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의 자율주행 버스 GACHA 이야기
지난 2019년 3월 8일. 핀란드의 국립 헬싱키 중앙 도서관 Oodi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는데요. 220명의 인파와 자동차 회사 관계자, 헬싱키시 부시장이 참석한 GACHA 월드 프리미어 발표회가 그 주인공입니다. 핀란드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Sensble 4와 일본의 무인양품이 협업하여 탄생한 자율주행 버스.
GACHA는 어떤 모습일까요?
누구나 두근두근하는 행복한 모양의 토이 캡슐이 사람들을 태우고 거리를 달린다.
그 이미지에서 GACHA 셔틀버스의 디자인이 탄생했습니다.
- 무인양품 GACHA PV 소개 영상 중 -
총괄 책임자 양품 기획 생활 잡화부 기획 디자인 실장 야노 나오코 (대표작품 MUJI Compact Life 무인양품 오두막)와 후카사와 나오토 (대표작품 MUJI 벽걸이형 CD 플레이어)의 디자인으로 탄생한 GACHA는 토이 캡슐을 꼭 닮은 디자인입니다.
토이 캡슐에서 영감을 얻어 무인양품의 아이덴티티를 녹인 미니멀리즘 한 디자인. 차량은 앞뒤 구분이 없으며 차량 내부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디자인되었습니다. 바퀴는 최대한 작게 의자 시트 아래 공간에 수납이 가능하도록 설계하였고 라운드형 시트는 승객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사회적 상호작용을 장려하여 버스가 단순히 운송수단이 아닌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역할이 가능하도록 설계하였습니다.
외부는 헤드라이트와 스크린을 일체화 한 LED 조명이 몸 전체를 감싸고 있는데요. 이러한 형태는 버스의 정보(노선, 행선지 정보)를 360도로 노출하여 정보 사각지대를 없앤 것이 특징입니다. 모서리가 곡선이라 텍스트가 스무스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LED 노출이 가능해서 가독성이 높아진 것도 기존 버스에 비해 가지게 되는 장점이죠.
후카사와 나오토가 디자인한 무지 버스는 특유의 디자인과 사용성을 인정받아 「일본산업디자인진흥회(줄여서 JIDPO)」가 수상하는 2019 굿디자인 어워드 Self-Driving Bus 부분에서 GOOD DESIGN GOLD AWARD를 수상하였습니다.
● 설립 : 2017
● 본사 : 핀란드 Espoo
● 사업 : 모든 기상 조건에 맞는 차량 자동화 시스템
● 직원 : 26명
핀란드 메트로폴리아 응용과학대학에 Smarter Mobility를 연구하는 Harri Santamala와 핀란드의 모바일 로봇 공학 연구 그룹인 GIM 연구진 3명이 GIM의 자회사로 설립한 Sensible 4는 모든 기상 조건에 운행이 가능한 차량용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핀란드의 스타트업입니다.
2017년 설립되었으며, 2017년 핀란드의 인테리어 가구 박람회 Habitare에서 무인양품이 발표한 공공 자동운전 자동차 구상에 감명을 받은 Sensible 4와 무인양품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GACHA를 개발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악천후였습니다. 핀란드는 여덟 계절이 있다고 합니다.
기후 변동이 잦죠. 폭우, 폭설, 강풍 등 악천후에서 정류장~집까지 마지막 1마일이 문제예요.
- Sensible4 CEO Harri Santamala -
핀란드는 러시아와 인접해있어 기온이 낮고 폭우, 폭설, 강풍이 잦아 운전 난이도가 높은 지역입니다. 혹독한 기후와 기상 환경에서 자율주행 테스트가 가능한 최적의 장소죠. 유사한 기후를 보여주는 아오모리현, 홋카이도에 좋은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는 법률상 공공도로를 달리는 차량에 반드시 운전자가 승차하지 않아도 돼 실증적인 자율주행 테스트가 가능합니다. (전 세계에서 핀란드와 싱가포르만 가능) 또한 핀란드는 MaaS (Mobility as a Service) 선도국가로써 최초의 MaaS 모빌리티 서비스 앱인 MaaS Global 社 의 'Whim' 이 탄생한 곳이기도 합니다.
Gacha 셔틀버스는 개인 소유의 승용차가 아닌 지역에서 공유하는 대중교통으로써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무인양품과 생각이 일치하는 Sensible 4와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무인양품 일본 GACHA 보도자료 중 -
핀란드는 유럽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입니다. 2019년 일본 총무성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높은 국가로 1위 일본 (28.4%), 2위 이탈리아 (23%), 3위 포르투갈 (22.4%)에 이어 4위(22.1%)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의 14.9%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지요.
높은 고령화 비율, 국토의 70% 이상이 숲으로 덮여 있는 지형적 특성, 기상환경 등 핀란드는 여러모로 일본과 유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은 도서산간지방에서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홋카이도 유바리에 가면 대부분의 사람이 자가용을 탑니다. JR 세키쇼선 지선은 폐지될 예정이고 대중교통은 도쿄에서 빌려온 대형버스가 있는데 탑승자가 많지 않아 언제 사라질지 모릅니다. 자가용이 없거나 탈 수 없는 사람들이 곤란해지는 거죠.
그래서 차 대신 작은 GACHA가 야마노테선처럼 마을 주변을 빙빙 달리고 마을 중앙에「MUJI SHARE HOME」이라는 욕실, 세탁, 영화감상이 가능한 공유 공간이 있다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집의 개념이 달라지겠죠.
- 2019년 2월 UR 단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대담 무인양품 대표이사 회장 카나이 마사아키의 대담 中 -
거동이 불편하고 자가용이 없으며 대중교통이 부족한 농촌 지방의 고령자. 도시지역에 비해 이동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교통수단이란 어쩌면 생존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몸이 아픈데 병원까지 갈 적절한 교통수단을 찾지 못한다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도심지에서 GACHA가 대중교통과 집을 연결해주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였다면 농어촌, 도서산간지역에서 GACHA는 대중교통 그 자체가 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은 전통적인 차량의 아이덴티티마저 바꾸고 있습니다. 주행에 초점을 맞추었던 과거 자동차에 비해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서 자동차의 가치를 주목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는 대중교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운전수와 엔진 등 불필요한 장치들을 제거하면서 생긴 공간들을 활용하여 약국, 서점, 슈퍼 등 버스가 고객과 생활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도서산간지방에서는 대중교통이 이동의 역할뿐만 아니라 물류의 역할도 겸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무인양품이 만들고 있는 것은 어쩌면 버스가 아니라 생활과 생활을 연결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일지도 모릅니다.
- 2019.03.08 / 프로토 타입 공개
- 2019.06.27 / 핀란드 3개 도시에서 시험운행 시작
- 2019.11.01 / GACHA 굿디자인 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