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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어화 Aug 11. 2021

날아오른 아기오리

-미운 아기오리가 없기를-

어느 화창한 오후, 어미 오리가 품고 있던 알들의 껍질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어요.

'어머, 아기 오리들이 나오려나 봐.'

어미 오리는 기뻐하며 알들을 지켜보았어요.

가느다란 금들이 점점 뻗어나갔어요.

알 속에서 아기 오리가 힘들게 껍질을 깨며 고개를 내밀었어요.

"잘했어! 기특하네~!"

그런데 마지막 알은 그대로였어요.

다음날, 드디어 알 표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막내 오리는 나오지 못하고 있었어요.

어미 오리는 부리로 알을 쪼아주었어요.

"껍질이 딱딱하구나. 힘내라 막내야!"

한참을 쪼자 막내가 힘들게 고개를 꺼냈어요.

있는 힘을 다해 막내는 알 밖으로 나왔어요.

"막내야 수고했어. 힘들었지?"

어미 오리는 막내를 기특하게 바라보았어요.

그렇게 저는 무사히 태어났답니다.


"아싸, 물놀이다~!"

며칠 후, 우리들은 뽀송뽀송한 털을 자랑하며 물놀이 갈 준비를 했어요.

형과 누나 오리들은 나의 회색빛 털을 보며

"먹구름이 온다. 먹구름!"이라고 불렀어요.

나는 회색빛 털이 싫었고 나의 털 색깔만 다른 것이 속상했어요.

'난 왜 이 모양이지? 거무죽죽하고...'

"막내야, 먹구름은 비를 내리고 나면 멋진 흰구름이 된단다. 너의 털 색깔도 조만간 새하얗게 될 거야. 

넌 멋진 아이란다. 뒤에서 잘 따라오렴."

아빠의 말에 나는 고개를 쳐들며 크게 소리 질렀어요.

"네. 아빠!"

아빠 오리와 아기 오리들은 호수로 가서 수영을 배웠어요. 나는 형과 누나들보다 더 힘차게 발질을 했어요. 그리고 고개를 물속에 넣으며 잠수하는 법도 열심히 연습했어요.

"막내는 수영을 정말 잘해."

"그건 나도 인정!"

형과 누나들의 칭찬에 나는 날갯짓을 하며 물장난을 치고 우쭐대며 수영을 했어요.

형과 누나들이 "먹구름"이라 부르는 게 싫긴 했지만, 우린 사이좋게 잘 지냈어요.

우리들은 엄마 오리의 따뜻한 품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아빠 오리에게 수영법과 사냥법을 배우며 무럭무럭 컸답니다.


가을이 되자, 형과 누나들은 새하얀 털에 노란 부리와 물갈퀴를 지닌 청년 오리가 되었어요.

하지만 나는 형, 누나들과 조금 달랐어요.

"엄마, 막내는 우리와 달라요."

"네. 부리에 검은색 무늬가 있고 발도 검은색이에요."

"맞아요. 몸집도 우리보다 커요."

"날개도 크고 날갯짓이 어찌나 강한지 진짜 날겠다니까요."

엄마 오리는 형과 누나 오리들의 말을 들으며 결심한 듯 말했어요.

"때가 된 것 같구나. 가족모임을 해야겠어."

그날 저녁, 저녁식사를 하가족들 모두 앞마당에 모였어요.

"모두 잘 들어라. 특히 막내야.

엄마가 너를 정말 사랑하는 거 알지?

그리고 우리 모두는 가족이란 거."

엄마 오리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어요.

아빠 오리엄마 오리 어깨를 감싸 안으며 눈빛으로 이제 말하라는 신호를 보냈어요.

"음... 막내가 너희들과 다르게 생긴 건...

엄마와 아빠가 낳은 알이 아니라

가슴으로 품은 알이기 때문이란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형과 누나 오리들이 정신없이 물었고

나는 충격을 받아 멍하니 있었어요.

'내가 가슴으로 품은 이라니! 내가?'

아빠 오리는 형과 누나들을 진정시켰어요.

엄마 오리는 나를 안아주며 말했어요.

"작년 겨울에 백조 부부가 알을 낳기 위해 호수로 날아왔었단다. 겨울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데 하루는 밤새 도록 비가 엄청나게 내렸어.

다음날 백조 부부가 정신없이 호수 주변을 살피고 있었지..."

엄마는 그날의 일을 떠올렸어요.


-------------------------------

"무슨 일이에요? 뭘 찾고 있나요?"

"제 알을 찾고 있어요.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는데 아직 보이지 않아요!"

백조 부부는 새벽부터 알을 찾느라 기진맥진이었고 엄마 백조는 더 이상 찾아다닐 힘도 없어 보였어요.

"도와주세요. 제 알을 찾아야 해요."

엄마 백조는 눈물을 흘리며 부탁을 했어요.

엄마 오리도 알을 낳을 준비를 하고 있던 터라 안타까운 마음에 열심히 백조 알을 찾아보았어요.

하지만 백조의 알을 찾을 수 없었어요.

겨울이 끝날 즈음 백조 가족은 호수를 떠나야만 했어요. 백조 가족은 겨울에만 이 호수로 와서 지내는 철새였기 때문이에요.

"오리 아주머니, 저희가 떠난 뒤에라도 제 알을..."

"네. 알겠어요. 저희가 계속 찾아볼게요."

"죄송하지만 꼭 부탁드려요. 다시 돌아올게요."

백조 가족은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랐고

엄마 백조는 눈물을 흘리며 호수 주변을 한참 동안 맴돌다 결국 떠났답니다.

그렇게 백조 가족이 떠나고 봄이 찾아왔어요.

엄마 오리개의 알을 낳았어요.

"여보, 백조 알은 찾았어요?"

"아뇨. 매일 찾고 있는데..."

"알이 깨졌거나 다른 동물에게 먹히진 않았겠죠?"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어딘가에 무사히 있을지 모르니 오늘도 찾아볼게요."

아빠 오리는 엄마 오리를 안심시키고 먹이랑 알을 찾기 위해 나섰어요.

'오늘은 늪지대로 가봐야겠군.'

아빠 오리는 희망을 품고 늪지대로 갔어요.

이리저리 살피다가 진흙으로 덮인 둥근 물체를 보았어요.

"여보, 여보, 알을 찾았아요!!!"

아빠 오리는 알이 깨질까 조심해서 둥지에 내려놓으며 말했어요.

"어머! 기적이에요. 어디서 찾았어요?"

"늪지대에서요. 진흙뻘 속에 있었어요."

엄마 오리는 알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어요.

"알이 깨지지 않았어요. 부드러운 진흙 때문인 것 같아요. 정말 다행이에요."

"건강하게 태어나겠지요?"

"네. 제가 정성을 다해 품을게요."

엄마 오리는 혀로 진흙을 핥아 씻어주고 알을 따뜻한 가슴으로 품었답니다.

'아가야, 살아있지? 넌 꼭 살아야 해!

넌 강한 아이야. 힘내!'

------------------------------


엄마 오리는 나의 얼굴을 감싸 안고 눈을 마주하며 말했어요.

"막내야. 넌 오리가 아니라 백조란다."

"아니에요. 엄마! 거짓말이죠?

 엄마의 막내아들이라고요!"

"맞아. 엄마의 막내아들이야. 그건 바뀌지 않아."

"그런데 왜 백조라고 해요?  오리예요!"

묵묵히 지켜보던 아빠 오리가 다가와 말했어요.

"막내야. 너는 기적이란다.

오리든 백조든 내 아들이고.

하늘이 맺어준 아들!"

"그만하세요. 난 기적이 아니라 오리여야 한다고요."

나는 엄마의 두 손을 뿌리치며 내달렸어요.

눈물이 흘러내려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냥 무작정 달렸어요.

저 멀리서 오리가족들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답니다.


어느새 나는 호숫가에 도착해 있었어요.

호수에 비친 나의 모습이 보였어요.

"난 오리야. 백조가 아냐!"

호수에 머리를 박으며 울부짖었어요.

정신없이 울다 지친 나는 호수 위에 누웠어요.

어둑어둑해진 호수 위로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고 있었어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멍하니 물결을 따라 하염없이 떠다녔어요.

'엄마와 아빠, 가족들이 보고 싶어...'


아침이 되자, 오리가족들은 막내를 찾으러 나섰어요.

"이제 찾으러 가요. 걱정돼서 안 되겠어요."

"그래요. 혼자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을 거예요."

"저희들도 찾아볼게요."

잠시 뒤, 아빠 오리는 호수 위에 떠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막내야."

"아빠"

밤새 울어서 더 이상 눈물은 나오지 않았어요.

"아빠, 난 어떻게 해야 해요?"

"어떻게 하긴.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가족들과 살면 되지. 넌 아직 배울 것도 많아."

"하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단다. 다만..."

"왜요? 제가 또 알아야 할 게 있나요?"

"다만... 겨울이 되면...

너의 부모님과 가족들이 널 찾으러 올 거야."

"네? 그럼 헤어져야 하나요? 싫어요!"

"그게 아냐. 너의 친부모님도 너를 우리들만큼 사랑하셔. 떠나는 날까지 널 찾아다니셨어."

"그래도 떠났잖아요. 날 두고."

"그건 어쩔 수 없었어. 넌 늪지대까지 떠내려갔었고 진흙뻘에 묻혀 찾을 수 없었어. 너의 부모는 철새라 겨울 동안만 여기서 지내고 떠나야 했고."

"그럼 나도 떠나야겠네요? 백조니까."

아빠 오리는 막내의 말에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누구나 어른이 되면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하는 거야. 형과 누나들도 마찬가지고. 아빠는 네가 백조의 삶을 살면서 넓은 세상을 경험했으면 해."

"전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요. 혼란스럽고 지금 이 모든 것들이 거짓이면 좋겠어요."

"그렇겠지. 시간이 필요한 거 알아.

넌 강한 아이지만 이번 일로 더 강해질 거라 믿어."

"아빠, 우리 집으로 가요. 가족들이 보고 싶어요."

집으로 돌아온 막내는 가족들을 보자 다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어요.

'그만 울자. 난 강한 아이야' 

나는 씩씩하게 눈물을 삼켰답니다.


늦가을이 되었어요.

아빠와 함께 날갯짓을 하며 날기 연습을 했어요. 날갯짓 연습이 쉽지는 않았지만 몸이 조금씩 날아오를 땐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날아오르는 것보다 호수 위로 살포시 내려 앉는 것이 훨씬 어려웠어요.

"먹구름, 아니 흰구름! 착지할 땐 속도를 줄여야지."

"막내야, 오른쪽 날개에 너무 힘이 들어갔어."

"다시 해봐. 이번엔 성공할 거야."

"그래. 우리 막내 힘내~!"

나의 별명은 먹구름에서 "흰구름"으로 바뀌었고 형과 누나들의 응원을 받으며 멋진 백조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답니다.


겨울이 되었어요.

호수의 수풀더미에서 백조들을 기다리며 하늘을 쳐다보던 나는 백조 무리가 우아한 모습으로 호수에 내려앉는 걸 보았어요.

'나를 낳아준 엄마와 아빠가 오셨을까?'

"막내야. 나가보자"

아빠 오리는 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어요.

"넌 멋진 백조로 잘 자랐어. 너의 친부모님도 기뻐하실 거야."

엄마 오리는 앞장서서 호수로 들어갔어요.

백조 무리 중 한쌍의 백조가 엄마 오리 쪽으로 다가왔어요.

"오리 아주머니, 저예요. 저! 혹시..."

"네. 알을 찾았답니다."

"어머나! 정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일 년 동안 제 아이가 무사하기만 빌었어요."

엄마 백조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 물었어요.

"혹시 살아있나요? 아님..."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엄마 백조는 엄마 오리를 쳐다보며 말했어요.

"건강하게 잘 자랐답니다. 막내야 나오렴!"

떨리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아빠 오리의 응원을 받으며 나는 수풀을 헤치고 나왔어요.

"어머. 살아있었구나. 정말 고마워.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 백조는 큰 날개로 나를 감싸 안았고 아빠 백조는 눈물을 흘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저희 아이를 살려주시고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평생 은인이십니다."

아빠 백조는 오리 부부에게 다가가 말했어요.

그해 겨울, 오리가족과 백조 가족은 한가족처럼 행복하게 지냈어요. 나는 두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오리가 아닌 백조'라는 충격의 늪에서 다시 한번 빠져나올 수 있었답니다.


봄이 다가왔어요.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고 결심을 해야 했어요.

"엄마, 아빠! 봄이 되면 난 떠나야겠죠?"

"그럼. 떠나야지."

"백조 부모님과 가족들도 좋지만...

난 우리 가족이 더 좋아요. 가고 싶지 않아요."

"알아. 네 마음도 이해되지만 넌 다 컸단다.

이제 독립할 때가 되었어."

"엄만, 제가 떠나도 괜찮겠어요?"

"막내야. 엄마는 너를 처음 만났을 때 살아만 있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네가 강하고 멋진 아이로 커 가는 걸 보며 늘 감사했어.

떠나는 게 슬프긴 하지만

엄마는 기쁘게 널 보낼 거야.

엄만 괜찮아."

"겨울에 돌아올 거잖아. 안 그래? 아들!"

"네. 꼭 돌아올 거죠."

"그래. 두렵기도 하겠지만 널 믿고 날아오르렴."

엄마와 아빠의 응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답니다.

'그래. 난 강하다.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보자.' 


봄이 되어 나는 백조 가족들과 날아올랐어요.

하늘에서 본 호수와 나의 보금자리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그 따스함은 하늘만큼 컸어요.

"잘 다녀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사랑해. 막내야."

오리가족들의 배웅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백조 가족들 속에서 나는 크게 외쳤어요.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그렇게 호수에서 두 가족은 헤어졌답니다.


다음  봄,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었어요.

오리가족은 이미 호수로 나와 있었어요.

"엄마, 아빠! 저예요.

 다녀왔습니다!"

멋지고 강인한 백조 한 마리가 제일 먼저 호수 위로 내려왔답니다.


'보고 싶었어요! 사랑합니다!'


P.S. 작가의 말 >>>

장기 실종 아동 수 839명!

현재까지 실종신고가 접수된 1년 이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그중 2020년 한 해 사라진 아이 152명!

<출처: EBS 다큐 it

사라진 아이 사라지지 않는 슬픔>


5월 25일, 실종아동의 날!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한국 실종아동의 날로 정하고 매년 행사를 개최하여 실종 아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환기시키고 실종 예방을 위해 애쓰고 있다.

올해의 슬로건은 아래와 같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군가가 간절히 찾고 있는 가족일 수 있습니다."


<정인이 사건>, <당근 마켓 아기 입양 사건> 

입양 아동과 관련된 끔찍한 사건들!


코로나19로 인해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른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증가!


가족의 의미와 가족 속에서 아이들의 입지는

어떠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이다.


모든 아이들은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행복을 느끼며

심신이 올바르게 성장해야 한다.

그것은 명백한 부모와 어른들, 사회의 몫이다.


"날아오른 아기오리" 동화를 통해

실종아동에 대한 관심과 입양 가족에 대한 인식에 바람직한 변화가 날아오르길 바란다.

실종 아이들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길 바라며,

입양된 아이들이 가족의 품에서 행복하게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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