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슴속에 '정복하고 싶은 산' 하나쯤은 품고 삽니다. 히말라야 산군의 마차푸차레(6,993m)가 저에게 그런 산입니다. 만약 두려움이 없다면 떠나고 싶은 여행지가 그곳입니다. 지금은 정복이 허용되지 않아 더 아름다운 산, 마차푸차레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네팔의 성산(聖山) 마차푸차레는 공식적으로 '미답봉'입니다. 1957년 영국 등반대가 정상을 단 50m 남겨두고 발길을 돌린 이후, 인류는 단 한 번도 그 정점에 발을 들이지 못했습니다. 험난한 자연환경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정상을 밟지 않겠다'는 신성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의지가 멈춰 세운 것이죠. 그들은 6,943m까지만 깄습니다.
10여 년 전, 저는 MBC(3,700m 지점의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에 서서 신의 영역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안나푸르나 봉우리들도 아름답지만, 히말라야 산행 내내 이정표처럼 우리를 지켜보던 것은 단연 마차푸차레였습니다.
우리 일행은 ABC(4,130m 지점의 안나프루나 베이스 캠프)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셰르파의 도움을 받아 6,441m의 히운출리(Hiunchuli) 봉의 4500m 고지까지 올랐습니다. 그곳은 해발 5,000m의 만년설선 부근이었습니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마차푸차레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희박한 공기와 깎아지른 설벽은 인간의 의지를 시험하는 거대한 장벽이었습니다. 셰르파와 함께 한 걸음씩 내디디며 마주한 마차푸차레의 위용은 지금도 선명히 각인되어 있습니다.
마차푸차레는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치명적인 위험을 품고 있습니다. 1983년, 뉴질랜드의 천재 등반가 빌 덴즈는 셰르파도 없이 단독 무단 등반을 감행했다가 눈사태에 휩쓸렸습니다. 또한 2020년,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사이 좁은 협곡 지역 '데우랄리'를 덮친 눈사태로 한국인 교사들이 희생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비극들은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마차푸차레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그 위험을 인지하고 경외해야 할 존재라는 것을요. 우리에게 넘지 않아야 할 선, 잘 살펴야 햐는 선이 았다는 자연의 경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