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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어화 Apr 01. 2023

이기적인 답변

착하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바르게 살자"

운전을 하다 보면 곳곳에 세워진 커다란 돌덩이에 적혀있는 말이다.


"마음이 착해야지"

모든 사람들이 겉면이 아닌 내면이 착해야 함을 강조하며 하는 말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착하게 사는 게 정답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착하게 살아보니 그렇게 사는 사람이 더 많은 피해를 보게 되고 더 많은 것들을 감당해야 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있어서

교우관계에 있어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국가에서

착한 사람에게는 늘 이런 상황이 일어난.


백번을 잘하다 한번 못하면/못해주면

더 욕을 듣는다.

왜? 평소에 그러지 않기 때문에.

잘했었기 때문에...


백번을 못하다 한번 잘하면/잘해주면

더 고마워하고 심지어 감동까지 받는다.

왜? 평소에 그러지 않기 때문에.

못했었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다들 착하게 살라고 하지만

착한 사람보다 못된 사람, 성질 더러운 사람이

살아간다.

(여기서 잘 산다는 의미는 마음이 편한 상태,

정신적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왜냐면,

성질 더러운 사람은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에 워낙 지랄 맞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는 것이 속 편하기 때문이다.

한편,

성질 더러운 사람, 본인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성질로 다 토해버리기 때문이다.

다 토해버리고는 시원한 마음으로 토해버린 말조차 기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주변 사람들은

"똥이 무서워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고 말한다.

더러워 피한다고 하면서도 스트레스는 받는다.

착하기 때문에 그리고 누군가가 토해낸 말들을

마음에 담아두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왜?

내가 뭘 잘못했나... 실수라도 했나... 라며

되뇌며 생각하기 때문에.


학창 시절을 되돌아봐도

성질 더러운 아이들은 자유롭게 생활하며 지냈다.

못된 행동은 다 하고 어쩌다 한번 수업이라도 바르게 들으면 선생님들의 칭찬을 들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착한 아이들은 열심히 생활하다가 한 번쯤 수업시간에 딴짓이라도 하면

선생님들의 주의를 들어야 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근무태도가 엉망이고 조퇴를 밥 먹듯이 하고 업무도 엉망인 동료는 "그러거니~"하고 재낀다.

하지만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또 다른 일이라고"

근무태도가 성실하고 근무시간 동안 열심히 일하고 업무도 잘 처리하는 동료에게는

더 많은 일거리가 쏟아진다.

물론 보상도 따른다.

"수고했어요, 잘했네요. 등등" 동료의 말 한마디!


시월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안부전화도 안 하고 생신, 명절 용돈도 잘 안 챙기다가

어쩌다 한번 용돈이라도 챙겨드리

"웬일로, 이런 걸~ 고맙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안부전화도 자주 하고 생신, 명절마다 용돈과 선물을 꼬박꼬박 챙기다

어쩌다 한번 평소보다 약소하게 챙겨드리면

"요즘 바쁘냐? 이번엔 이게 뭐냐?"라는 섭섭한 소리를 듣는다.


남편의 말을 인용해 보면

군대에서도 늘 잘해주는 상사보다는

빡시고 엄격하다가 어쩌다 한번 PX에서 간식을 사주는 상사가 가뭄 뒤에 단비처럼 반김을 받고 감사의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지금껏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요즘은 '이게 맞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적당히 나 위주로 근무하고 화가 나면 성질을 부리면서 나도 마음 편히 살아도 되지 않을까?


"착한 사람, 딸, 아내, 엄마, 며느리, 직장 동료"란

착함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면서

나 혼자 마음을 다치고 정신적, 심리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돌아오는 말은,

"넌 착하잖아. 그런데 왜? 왜 그러는데?"라는...

이기적인 답변인데 이렇게 사는 것이 맞을까?


"이제까지 잘해왔잖아, 살던 대로 착하게 살아"라는

이기적인 답변이 아니라

"이제까지 힘들었겠구나. 너도 네 하고픈대로 살아"라는 이기적인 답변이 필요한데.


착함은 마음의 됨됨이이고 성품인데

생활에서의 착함은 순종의 행동으로 포장되기 쉽다. 그래서 착한 사람은 거절을 잘하지 못한다.

살면서 "착함"은 나를 나답게 살지 못하도록

가두는 울타리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아니요!"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때로는 "못하겠습니다.", "이건 제 일이 아닙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착함의 마음이 아니라 이성의 판단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이제는 이기적인 답변을 듣기만 할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답변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살아도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기에.

그래서

나는 오늘, 이기적인 답변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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