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동물의 뿔

by 몽구

[초식동물의 뿔]

야생에서,
사자의 사냥 장면은 다이나믹하여
항상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숫사자의 머리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그 송곳니로 초식동물의 목을 뚫고
250키로에 육박하는
몸무게로 매달리면
제 아무리 거대한
들소나 기린이라도
힘들게 버티다가 결국 쓰러진다.

간혹 대응을 잘할 경우
자신의 뿔로
사자의 몸을 관통하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지만
항상 사자의 경동맥 습격이
한발 앞선다.

초식동물의 무기는 뿔이다.
그런데 뿔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
[옆]으로 퍼진 뿔은
포식자를 공격하기에는
[각도]가 전혀 맞지도 않는다.

어떤 초식동물의 뿔은
너무나 화려해서
공격용이라기보다
짝짓기 유혹을 위한
[장식용]이다.
전투용 또는 호신용은
절대 아니다.

자기들끼리의 서열 싸움에서
미로처럼 자란 뿔이 서로 얽혀서
빼지도 못하는 우스운 장면도 있다.

이러니 맹수를 만나면
싸울 의지도 없고
빠른 발만 믿고 도망가면서도
아차하는 순간 목을 물릴 수 있으니
[뒷발]로 포식자의
머리를 깰 엄두도 못낸다.

각자무치라는 성어가 있다.
角者無齒
뿔각, 놈자, 없을무, 이치

뿔(角)이 있는 놈(者)은
날카로운 이(齒)가 없다(無).

즉,
사자는 뿔이라는 무기가 없지만
날카로운 이빨이 있고
초식동물은 날카로운 이빨은 없지만
뿔이 있다는 뜻인데
아무런 구실도 못하는 뿔을
치명적인 이빨에 비견하는 것은
뭔가 비유가 잘 안맞는 것 같다.

여하튼 뿔은
조물주의 [실패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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