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달인, "일은 내 삶의 축복"이라는 고백

by 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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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달인, "일은 내 삶의 축복"이라는 고백


제 인생에는 '타이어 달인'과 더불어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또 한 분의 달인이 있습니다. 과거 강호의 식도락가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한정식집의 주인공, 바로 ‘손맛의 달인’입니다.



전수할 수 없는 고집, ‘손맛’이라는 숙명

그분의 한정식 한상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남들은 적당히 타협할 때도 평촌 새벽 시장과 광주 말바우 시장을 누볐습니다. 가장 좋은 식재료가 아니면 아예 가게 문을 열지 않던 정직함이 그 맛의 뿌리였습니다.


달인의 손맛은 레시피만으로 전수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재료를 만지는 손끝의 미세한 감각, 불의 세기를 읽는 예리한 눈미늘은 오직 달인만이 가진 고유한 영역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과정을 직접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 고집스러운 정성이 전국의 미식가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커피 마스터로의 변신, 그리고 멈추지 않는 도전

놀라운 것은 그의 점진적인 진화입니다. 한정식의 대가였던 그는 이제 최고의 전문성을 상징하는 1급 바리스타 자격증을 보유한 ‘커피 전문가’로 거듭났습니다. 원두의 향을 다루는 예민한 감각은 과거 좋은 식재료를 찾아내던 그 안목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이제 그의 손끝에서는 커피뿐만 아니라 '수제차'와 '오란다'가 만들어집니다. 특히 추억의 간식인 오란다는 그의 손을 거쳐 새로운 예술이 됩니다. 시중의 흔한 맛이 아니라,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가 살아있는 ‘달인표 오란다’는 다시 한번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일은 내 삶의 축복이에요"

아침에 그가 문자로 툭 던진 한마디가 제 가슴을 쳤습니다. "어제 오란다 1,800개를 일일이 선물 포장해서 납품하느라 조금 피곤하네요. 하지만 힘들어도 재미있어요." "일은 내 삶의 축복입니다." " 늘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루 1,800개의 오란다를 직접 빚고 포장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고단한 중노동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 고단함을 ‘축복’이라 말합니다. 감사하다고 합니다. 한정식을 찾는 단골들에게 "이렇게 찾아주셔셔 그 덕에 먹고 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하던 멘트가 떠 오릅니다. 손맛은 복제할 수 없기에 몸은 고되지만, 자신의 정성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숭고한 고백입니다.



시대를 넘나드는 '생활의 철학자'

송파의 타이어 달인이 자동차의 기초를 지키는 분이라면, 이 커피 전문가는 우리 몸에 닿는 생명의 기초를 지키는 분입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두 분은 닮아 있습니다. 기초를 소홀히 하지 않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며, 지루한 반복의 노동을 감사함으로 승화시키는 태도입니다.


저는 이분들을 보며 배웁니다. 진정한 달인이란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정직한 손맛 위에 끊임없이 새로운 싹을 틔우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오늘도 향긋한 커피 향과 달콤한 오란다 냄새가 가득한 그곳에서, 달인은 1,801번째 오란다를 빚고 있을 것입니다. 고단한 노동을 축복이라 부르는 그의 환한 미소가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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