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있었으니 끝이 있습니다.
아들의 10번의 상담이 2023년 12월 27일에 마무리 되었다.
그날은 아들이 생일이기도 했다.
가끔 식탁에 앉아서 상담을 한 내용을 얘기하기도 하고 자신의 정리된 생각들을 말하기도 했다. 난 그때 그때에 맞에 대응하고 말했으며 흥분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고 원하는것을 차분히 전달했다. 생각해 보면 참..작위적이지만 나에게도 전략과 전술이 필요했다. 살얼음판을 걷게 될때 누구도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침착한 사람과 균형잡힌 사고가 필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근 두달동안이 전쟁을 준비하는 마음이었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으면 억울하지만 수용해야 이해가 되는 날들이었다. 그 동안은 자칫 아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할까 맥주 한잔만 할뿐 술도 마시지 않았다. 술을 마신후 속에 있는 말들이 주저리 주저리 흘러 나오면 모든것이 낭패로 돌아갈것 같았다. 그런 내모습에 나도 놀랐다.
첫 아이를 가진후 임신성 당뇨라는 진단을 받았다. 임신이라는 상황으로 난 췌장이 약해져 있었고 밥을 많이 먹게 되어 당 수치가 높아지면 아이는 뱃속에서 사산이 될수도 있다는 임신성당뇨를 겪고 있는 모임에서 듣게 되었다. 임신을 하면 이것저것 먹고 싶은데 오뎅 하나, 사과 반쪽, 국물은 no, 잡곡밥 조금, 야채는 ok ,고기는 되도록 소고기로 식탁은 풍성하지만 풀과 야채 위주의 식단은 먹어도 먹은것 같지 않았다. 그 당시 먹고 싶은것이 많으나 음식을 조심해야 했고 식사를 하고 나면 다시 운동을 해야 했고 운동을 하고 난후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다시 운동을 해야했다. 임신을 하면 보통 10kg은 살이 찐다는데 난 출산을 할때까지 몸무게가 그대로였다.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은 어떤 임산부는 냉장고에 치킨이 있길래 너무 먹고 싶어 차가운 치킨을 이성을 잃고 먹었다는 글을 읽으며 먹는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무진장 공감이 되고 그로 인해 슬펐다. 무사히 뱃속에 아이가 건강하길 기원하며 음식 조절을 했고 혈당 측정기로 식전식후 10번정도를 매일 손가락을 찔러 피로 혈당을 측정했다. 항상 의사는 먹는것을 주의하라 당부했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데 임산부가 음식을 주의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것이 어떤 뜻인지 몰라 매일을 먹고 운동하는것을 반복했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그렇게 운동을 많이 한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하루에 3시간 정도는 걸었으니까. 식사후 동네 시장 쪽을 걷는것을 좋아했다. 그곳엔 만두 떡볶이 치킨 순대 곱창 오뎅 튀김 우동 설렁탕 순대국 갈비 내가 먹어선 안되는 음식들이 즐비했고 대신 눈으로만 보는것이 행복하다 느낀적은 처음이었다. 양껏 음식을 먹고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럽지만 내가 배부른듯 포만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늘 시장의 골목을 걸으면 운동을 했다.
그때도 나로 인해 아이가 잘못 되면 안된다는 절실함으로 그 시간을 견뎠다.
지금 또한 나로 인해 상처받을까봐 서운한것이 있으면 잠시 참고 있는 이 시기에 어떤 변수로 모든것이 무너진다면 참을수 없었을것이다. 아니 참았을것이다. 아들이 이 시기를 잘 넘길수만 있다면.
마지막 상담이 있는 날 "상담이 마무리 되어 간다는것을 느껴" "어떤데?" "상담 하면 할말이 없어져. 처음엔 이얘기 저얘기 하고 싶고 원하는 주제를 내가 정하고 선생님께 하자고 했는데 이젠 할말이 없어지고 선생님이 질문을 많이 해 점점 할말이 없어져가네 신기해"
시작이 있었으니 끝이 이렇게 있는거구나
어두운 터널을 지날때 끝이 없는듯 하지만 끝이 없을수가 없구나
임신성 당뇨가 되었을때 사람들을 보면서 포만감을 느꼈다고 했지만 언제쯤 순대국 한그릇을 혈당 생각하지 않고 먹을수 있을까 언제쯤 밥을 먹고 난후엔 운동하지 않고 누워있을수 있을까 힘들었었다. 물론 아이가 태어난후 잠도 못자고 어려운 일들은 계속 지속된다. 삶을 살아간다는것은 불행속에서 행복을 찾고 행복속에서 슬픔을 느낄수 있는 오묘한 느낌과 생각의 결합으로 유지된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는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딛고 있는 이곳에서 반드시 겪어야만 지나가는것들이 많다. 도망치지 않았음에 감사한다. 매 순간 하느님께 맡기고 기도하지 못하고 인간의 일이라 생각하며 나 혼자 짊어진 시간을 반성한다. 그리고 온전히 너를 믿지 못한것을 후회한다.
앞으로 힘든일이 있어도 나는 발전없이 퇴보할수도 있고 또다시 전전긍긍 할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끝은 있음으르 의심하지 않겠다. 그리고 다시한번 내 곁을 지켜준 모든 존재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너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