는 일까지.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그리고 이런 기적이 없다. 드라마를 써도 이런 드라마가 없을 것 같다. 만일 신이 있다면, 감사헌금을 드려야 할 정도 아닌가. 온 우주가 나의 삶을 돕는다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서포터즈, 내가 지금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한 최초의 계기였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성실하게 임하다 보면 언젠가 보상을 얻는다고 나는 믿는다. 작은 일에 온 마음을 다하면, 더 큰 일이 주어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작은 일에 열심을 다하지 못한 사람은 큰 일이 주어져도 그 기회를 얻지 못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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