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멧돼지 고기를 활용하는 법
무인양품의 지비에 (ジビエ) 카레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멧돼지, 사슴, 곰(?) 등 유해조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농림수산성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야생 조수에 의한 농작물 피해액은 157억 8천만 엔으로 그중 약 1/3인 47억 엔이 멧돼지에 의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농림수산성의 「유해조수 피해현황」멧돼지와 자연의 역습
최근 도심지 멧돼지 출몰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멧돼지는 단순히 농작물 피해를 넘어 생활을 위협하고 존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 19.10.13 / JKR다카마쓰역 출몰, 1명 부상
- 19.10.31 / 다카마쓰시 차량과 멧돼지 충돌
- 19.11.19 / 다카마쓰시 멧돼지 출몰, 2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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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 시내에 출몰한 멧돼지 무리 [사진출처 : FNN.jp]이처럼 농작물 피해와 인명피해로 인해 일본 정부에서는 유해조수 포획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환경성의 조사에 따르면 1989년 약 26만 마리로 추산되던 멧돼지 개체수는 2000년 52만 마리, 2010년 119만 마리로 불어나다가 최근 적극적인 포획으로 개체수가 다소 줄어 2014년 106만 마리, 2016년 89만 마리로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포획으로 개체수가 줄었지만 포획된 멧돼지의 사후처리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소각·매몰 처리되는 멧돼지로 인해 자원낭비와 환경오염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요. 당국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비에 (ジビエ)를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지비에 (ジビエ)는?
지비에 (ジビエ)는 프랑스어 Gibier에서 유래한 말로 사냥된 야생동물 고기를 말합니다. 일본은 매년 11월 15일부터 다음 해 2월 15일까지를 유해조수 수렵기간으로 정해 사냥을 허용하고 있으며. 유해조수 수렵기간에는 조류 28종, 동물 20종 총 48종의 사냥이 허용됩니다. 이 시기에는 멧돼지, 사슴, 곰 등 신선한 지비에 고기를 맛볼 수 있습니다.
농림수산성은 포획수 급증과 지비에 판매 확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비에 유통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2014년 11월 「야생 조수 육류의 위생 관리 지침」을 공표하였고 2018년에는 위생적인 처리와 가공, 유통 규격을 준수하여 야생 조수를 음식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단법인 일본지비에인증협회를 신설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 통과된 업체에게 일본지비에인증마크를 발급. 지비에 홍보 및 소비 진작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비에 인증협회가 발급하는 일본지비에인증마크 [출처 : 일본지비에협회 홈페이지]
일본지비에인증협회가 정리한 멧돼지 고기 부위 [출처 : 일본지비에협회 홈페이지]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지비에 고기의 소비 역시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2016년 1165톤이었던 지비에 고기 이용량은 2017년 1519톤, 2018년 1887톤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지비에를 사용한 식품 및 음식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Becker`s 가 기간 한정으로 선보인 지비에 사슴 버거 [출처 : blogos.com]무인양품이 지비에 (ジビエ) 카레를 선보이는 이유는?
당국의 노력과 적극적인 법 제정, 협회의 홍보로 지비에 에 대한 인식과 소비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멧돼지와 사슴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2018년 포획된 사슴과 멧돼지 11만 4100마리 중 9%인 1만 8736마리만이 고기로 재사용되고 있어 아직 많은 소비가 필요합니다.
많은 멧돼지가 잡히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멧돼지가 버려지고 있습니다. 무인양품의 지비에 카레는 단순히 버려지는 멧돼지 고기를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지비에 식품을 홍보하고 야생 조수에 의해 피해를 입은 농가들을 지원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지비에 협회가 생기고 많은 지원 정책과 지비에 식품 활성화 방안이 마련됐지만 지비에는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고정적인 수요가 없기 때문이죠. 많은 멧돼지 고기가 소비자에게 가지 못하고 버려지는 이유 중 하나는 생산설비 미흡에 있습니다. 지비에 고기는 그때그때 사냥에 의해서만 공급이 가능해 위생과 신선도 보장을 위해서는 각 지역별로 도축 및 가공시설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고정 수요가 없어 아무도 설비투자에 나서려고 하지 않죠. 설비가 없어 가공되지 못한 고기들은 계속 버려지고 가공된 고기들은 비싸고 소비자들은 지비에 식품을 만나기 어려운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무인양품은 이런 악순환의 구조를 끊기 위해 마중물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거죠. 종국에는 지비에 식품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과 접근성을 줄여 지비에를 활성화하겠다는 목적도 함께요.
버섯과 도토리 등 자연의 음식을 먹고 성장한 멧돼지와 사슴은 철분 등 영양소가 풍부하고 자연의 맛을 응축한 것이 특징입니다
무인양품의 지비에 카레는 일본에 서식하는 야생 멧돼지 고기 50%, 돼지고기를 50% 사용하여 멧돼지 고기가 가진 단맛을 살릴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평상시 쉽게 먹기 어려운 야생 멧돼지 고기. 언젠가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