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흐름을 타라

by 박성기

느긋하게 흐름을 타라


라이언 홀리데이의 저서 <데일리 필로소피>에서 발견한 오늘의 문장은 이렇다. "세상에 의지를 관철시키는 방법은 세상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타는 것이다.“


세상의 흐름을 타라는 말은 내 생활신조의 하나인 '함께, 천천히, 멀리'와 그 궤를 같이한다. 나의 의지를 세상에 관철시키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의지와 세상의 흐름이 발전적으로 상호작용(Interaction) 하는 것이라 믿는다. 무모한 충돌보다는 조화로운 흐름 속에서 비로소 인간의 의지는 가장 멀리까지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을 통째로 바꾸겠다는 거창한 야심이나 오만을 가져본 적이 없다. 단순히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나는 스무 살이 되기 전, 이미 이 세상이 '무수히 많은 비정형 해면체(Amorphous Spongy Body)로 이루어진 톱니바퀴 구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구의 수만큼 존재하는 이 톱니바퀴들은 결코 규격화된 강철 부품이 아니다. 늘 같은 크기와 모양을 유지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주어진 상황과 역할에 따라 유연하게 형태를 바꾸며 서로의 빈틈을 메운다. 작은 톱니바퀴 하나가 사라진다고 해서 세상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비정형 해면체인 다른 톱니바퀴들의 자동대체성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든 빈자리를 대체하고 메워버리는 유연한 구조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거창한 개혁가보다는 '성실한 관찰자이자 조력자'가 되기로 했다. 내가 맡은 톱니바퀴를 가장 충실하게 돌리면서, 주변의 톱니바퀴들과 융화되어 전체가 잘 돌아가게 하는 역할에 집중했다. 다만, 내 시야에 불량한 톱니바퀴가 포착될 때면 그것을 수정하거나 보완해 왔다. 때로는 교체하는 역할도 하면서 그 안에서 삶의 보람을 찾았다.


이런 세계관 덕분에 나는 결과에 매몰되어 서두르지 않는다. 단기적인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은 필요하겠으나, 인생에 단 하나의 궁극적인 '성취점' 따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 하나의 비정형 해면체로서 매 순간 변하며 적응해 나가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저 느긋하게, 천천히 세상의 톱니바퀴와 함께 돌면서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나갈 뿐이다. 강하게 맞서기보다 내 톱니바퀴를 정직하게 관리하며 세상과 조화롭게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삶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즐기는 유일한 방식이다.


오늘 남기고 싶은 한 줄의 메시지는 이것이다. "오늘에 최선을 다하며 살라. 어제는 내가 최선을 다했던 오늘이며, 내일은 내가 최선을 다할 오늘이다."




데일리 필로소피, p.209

작가의 이전글군자란이 부른 나비효과: 베란다에서 사무실로 이어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