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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어화 Nov 27. 2021

WITH 사춘기-2화

당면 사리

애들 아빠가 나주곰탕 2팩을 사 왔다. 아이들이 곰탕이나 갈비탕, 돼지국밥 등 고기가 재료인 국과 탕은 모두 잘 먹기 때문이다.

참고로 부산은 돼지국밥을 즐겨먹는데 아들과 딸, 모두 부추와 새우젓을 넣어가며 국밥을 잘 먹는다.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땐 이런 냉동된 국거리만 있으면 한 끼가 해결된다.

"맛있다길래 사 왔는데."

"곰탕이네요. 잘 사 왔네요. 냉동실에 넣어둘게요."

그렇게 곰탕 두팩은 냉동실에 보관되었다.


금요일 저녁, 신랑이 냉장고 문을 열더니 곰탕 팩을 꺼냈다.

"맛이 궁금한데 저녁으로 곰탕 먹어봐."

"알았어요. 찬물이 담가놓으세요."

나는 신랑이 곰탕 팩을 담그는 것을 보고 얼른 자른 당면을 꺼냈다.


지난번 갈비탕을 먹을 때 소면을 삶아서 함께 말아먹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딸은 갈비탕 옆에 놓인 소면을 보며 한마디 했다.

"엄마, 당면이 아니라 소면이네."

"응. 소면 삶았는데 당면이 좋아?"

"응"

"그럼 다음엔 당면 삶아 줄게."

"응"


당면은 삶는 시간이 길기에 곰탕이 해동될 동안 얼른 자른 당면과 냄비를 준비했다.

당면이 끓는 동안 곰탕을 냄비에 옮겨 끓이기 시작했다. 당면이 한참 끓어 꼬들한 부분이 없이 오동통하면서 잘 씹히는 정도가 되자 곰탕도 끓기 시작했다.

불을 끄고 찬물에 헹궈 당면을 준비했다.

시간상으로는 완벽했다.

당면을 끓고 있는 곰탕 국물에 살짝 토렴을 하고 그릇에 담았다. 파와 후춧가루를 준비했다.

저녁 준비가 다 되었다.

"저녁식사합시다~"

"와~이건 뭐예요?"

아들의 감탄에 아빠가 사 온 나주곰탕이라고 설명하고 당면도 함께 먹으라고 했다.

"맛있어요."

"음. 맛있다고 해서 사 왔는데 괜찮네."

두 남자의 음식 평은 좋았다.

그런데 1차 딴지가 들어왔다.

"난 안 먹어. 지금 배 안 고파."

헐~했지만 한 소리하면 되돌아오는 건 나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걸 알기에...

"알았어. 나중에 먹어."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한 시간쯤 지나 딸이 안방 문을 열었다.

"이제 배고파. 밥 줘."

"응. 식탁에 있어. 데워줄게."

식탁 위 밥상보를 들자 딸은 곰탕 그릇을 보더니

"국물 색깔이 왜 이래?"

"나주곰탕이라 그런가 봐. 고기도 맛있고 국물도 맛있던데 먹어봐."

"싫어. 곰탕은 아이보리나 노란색이어야지 이건 색깔이 이상해."

"뭐가 이상해. 고깃국물 색깔이지."

딸은 국색깔에 이어 2차 딴지를 걸었다.

"당면이야?!"

"응. 지난번에 당면을 말해서 당면 삶았어."

"그래도 당면보다 소면이지."


'헉~! 이건 뭐지?'


내색은 못하면서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소면 삶아줄까?"

"아니, 당면 먹을 거야. 그런데 국물이 없잖아."

"당면이 퍼져서 그래."

나는 당면을 따로 꺼내 그릇으로 옮겼다.

당면이 많이 불어있긴 했다. 1시간이나 지났으니 당연한 결과였지만 다행히 국물을 다 빨아먹진 않아 국그릇에 한 그릇 정도의 국물이 남아있었다.

"이것밖에 안되네. 나도 한 그릇 먹고 싶단 말이야."

"당면 때문에 국물이 줄긴 했지만 한 그릇 되니까 먹어."

"싫어. 국물 양이 적잖아. 그리고 당면도 먹을 건데 당면은 왜 빼놓았어."

"국물부터 데워야지. 당면 넣어두면 국물이 더 없어져."

"색깔도 이상하고 국물도 별로 없고."

"그럼 먹지 마. 밥에 김자반 올려먹어."

"싫어. 나도 곰탕 먹을 거야."

"그럼 데워서 먹어. 엄마한테 왜 자꾸 딴지를 거는데?"

"그냥. 엄마니까."

그냥이란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엄마도 여기까지야. 네가 알아서 해.

먹든 말든."

그리고 나는 방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데워 먹을 거면서 왜 저러는지 몰라."

나의 투덜거림에 애들 아빠는 딸이 어이없다는 듯 실없는 웃음을 내보였다.


잠시 뒤, 다시 안방 문이 열렸다.

중1 딸이 방문 앞에 서서 말했다.

"다 먹었어. 맛이 없어서 밥도 조금만 먹고 국물도 좀 남겼어."

그리고는 맞은편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불어 터진 남은 당면을 버리고 설거지를 했다.


'가씨나(여자아이를 일컫는 부산  사투리), 잘 먹을 거면서 괜한 딴지를 걸고.

엄마가 제일 만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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