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어느 날, 비가 주룩주룩 내렸어요.
은아는 엄마와 슈퍼마켓에서 나와 집으로 가고 있었어요.
비 오는 날은 옷도 젖고 신발도 젖고 나가서 뛰어놀 수 도 없어서 비가 자주 오는 게 싫었어요.
"엄마, 지렁이야. 지렁이가 기어가고 있어."
"지렁이가 숨을 쉬려고 나왔나 보구나"
엄마는 지렁이가 왜 흙 밖으로 나오는지 설명해 줬어요.
집으로 온 은아는 지렁이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고 휴대폰으로 지렁이를 찾아보았어요.
며칠 뒤, 비가 내리자 은아는 우비를 입고 신나게 아파트 화단으로 내려갔어요.
"지렁이다. 또 나왔네. 내가 집으로 보내줄게"
지렁이를 보자 은아는 환하게 웃으며 화단의 나뭇잎을 주웠어요.
나뭇잎으로 지렁이를 들어 올리자 지렁이는 꿈틀꿈틀 하다가 바닥에 떨어졌어요.
"그럼 다쳐! 가만히 있어."
은아는 지렁이를 야단쳤어요.
"나뭇잎으로는 안 되겠네. 나뭇가지를 써야겠다."
은아는 화단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피다가 적당한 나뭇가지를 찾았어요.
'이 정도면 되겠어. 얼른 지렁이를 흙으로 보내줘야지!'
은아는 신이 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뭇가지로 지렁이를 다시 들어 올렸어요. 그리고는 화단으로 안전하게 옮겨주었어요.
은아는 아파트 화단을 따라 걸어갔어요.
"찾았다. 너도 나왔구나!"
지렁이를 볼 때마다 은아는 나뭇가지로 지렁이를 주워 화단의 흙으로 넣어주었어요.
"얘야, 여기서 뭐하니?"
"지렁이 줍고 있어요."
"지렁이? 징그럽지 않아?"
길 가운데를 막고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은아를 보고 동네 할머니가 궁금해하며 물었어요.
"네. 징그럽지 않아요. 할머니도 지렁이를 알게 되면 징그럽지 않을 걸요."
은아는 할머니께 지렁이 박사가 된 것처럼 열심히 설명했어요.
"할머니, 지렁이는 비가 오면 흙속에서 숨을 쉴 수 없어서 나오는 거래요. 지렁이는 흙을 깨끗하게 해주는 동물이고 지렁이가 싼 똥은 흙을 건강하게 해 줘요. 지렁이를 그대로 두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밟혀 죽을 거예요. 살려줘야 해요."
"이제 비가 그칠 텐데. 그럼 지렁이도 알아서 집으로 돌아갈 거야. 너도 집에 들어가렴."
할머니의 말씀에 은아는 하늘을 쳐다보았어요. 구름이 어느새 사라지고 맑은 하늘이 보였어요.
'아, 해가 비치면 지렁이가 위험한데...'
은아는 햇빛이 비치면 지렁이가 말라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할머니. 지렁이는 참 고마운 동물이에요. 그런 동물이 말라죽으면 안되겠죠?
할머니도 지렁이와 친구가 되어주세요"
"그렇구나. 할머니도 친구가 되어볼까?"
은아는 나뭇가지를 올려 보이며 말했어요.
"지렁이는 사람의 손으로 잡으면 화상을 입어요"
"그래서 나뭇가지를 쓰고 있었구나.
그럼 할머니에게 나뭇가지를 좀 빌려줄래?"
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할머니께 나뭇가지를 드렸어요.
그리고 새로운 나뭇가지를 주워 들었어요.
할머니는 지렁이를 주워 화단의 흙으로 보내주었어요.
"할머니 잘하시네요!"
은아의 칭찬에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셨어요.
나는 지렁이를 줍는 아이, 조은아예요.
아홉 살이고 동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랍니다.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비 오는 날 길에 지렁이가 있는지 살펴봐 주세요.
지렁이를 보면 밟지 말고 지나가 주세요.
나뭇가지로 지렁이를 주워 흙으로 옮겨주면 더 좋고요.
흙 속에 지렁이가 많으면 흙이 건강해지거든요.
난 앞으로도 계속 지렁이를 주울 거예요.
난 "지렁이 줍는 아이"니까요.
그리고 이제는 비 오는 날이 좋아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