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끌리는 도시: 브라질 쿠리치바

by 박성기


이유 없이 끌리는 도시: 브라질 쿠리치바


나에게는 비즈니스도 아니고 특별한 목적도 없이, 그냥 끌림에 따라 이유 없이 가고 싶은 ‘도시’가 있다. 그곳은 바로 남미 브라질 파라나(Paraná) 주의 수도, 쿠리치바(Curitiba)다.



보통의 남미 여행은 ‘열정’이나 ‘모험’ 혹은 ‘미지의 공포’라는 명분을 요구하곤 한다. 하지만 쿠리치바는 그저 ‘이유 없이’ 가고 싶은 곳이다. 미국에 머물던 시절에도, 법무부 업무로 남미 출장의 기회가 있었을 때도 나는 브라질 땅에 발을 내디디지 않았다. 브라질에서도 쿠리치바는 내가 아껴둔, 언젠가 가보고 싶은 꿈의 장소라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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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브라질의 삼바와 카니발을 노래할 때, 나는 쿠리치바의 정돈됨에 설렌다. 이 도시는 마치 세상의 모든 혼돈을 필터링 한 맑은 정수 같다. 버스 중앙차선과 투명한 원통형 정류장을 오가는 버스들을 볼 것이다.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자르짐 보타니코 식물원의 유리온실 안에도 들어갈 것이다. 도시의 공간과 공간을 사람을 위해 채운 압도적인 녹지들을 밟아보고 싶다. 이 질서 정연함은 단순한 미관을 넘어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해 설계한 가장 지적인 ‘배려’로 다가온다.





나는 그곳에서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게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쓰레기를 가져오면 채소로 바꿔주는 녹색정책이 일상이 된 곳, 서두르지 않아도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는 도시가 바로 쿠리치바다.



그곳은 19세기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등 유럽 이민자들의 정갈한 습성과 1970년대 시장 자이메 레르네르(Jaime Lerner)가 그려낸 설계가 만난 곳이다. 그리하여 오늘날 187만 시민이 숨 쉬는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인 숲을 이루었다. 그들이 고안한 원통형 정류장 속에서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고 도시의 리듬에 몸을 맡긴다. 나는 그들 곁에 잠시라도 머물며 내 삶의 오랜 긴장을 내려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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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평화를 안고 이제는 남쪽 해안선을 따라 1,500km를 달려가고 싶다. 그렇게 닿은 몬테비데오의 고풍스럽고 여유로운 풍경 속에서 우루과이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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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내 세포가 반응한 ‘본능적 이끌림’이다.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던 그 신비로운 도시를 거쳐, 우리나라의 대척점에 다다랐을 때 나는 무엇을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



질서가 곧 낭만이 되는 곳, 쿠리치바에서 정제된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다. 지구 정반대 편의 몬테비데오에서 이유 없이 뻥 뚫린 가슴을 맞이하게 될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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