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가끔 혼자만의 죄를 짓는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은 못 알아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와서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그 아이의 집에 들어가 앉아 있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필터링이라는 단어도, 체면 차림이라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없다. 날 것 그대로의 느낌으로 때로는 다큐를 보고, 코미디쇼를 본다. 물론, 나는 안 들리고, 아무것도 들은 적 없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래야 할 때가 있다.
"선생님,어제 우리 아빠가 엄마를 때렸어요."
"뭐라고? 엄마를 때려? 그래서 엄마는 어떻게 했어?"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아이가 받았을 상처와 가정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예상하고 마음이 다급해졌는데 아이는 너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우리 엄마는 막 웃었어요."
아우 이런, 다행이야. 두 분, 아직도 연애하시니?
"선생님, 우리 아빠랑 어제 같이 목욕했어요. 물 폭포 놀이하고 아빠랑 거품도 만들고. 근데 우리 아빠는 되게 크다요?(이하 생략......)"
응? 그래? 아......! 그래. 이제 다른 놀이 뭘 할까? 변신로봇 잘 갖고 놀아? 애써 다른 이야기로 돌려본다. 그만 얘기해도 될 것 같아. 하지 마 하지 마. 나도 안 듣고 싶다.
하원 시간, 하필 그날 그 아이의 아빠가 데리러 오셨다. 나의 어색한 미소를 그분도 아셨을까. 최대한 친절하게, 최대한 재빠른 응대로 아이와 아빠를 보내드렸다. 나는 응큼한 사람이 아니다.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