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어화 Aug 08. 2021

아픈 만큼 성숙? 아프지 말았으면!

-생리통에 관하여-

첫 생리를 했을 때 난 중학교 2학년이었다.

엄마는 손빨래를 하면서 팬티에 갈색 이물질이 묻는 걸 알고 계셨다.

나는 '이게 뭐지?' 하며 팬티를 벗어두기에 바빴지만.

그러다 생리를 하게 되자 엄마는 천기저귀를 꺼내 주며 팬티 안에 넣으라고 하셨다.

피가 나온다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천기저귀는 기분을 더 엉망으로 만들었다.

'생리대가 천기저귀야? 내가 아기인가...'

이렇게 시작된 나의 생리는 몇 달의 천기저귀 사용에서 공장에서 생산된 일반 생리대로 바뀌었다. 사실 천기저귀가 요즘의 유기농, 오가닉이라 불리는 천연 생리대인 걸 그때는 몰랐었다. 그리고 엄마의 정성이었다는 것도.

나의 생리 시작은 여자가 되었다고 축하를 받는 일도 없었고 나 홀로 조용히 처리하고 넘어가야 하는 번거로운 월중행사가 되었다.


딸아이는 중학교 1학년 , 첫 생리를 했다.

평소 팬티에 뭔가 묻는다는 딸에게

자궁이 아기를 낳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거라고

피가 묻으면 말해달라고 했다.

그날은 왔고 요즘은 초등학생부터 성교육을 시작해서 그런지 딸은 덤덤히 받아들였다.

그날 저녁, 우리는 성년식 기념 파티를 했다.

케이크를 사고 아빠에게 알려 일찍 들어오라고 하고 오빠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며 앞으로 여동생을 배려해줘야 할 부분들을 안내했다.

가족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딸은 당당히 본인이 원하는 바를 요구했다.

"엄마, 아빠! 아이폰 갖고 싶어요."

딸아이의 생리 시작은 여자가 되었음을 축하받고 원하는 선물을 얻었으며 사춘기 감정 기복과 더불어 본인이 감당해야 할 월중행사가 되었다.


생리를 시작한다는 것은 축하받을 일이다.

아이에서 여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생리통이다!!! 


고등학생이 되자 공부의 스트레스까지 겹쳐 생리통이 심해졌다.

진통제는 내성이 생겨 좋지 않다고 해서

참고 견디는 날은 식은땀이 나고 정신은 혼미해졌으며 생리통으로 인해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최악인 날은 위로 모두 토해내야 했다.

정말 응급실로 가기 일보 직전까지의 상황이 되곤 했다.


그 아픔과 통증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래서 첫날은 무조건 진통제를 먹어야 했다.

밀려올 통증의 쓰나미를 겪지 않기 위해.

그러고도 2~3일간은 쉬는 시간마다 책상에 엎드려 있어야만 했다.


솔직히 생리와 생리통으로 인해

내가 여자인 것이 정말 싫었다! 

지금은 폐경기가 다가오는 나이지만

여전히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생리는 생활 속에서 많은 걸림돌이 된다.

한 달의 생활 중 10일은 그 영향권에서 지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은 진통제를 먹지 않는다.

한약도 먹고 찜질용 복대도 하고 생리통에 좋다는 음식을 먹으며 조금씩 나아졌고

아이를 낳으면서 생리통은 거의 없어졌다.

15년이 넘는 생리통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지만

이제 딸이 그 터널속으로 들어갈까 걱정이 된다.

터널이 없는 도로로 순탄하게 나아가길 바란다.

엄마의 마음이기도 하지만

같은 여자로서! 진심으로!


"엄마, 배 아파!"

배를 움켜잡으며 구부정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내 딸도 그런 통증과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모든 딸아이들의 생리통이 없길 바란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하지만,

생리통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다.

내 딸은 "여자인 게 싫어!"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많이 아파?진통제 먹을 정도야?"

"아니."

핫팩과 따뜻한 꿀차를 준비하며

마음은 여전히 짠하다...

작가의 이전글 아빠는 꼴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