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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냥한 김선생님 Feb 11. 2022

선생과 선생님

부모와 교사의 중간 즈음

절대로 몸싸움에서 질 것 같지 않던 둘째가 어린이집에서 팔뚝을 물려왔다. 고른 치열이 아이의 팔뚝에 선명하게 찍혀 '온 힘을 다해 앙~ 물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의 전화에 아이들이 놀다 보면 그럴 수 있다고 예의를 차려 대답했지만 속에서는 자꾸만 불이 났다.

"으아. '선생'들은 뭐 하는 거냐."

일의 원인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럽게 울었을 아들 녀석의 모습 그려지니 속이 상했다. 집에 돌아온 아이는 이미 해맑았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고양이와 노느라 거실에서 뒹굴뒹굴, 그러다 팔뚝이 생각났는지 티셔츠를 들어 올려 보여주더니  왜 물렸는지 자세히도 설명해줬다. (블록을 가지고 놀았는데 나도 초록색 블록이 필요했는데 걔가 너무 많이 갖고 있었는데, 하나만 달라고 했더니 안 줘서 선생님한테 일렀더니...... 구구절절) 아이를 안고서 그랬어? 이제 안 아파? 다독이다가 신을 차렸다.

아참, 나 '선생'이지. 그래 나도 '선생님'이지.

그게 선생님 탓이냐. 바로 눈앞에서도 순식간에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이들인 것을 내내 겪어왔잖아!  셀프 토닥토닥. 간사하구먼, 선생님일 때의 마음과 부모일 때의 마음이 이리 다르다. 

(기까지는 어제의 마음)


다음날!

어제 둘째를 물었던 아이 엄마가 선물꾸러미를 보냈다.

초코과자 하나, 음료수 하나, 상처연고.

그리고 사과 한 개!

선물 꾸러미의 사과가 너무 귀여워서 한참 웃었다.


 내 마음을 돌이켜보았다.

"으아. '선생'들은 뭐 하는 거냐."라고 했던 나의 마음.

그리곤 다시금 깨달았다.

부모들은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의 탓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식이 다쳐서 온, 그 속상한 마음에 대한 위로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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