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우중캠핑

장마철이라는걸 알지만 반려견과 함께 갑니다

by 수풀향

코로나 전부터 그러니까 5년전부터였던것 같다. 캠핑을 시작한것이

갑자기 캠핑을 시작하고 이것저것 인터넷으로 사모으기를 시작했다. 남편은 몇날 며칠을 인터넷으로 비교해보고 난후 텐트를 하나 사고 또 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고민해서 타프를 샀다. 하나하나 장만하면서 기쁨보다는 저렇게 많은것을 사는데 내가 캠핑을 좋아할수 있을까 고민했다.


농부가 되고 싶다고 모임에 가면 독립운동가가 된듯 외쳤더니 지인이 가평의 별장앞에 있는 땅에서 1년동안 농사를 지어보라고 선뜻 빌려주셨다. 그때 내 인터넷 홈이 '더농부'였으며 지역마다 있는 농업기술센터를 즐겨찾기에 모조리 넣어놓고 스마트 팜이니 버티컬 팜이니 수경재배니 하는 단어가 나오면 귀신에 홀린듯 읽고 꿈을 키웠더랬다. 왜 농부가 그리 되고 싶었는지 생각해보니 머리를 쓰는 직업을 평생 하다보니 몸을 움직여서 하는 직업이었으면 했고 되도록이면 생활의 터전과 일터가 같고 공동체에 대한 꿈이 실현될수 있는 곳에서 50 이후의 삶을 살고 싶다는 아주 막연하고 웅장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난 상추는 물론 고추, 오이, 배추 어느것 하나 제대로 키워 본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좋아하지도 않았다. 꽃 키우는것을 좋아하는 엄마는 화초와 꽃이 피는것만 봐도 설레어 사는것이 행복이라고 느끼신다는데 난 도통 그런 마음이 절대 생기지가 않는다. 그런 내가 농부를 선택한것은 아마 지금처럼 좋아하는 일이 아니어도 참고 열심히 했듯 이후에도 미래에 대한 희망의 씨앗이 있다면 충분히 잘해내리라는 유아적인 발상이었다. 지금의 현실은 늘 힘들고 미래는 밝다 그리하여 이곳이 아닌 저곳으로 가면 나는 분명히 행복해지리라는 논리성이 전혀없는 추구심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15년전 아이들이 7살 4살이었을때 한창 돈을 벌어야 할 시기에 하던일을 그만두고 1년동안 여행을 가겠다고 아주 의기양양하게 선포한후 6개월도 채 못 채우고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꿈은 역시 꿈으로만 가지고 있어야한다...그것을 실행할때는 앞뒤옆을 바라보고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계획정도는 있어야지 '대충'으로만으로는 꿈을 향해 움직였지만 패배의식만을 남기고 만다라는 뼈져린 후회를 했음에도 슬금슬금 농부가 되고 싶다고 외치고 다녔었다..3년동안 농사를 지어본 결과 뿌리는것은 열심히 하나 수확의 기쁨이 늘 흐지부지 되었다. 자연속에서 키우는것이 즐겁기는 하나 그 과정에서 고단함은 키우는 즐거움을 넘어서서 3년을 끝으로 우리 부부는 어느누구도 먼저 농사에 농자도 꺼내지 않았다.


그런 내가 캠핑을 시작하겠다고 남편과 사모으는 저 많은 캠핑용품들이 혹여나 베란다에서 섞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시작도 하기전에 두려웠다. 물건 사기 좋아하는 남편도 우리부부가 시도했다 안맞는다는 결론을 냈던 많은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며 캠핑용품을 처음 사기 시작할때보다 더더 심사숙고 하는듯 보였고 진지하기까지 했다. 요번에도 캠핑이 맞지 않는다고 해도 난 저 용품들을 무조건 열심히 쓸 계획이며 뽕을 뽑을때까지 캠핑을 다닐것이다라고 결심을 했다.


삶에서 어떤일이, 혹은 어떤 직업이, 혹은 어떤 취미가 맞는지 안맞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희생이 필요한것이지 너무 걱정하지 말자이~!


맨처음 캠핑을 할때는 먼저 캠핑을 여러차례 다녀온 가족과 함께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리 가족끼리 가보면서 여름휴가도 캠핑으로 가보고 봄여름가을 한겨울 동계캠핑을 제외하고 드문드문 다녀왔다 다행히 캠핑용품들은 베란다에만 두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 한켠은 여행은 팬션이 편했고 해 먹는 음식보다는 사먹은 음식이 훨씬 편했다. 캠핑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물을 끓이는데도 설거지를 하는데도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많은 불편함이 있다. 그런 불편함을 간직한채 하게되는 캠핑은 즐거움반, 불편함반인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그만두지 않았던 이유는 또다시 선택한 것을 책임지지 못한고 흐지부지 하게 되는것이 싫었다. 그렇게 흥미없이 보내던 캠핑을 하던 어느날


그날도 힘들게 탠트를 치고 앉아 땀을 식히고 있었다. 캠핑은 기본으로 2박3일을 보냈고 남편과 저녁을 먹으려 준비중이었다. 해가 뉘엇뉘엇 지더니 금새 어둠이 찾아왔다. 그 어둠속에서 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한대의 차량이 보였다. 부부가 함께 텐트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어두운데.. 텐트 치는것이 어렵겠다..생각했다. 어느 캠퍼들의 모습처럼 평범했다. 우린 저녁을 먹고 맥주 한잔을 한뒤 남편과 아마 밀린 드라마를 정주행 하고 싶어 인어텐트로 들어가 드라마를 보고 잠을 잤다. 캠핑에서는 매너타임이 있어 캠핑장의 일정 시간이 되면 소등을 한다든지 모여서 술을 마시고 떠들지 못한다. 가끔 매너타임을 어기게 되면 짐을 싸서 나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렇듯 매너타임이 조용해야 하고 다른 캠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하야 한다. 그런 매너타임 시간이 지나고 잠을 자던중 화장실이 급해 나가는데 그때가 새벽 2시경이었던것 같다. 옆 텐트 부부가 그때까지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잠결에 얼핏 봤다. 그런 부부를 슬쩍 보고 화장실을 다녀온후 다시 들어와 잠을 자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부부의 모습을 또 한번 슬쩍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텐트를 걷고 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캠핑에서의 1박2일은 참 짧다. 텐트를 치고 음식을 준비하며 움직이는 고단함으로 우린 1박2일은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피곤하기만 한 일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1박2일을 밤늦게 와서 텐트를 치고 밤이 늦도록 얘기하고 아침일찍 차분히 움직이며 떠나는 부부를 보면서 그들의 캠핑이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나를 돌아보게 된것이다. 다들 자연속에서 자신의 짐을 살짝 벗어던질수 있는 공간을 찾아오는 이들, 화려한 여행보다 천천히 움직이며 여유를 느끼는 이들, 귀찮음과 고단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들 속에서 이유도 없이무언가를 참으며 캠핑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도대체 삶의 진지함과 방향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좀 답답했다. 늘 달리는것이 힘들면서도 달리려고 하고 멈추는것이 부러우면서도 용기를 내지 못하는 내모습, 안정을 뿌리처럼 부여잡고 변화를 불안이라 여기며 그저 앞을 보고 살아가는 나는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속에서 어쩌면 속물이면서 속물이고 싶지 않아 허황된 생각으로 똘똘 뭉친 내모습은 나에게 조차 솔직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부터 나도 모르게 캠핑이 좋아졌다 아주 많이. 귀찮아도, 힘들어도 좋았다. 화장실 가는것이 불편하고 샤워가 마음처럼 편치 않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오늘처럼 비가 온다는것을 알면서도 무더위와 장마를 피하지 않고 캠핑을 위해서 짐을 싸는 내가 된다는것은 참 다행이다.


어릴적엔 도전과 변화가 중요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 도전과 변화는 신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안정적이길 간절히 바랬던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들의 새로운 변화들을 탄력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를 바라볼때, 계획했던것이 일사천리로 흐르지 않아 불안했던 나를 보면서 난 나를 모르고 그저 일상속에 묻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나의 모순을 보지 못한채. 이러다가 죽는날까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채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그만 달려보자 그리고 나에게도 시간을 주고 살아보리라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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