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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냥한 김선생님 Jan 26. 2022

우리 애는 안 물어요

"우리 애는 안 물어요. "

네, 그럼요.  강아지도 물면 안 되는 세상인데 하물며 사람은요. 그렇게 막 물면 사람 노릇하기 힘들죠.  그런데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어머님 댁의 아이가 물었어요.


유치원에서 난감한 상황일 때가 이렇게  물고 물리고,  다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이다. 미숙한 아이들은 늘 사고의 위험이 있다. 차라리 혼자 그랬으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두 아이 이상 얽혀 일어난 일은 조금 복잡해진다. 야박하지만 요즘은 변호사들을 대동할 만큼 커다란 사건이 되기도 한다. 사건 사고는 늘 한순간이라  지켜보고 있을 때 벌어지면 바로 떼어놓기라도 할 텐데, 우리 곰돌이들은 많고 이벤트는 수두룩이라 세세하게 지켜보지 못할 때가 있다. 지켜보고 있어도 어쩜 그렇게 쥐어뜯고 물어버리는 일은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는지, 이럴 때 객관적인 발생 상황을 두 아이의 집에 잘 전달하고, 조율하고,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드리는 일련의 과정이 섬세하지만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하루를 넘기면 안 되고 반드시 아이들이 집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완료가 되어야 한다. 부모의 마음은 모두 똑같은 것 아닌가,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속상하다. 그래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하지만 또 너무 빠른 고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걱정하고 속상한 시간이 길어지면 몇몇 부모님들은 시나리오를  각색하기 시작한다. 보통 그 시나리오의 결말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우리 애가 괴롭힘을 받나요? 왕따인가요? 어제도 혼자 놀았다고 하는데?"

"단지 놀이시간에 뛰다가 서로 부딪히고 그래서 살짝 긁힌 건데요. 거의 상처도 잘 안 보여요. 하지만 어머니 속상하실 까 봐 미리 전화드렸어요. "

그래서 아주 긴급한 사고가 아니면 하원 하기 1시간 전쯤에 알린다.  


아이들이 다치면 그 모습을 보는 교사도 많이 속상하다.  거기에 책임감을 더하고, 수습절차를 더해 진이 빠질 만큼 지치게 된다. 그래서 최대한 안 다치고 무사히 하루가 지나갔으면 하고 바란다.  친한 선생님의  책상에는 "오늘도 무사히"가 적혀 있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기도하는 사진이 있다.


그런데 꼭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 돌리는 경우도 있다.

책의 모서리는 생각보다 많이 날카롭고 위험하다

"아니 우리 애가 저 집 애를 책으로 때려서 이마가 찢어질 때까지 선생님은 뭐했어요?"

저는 뭐 했을까요?

놀람, 경악, 안돼!!! 소리지르기(여기까지 0.5초)

이마의 흐르는 피를 닦으며 정신줄 놓고 달려간 응급실에서 오히려 이마가 찢어진 그 아이의 엄마가 나를 위로했다. "애들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어요. 선생님 탓 아니에요. "

많이 울었다. 속상하고 속상해서. 고마워서. 미안해서.


내 탓은 아니지만 내 탓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일은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


모두가 마음의 평화를 이룰 때까지, 이너 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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