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버 모니터

by 몽구

[리노버 모니터]

딸아이가 사놓고 안쓰던
휴대용 모니터가 있다.
완전 새것이다.

딸아이가 당근에 팔아달라고 해서
5만원에 내놓았는데
바로 콜이 들어온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시세를 알아보니
30-40만원!!

얼른 금액을
20만원으로 조정했더니
한 학생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 그거 4년전 모델이라
20만원에는 안 될 겁니다.
- 그럼 얼마에 사겠어요?
- 처음 올리신 5만원이 적당한 것 같아요.
- 오세요.

우리집에 도착한 학생은
외모부터가 [준수]하다.
청년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자꾸 말을 시키게 된다.

학생이 가져온 노트북은
300만원짜리 최고사양이라고 하며
여타 기기들이 화려하기 짝이 없다.
자신이 가지고 온 노트북에
연결하였지만 모니터는 반응이 없다.

- 어디서 왔어요?
- 신림동이요.

순간 서울대가 떠올랐지만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겠다.
30분 동안 끙끙거리다가
포기하고 거래는 무산되었다.

나는 딱 보니까
모니터 불량으로 감지되었는데
조금 뒤 학생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알아보니 호환 케이블이 있다면서
지금 준비해서 다시
방문해도 되겠냐고 한다.

그때 시각이 저녁 8시.
너무 늦었으니 내일 오라고 했는데
학생의 준수한 외모가 다시 떠오른다.
카톡 프사에 떠있는 여자친구 또한
청순미 가득한 아름다운 소녀다.

다음날 아침 모니터를
아파트 1층 입구 우편함에 넣고
학생에게 문자를 보낸다.

학생이 그렇게 갖고 싶어하니
그냥 드릴게요.
우편함에 넣어놓았으니
아무 때가 와서 가져가시고
작동이 되면 알려주세요.
대신 내가 컴퓨터에 대해
궁금한 것 질문하면
도와주시면 되요.

수업이 끝나 저녁 늦게
수령해 가더니
케이블 교체 후
정상 작동이 된다는 문자가 왔다.

그 뒤로 우리는
몇번의 문자 교환이 있었다.
그는 취업 일과가 고되다는 투정을,
나는 컴 에러에 관한 질문을 하면서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썩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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