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아내에게 '브런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자신이 아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브런치'라는 걸 접했는데 아무나 글을 쓸 수 없고 일정 수준의 글을 보내 통과돼야 글을 쓰는 서비스라나. 얼핏 들은 적이 있던 것 같기도 했다. 아내는 너도 충분히 글을 쓸 수 있지 않겠냐며 은근히 부추겼고, 그 부추김 덕에 '브런치'라는 서비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공부하게 됐다.
'브런치'는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작가'가 될 수 있는 '꿈'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거기 글을 쓴다 하여 누구나 작가가 되는 건 아니지만 꿈을 '이루게' 하는 것보다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멋져 보였다. 작가가 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작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 자체로 멋진 일이니까.
다짜고짜 가입하고 '작가 신청'을 누르니 경고 아닌 경고가 뜬다. "신청은 가능한데.... 뭔가 자신을 드러낼 '꺼리'가 없이 그냥 신청할래? 그럼 안 될텐데?" 뭐 이런 투의 인삿말. 구경 좀 하려다 움찔하고 나서 찾아보니 신청도 쉽게 할 수가 없는 거였다. 작가 소개, 활동 계획, 참고용 홈페이지를 비롯해 직접 쓴 글이 필요했다.
'작가 소개'는 그냥 쓰면 되나, '활동 계획'과 '직접 쓴 글'은 당장 만들기 어려웠다. 몇 개의 브런치 글을 살펴보니 단순히 한두 번 글을 쓰고 접는 사람들을 거르기 위해 활동 계획 역시 꾸준하고 탄탄해야 뽑히는 듯싶었다. 거기서부터 한 발 물러서 며칠간 고민했다.
1) 어떤 분야의 글을 쓸 것인가?
2) 주요 독자층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3) 꾸준히 쓸 수 있는 주제는 무엇인가?
스스로를 돌아보니 나름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은 많으나 그 깊이가 얕았다. 넓고 얕게 알아선 한 분야의 글을 여러 차례 나눠 쓸 수 없다. 가장 깊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을 이어가다 현직 교사로서 그 동안 진행했던 입시 설명회 강의까지 생각이 미쳤다. PPT 화면과 말로만 이어가던 입시 설명회를 글로 풀어내면 어떨까? 2시간 넘게 이어지는 강의니까 하나씩 말로 풀어내면 꽤 오랫동안 나눠서 글을 쓸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래서 일단 '중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를 주제로 잡았다. 작년과 올해 무차별하게 변화하는 대학 입시를 학부모 개인이 이해하긴 어렵기에 그걸 쉽게 풀어내는 글을 쓴다면 충분히 읽는 사람이 생길 거라 생각했다. 한 꼭지씩 쉽게 풀어내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자, 주제는 잡았다. 주제를 잘게 쪼개면 그게 '활동 계획'이 될 것이다. 그 다음은 '직접 쓴 글'인데, 써 둔 글이 없으니 이건 당장 만들래야 만들 수가 없다. 게다가 언제 작가 신청이 통과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브런치' 안에 '저장글'로만 글을 묵혀 둔다는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 방안은 결국 '기존의 블로그'였다.
나는 몇 년 전까지 네이버 블로그에만 글을 쓰다 글을 접는 시점에 티스토리로 살짝 옮기려다 실패하고 모든 온라인 글쓰기를 접었었다. 네이버는 영 돌아가기 싫었기에 티스토리에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티스토리는 없어진다 만다 말은 많았으나 이렇게 예쁘게 운영되고 있었다.
주제도 정했고, 글을 쓸 공간도 정했으니 이제는 활동 계획을 세우고 꾸준하게 글을 쓰는 것만 남았다. 여기 이 공간에 일단 몇 편의 글을 쓰고, 그게 좀 쌓이면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할 생각이다.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건 설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