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현상은 전혀 없었다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출퇴근을 한적이 있었다. 자전거로는 1시간 10분정도 걸어서는 2시간 걸으면 됐던 거리. 그때 아이들은 어렸다. 밤 10시 또는 새벽 1시에 퇴근을 했던 내가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출퇴근을 했던 이유는... 일과 집을 쳇바퀴돌듯 도는 일상속에서 나의 열정을 분출할 곳이 없었다. 에너지는 없었지만 내 안에 불타는 그것은 꺼지지 않았다. 밤 늦게 퇴근해서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을 챙기고 숨쉴틈 없이 집안일을 하고 난후 출근하고 퇴근을 반복하면서 몸은 바쁘게 지쳐갔지만 마음속에서는 해야할것을 하지 못하고 삶이 정체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한일이 열정의 분출구로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무조건 걷는 일이었다. 몸이 지칠때로 지쳐 생각이 없어지는 지경으로 몰자! 그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일주일에 책을 3~4권을 읽었다. 1년동안 꾸준히. 기록장도 쓰고 틈만 나면 달리듯 읽었다. 쉬지 않고. 어디에서 문리가 트일지는 모르나 그래 어느곳에서는 트이겠지 하며 읽었다. 읽다 가슴이 뛰어 벅차오르는 감동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삭혔다. 내가 모르는 세상 그속에서 난 숨쉬고 날았다. 책을 읽는 동안은 내가 책의 내용을 알고 있는줄 알았다. 그리고 삶에 적용시킬줄 알았다. 책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지혜를 줬다..생각했다. 힘든일 앞에서 이젠 의연해질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내공을 쌓았다고 믿었다.
그러다,
어릴적부터 술로 문제가 많았던 아버지와의 갈등이 잠잠했던 시기를 지나 다시 시작되었고 남편에게 아버지와 같은 술 문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일들이 터지게 되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을뿐인데 난 그저 책을 읽고 더 내가 단단할때까지 기다려주면 언젠가 더 확실한것을 잡게 되면 난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이런 문제들을 아프지 않게 해결할수 있을거라 굳게 믿었다. 경전을 많은 읽은 한 사람이 전염병이 돌게 된 마음에 들어갔을때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다. 자신이 읽은 경전은 이 마을에서 나에게도 사람들에게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뒤로 그 사람은 자신이 읽은 불교경전을 모두 불태웠으리라. 현실에서 아무힘도 발휘할수 없는 지식의 허망함을 알고 밤낮은 울었으리라....나처럼.
그래서 난 그 다음날로 책을 끊었다. 아버지와 남편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아니 저번보다 더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보면서 매일 시간을 아껴가며 책을 읽던 내모습이 허무했고 독서기록장에 마음에 남는 문구를 하나하나 적으면서 내 심장 저 깊은곳에 간직하고 싶은 보물처럼 귀하게 생각했던 그 시간들이 떠올라 더...힘들었다.
그렇게 난 책을 끊었다.
거실에 쌓인 책들속에 있는 먼지를 보면서 요즘은 애잔한 마음이 든다. 이제 다시 책을 든다면 달리지 않고 싶다. 세상 누군가도 알려주지 않는 정답을 알고 싶어 이책 저책 찾아 헤메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음미하고 가슴속 깊이 퍼질때를 기다리기도 하고 여러번 되뇌어 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함께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책을 잡는다면 난 또 달리고 싶어질것이다. 그것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갈테니 그때까지 그자리에서 기다려주길 바란다. 그때가 되면 더 사랑할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