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9
유투브 알고리즘으로 <SM의 2015년>이라는 제목으로 플레이리스트 영상이 떴다. 2015년 SM 대단했지. 영상을 클릭해서 익숙한 노래들을 들었다. 종현이의 ‘데자-부(Deja-Boo)’가 나왔다. 종현이의 데자-부가 나왔던 15년 1월, 겨울, 나는 어린이집 실습 중이었다. 실습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는데, 종현이 솔로로 노래가 나온다고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늘 종현이의 데자부를 들으면 15년도 초, 실습의 혹독함을 맛보았던 겨울이 떠오른다.
데자-부를 듣자 종현이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졌다. 그래서 유투브에 <종현 노래모음> 검색한 뒤, 눈에 들어온 영상 하나를 클릭했다. 첫 곡으로 ‘산하엽’이 나왔다. 처음 샤이니에 입덕해서 수록곡을 계속 돌려들었던, 노래하나 꽂히면 반복재생으로 계속 들었던 기억이 났다. 산하엽도 그렇게 계속 한 곡 반복재생으로 들었던 노래 중 하나다. 한때 많이 들어 익숙한 종현이의 목소리가 지금 왜 이렇게 눈물이 나게 할까. ‘노래로 위로를 받았다’는 표현처럼 정말 위로를 받은 것일까.
한 번도 대화 나눈 적이 없는 아이돌-팬인 관계건만 종현이가 보고 싶고, 종현이의 2023년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이제는 내가 나이로는 오빠인 종현이의 나이를 넘은지도 오래다. 종현이의 데자-부에서 시작되어 마구 키보드 타자를 내리쳐서 내 생각을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가고 있다.
너무 길게 본론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렇게 글 쓰는 걸 좋아했었다. 아니, 지금도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걸 멀리 돌아와 늦게 깨달았다.
나는 학창시절 과목 중에서 국어를 제일 좋아했고, 말장난이나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언어유희도 무척 좋아하고,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옛 속담을 매우 신봉한다. 배운 사람의 공감 지능 높은 다정한 말들과 은유적인 시적 표현에 환장한다. 진심으로 안타까울 때 하는 말은 “왜 저렇게 말을 하지? 다르게 말할 수도 있을 텐데.”이다.
그래서 무심하게 툭 하나 내뱉은 말 한 마디에 혼자 끙끙대며 앓기도 하고, 마음을 울리는 문장 하나를 하루 종일 곱씹어보며 오래오래 좋아한다. 그런 말들, 문장 하나하나에 감정이 휘둘리는 게 싫어서 이렇게 혼자 시간을 가질 때 감성에 젖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피했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나는 노래를 들을 때 멜로디보다 가사를 먼저 본다. 그래서 가사를 쓰는 작사가 김종현의 면모도 참 좋아했었다. 종현이의 이 감성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지금도 계속 종현이의 노래를 듣고 있다. 너무 좋다. 익숙한 멜로디와 이미 녹음되어 변하지 않는 종현이의 목소리가 안정감을 준다. 잠시 미뤄두었던 감정들이 한차례 지나간 빗물에 불어난 강물처럼 흘러나와 키보드에 얹은 손가락을 쉬지 않고 계속 움직여댔다.
울고 싶은 기분이다. 그래서 실제로 울었다. 나는 웃음이 많고, 화도 많고, 눈물도 많다. 근데 이 중에서 우는 게 제일 힘들다. 현실적인 이유로, 비염인 이기 때문에 울면 코가 막혀서 괴롭다. 그래서 운만큼 코를 풀어야한다.
그러므로 글을 쓰자.
꾸준히
오래오래
글을 쓰자
그래서 이 얼키설키 뒤엉켜있는 이 감정들을 풀어보자.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고 내 감정을 제 3자가 보듯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대체로 우울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거나 할 때 글을 휘갈겨 쓰기가 좋다. 일부러 저조한 기분을 유지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기억은 휘발되지만 글은 남는다.
좋은 날, 좋은 글들만 남기고 싶지만 이런 동굴 속을 파고들어가는 글들도 존재한다.
괜찮다. 이 글을 퇴고 할 때는 이미 기분이 풀려있다.
그러므로 글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