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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냥한 김선생님 Feb 18. 2022

신규교사 임용평가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나도 알아 그 마음

"관리번호 3번입니다."

같은 한 문장을 이야기하는데도 어떤 사람은 경쾌하고 단정하고 힘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나긋나긋하고 수줍기도 하다.  짧은 시간 동안 앞에 앉은 면접관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자리, 최대한 능력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게 되는 모습이 보인다. 평가를 받았던 자리에서 평가를 하는 자리에 앉아보니, 받는 입장이나 하는 입장이나 어느 것도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신규교사 임용시험에 평가자로 참여하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덜컥 겁이 났다.

"아니, 제가 감히 임용평가라니요. " 

다른 사람의 인생에 관여한다는 것이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으로 다가왔다.  유치원 교사 임용시험은 언제나 치열하다. 유아교육과를 나오면 2급 정교사로 교직을 시작하게 된다. 3년제와 4년제, 사범대학 여부를 따져 호봉이 달라질 뿐 모두가 2급 정교사로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어린이집으로, 어떤 사람은 사립 유치원으로,  어떤 사람은 국공립유치원에서 교직을 시작하는데 국공립유치원에서 근무하려면 임용고사를 봐야 하고 경쟁률은 어마무시하다. 물론 일반 공무원 시험보다는 경쟁률이 덜하겠지만, 교사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응시할 수 있다는 전제로 보면 경쟁률이 무섭기도 하다.


 단정하게 빗어 올린 머리, 단아한 원피스와 색깔을 맞춘 듯한  구두, 가지런히 내려놓은 손이지만 긴장한 것이 눈에 가득 보인다. 다가가서 괜찮다고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곁눈질로 옆에 앉은 원장 선생님, 장학사님들의 능숙하고 엄숙한 표정을 확인하고 다시 긴장한다. 평가위원 업무 매뉴얼을 읽고 또 읽어 벌써 페이지가 너덜 해졌다. 평가 직전에 받은 평가기준을 눈을 부릅뜨고 보고 또 본다. 면접자의 이야기를 혹시 놓치게 될까 봐 열심히 받아 적기로 한다. 면접을 끝내고 응시자가 나가자마자 기준에 맞춰 채점을 한다. 숨 가쁘게 적어놓았던 글들에서 숨겨져 있던 기준점을 찾아 점수를 챙겨놓고 빠진 부분들을 감점하면서 내 동생 인양 아쉬워한다. "아유, 이걸 얘기했어야지. " 안타깝지만 다음 면접자가 들어오고, 또다시 긴장한다.


 잠시 평가를 멈추고 쉬는 시간, 옆자리에 앉은 근엄한 평가위원이 "얼마나 고생했겠어. 다들 그동안."라고 한숨 쉰다.  누군가의 자식들이었지만, 그 자리에서는 내 자식이 된 듯하다. 모두의 마음이 그러한가 보다.  


긴장된 시간들이 지나갔다. 집에 돌아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바로 소파에 널브러졌다.

내가 평가했던 인연들이 다 붙었으면 좋겠다.  잠시 생각했다.


신규교사 발령 공고가 뜬다고 한다. 신규교사 인사를 할 때 아~ 저 선생님! 하고 반가웠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요즘 신규 선생님들 수업도 너무 잘하고 다들 왜 이렇게 똑똑한가.  분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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