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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어화 Aug 07. 2021

아빠는 꼴등!

금요일 저녁, 아빠가 일찍 들어오셨어요.

"저녁 뭐 먹을까요?"

엄마의 말에 우리는 한마음 한 뜻으로 입을 모아 "치킨!"을 외쳤어요.

"금요일은 뭐니 뭐니 해도 치킨이죠!"

오빠는 신이 나서 말했어요.

주문한 치킨은 노릇하고 바삭하게 잘 튀겨져 있었어요.

오빠와 아빠는 닭다리를 하나씩 뜯었고 부드러운 살코기를 좋아하는 나와 엄마는 닭날개를 먹었어요.

나은이에게 점수를 얻고 싶었던 아빠는 슬쩍 말을 걸었어요.

"나은이에게 아빠는 몇 등이야?"

"아빠는 꼴등! 지금은."

나은이가 차분하고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빠가 꼴등이야? 왜? 그럼 1등은 누구야?"

아빠는 눈이 동그래지며 물었어요.

엄마와 오빠도 나를 쳐다보며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어요.

"친구!"

나은이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친구라고 말했어요.

"그럼 엄마는 몇 등이야?"

살짝 실망한 엄마는 나은이에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어요.

"엄마는 3등!"

"뭐라고? 3등? 2등이 아니라 3등?, 그럼 2등은 누구야?"

엄마는 생각하지 못한 등수에 놀라시며 2등이 누구인지 물었어요.

" 2등은... 오빠야. 오빠가 현재 2등이야."

아빠가 꼴등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오빠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어요.

"내가 왜? "

"게임할 때 오빠랑 내가 한 편이잖아. 오빠가 날 많이 도와주니까!"

오빠는 2등이라는 등수에 놀랬다가 게임 이야기를 꺼내자 이해가 되었어요.

"그럼 아빠는 4등이네. 4등!"

"아냐, 아빠는 꼴등이야. 꼴등이라고 말했는데 까먹었어?"

아빠는 4등이라도 되어 보려고 노력하셨지만 나은이는 딱 잘라 말했어요.

"내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 아빠는 4등이 아니지."

"아빠가 그 정도야? 강아지나 고양이보다 아래야?"

아빠는 다소 충격을 먹은 표정을 지으셨어요.

"응. 아빠는 늘 바쁘고 나만 보면 잔소리하잖아."

"그럼 아빠가 너랑 놀아주고 잔소리도 안 하면 몇 등이 될까?"

아빠는 간절한 눈빛을 나은이에게 보냈어요.

"아빠, 애쓰지 마. 난 이제 아빠와 놀 나이가 아니야."

아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치킨을 내려놓았어요.

엄마와 오빠는 걱정 반, 위로 반의 눈빛으로 아빠를 바라보았어요.

"다들 왜 그래? 아빠가 꼴등이어도 내 아빠란 건 바뀌지 않아.

꼴등이어도 나의 등수에는 항상 들어있어!"

나은이는 치킨을 먹으며 아빠를 쳐다보았어요.

'유치하게 왜 그래? 내 아빠면서!?'

나은이는 아빠를 째려보며 윙크를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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