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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냥한 김선생님 Jan 26. 2022

선생님!  병신~ 병신~

놀라지 말아요. 변신로봇 이야기

"선생님~ 병신~ 짠, 이거 봐 봐요. 병신!"

맙소사, 이게 무슨 소리야? 내 귀를 의심하고 재차 묻는다.

"뭐라고? 선생님 잘 못 들었어. 다시 말해줄래?"

"병신~ " 해맑게 웃는 우리 곰돌이다.

놀라지 말자. 변신로봇을 말하는 거다.

"아~ 변. 신. 로봇 말하는 거야?" 힘을 주어 바른 말하기를 보여주는 중이다.

 "네!! 병신 로봇. 멋있지요? 어제 할아버지가 사줬어요."

순수하게 못 알아듣는 내 죄가 크다.


"예쁘게 그려줘서 고마워!"


순수한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가끔 혼자만의 죄를 짓는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은 못 알아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와서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그 아이의 집에 들어가 앉아 있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필터링이라는 단어도, 체면 차림이라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없다. 날 것 그대로의 느낌으로 때로는 다큐를 보고, 코미디쇼를 본다. 물론, 나는 안 들리고, 아무것도 들은 적 없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래야 할 때가 있다.


"선생님,어제 우리 아빠가 엄마를 때렸어요."

"뭐라고? 엄마를 때려? 그래서 엄마는 어떻게 했어?"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아이가 받았을 상처와 가정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예상하고 마음이 다급해졌는데 아이는 너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우리 엄마는 막 웃었어요."

아우 이런,  다행이야.  두 분, 아직도 연애하시?

"선생님, 우리 아빠랑 어제 같이 목욕했어요. 물 폭포 놀이하고 아빠랑 거품도 만들고. 근데 우리 아빠는 되게 크다요?(이하 생략......)"

응? 그래? 아......! 그래. 이제 다른 놀이 뭘 할까? 변신로봇 잘 갖고 놀아? 애써 다른 이야기로 돌려본다. 그만 얘기해도 될 것 같아. 하지 마 하지 마.  나도 안 듣고 싶다.

하원 시간, 하필 그날 그 아이의 아빠가 데리러 오셨다. 나의 어색한 미소를 그분도 아셨을까. 최대한 친절하게, 최대한 재빠른 응대로 아이와 아빠를 보내드렸다.  나는 응큼한 사람이 아니다. 절대.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하고, 어디 가서 하지 못할 이야기 들이다.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아~"

, 그런데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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