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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직원 Jul 30. 2020

무인양품이 제안하는 듀얼 라이프, 무지헛

소득의 증가, 주 52시간 근무의 정착, 워라벨과 캠핑 바람을 타고 바쁜 도심을 벗어나 자연의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직장, 자녀교육 등으로 도시를 떠나지 못하지만 주말만큼은 여유로운 나만의 삶을 꿈꾸는 당신.

어디에 살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살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한 지금

전원주택, 별장 등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세컨드하우스가 이미 우리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농막이란?


휴일만이라도 북적이는 도시를 떠나 힐링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세컨드하우스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세컨드하우스는 세금과 유지비, 비싼 건축비 등 대중화되기에 아직 많은 제약이 있죠.

이러한 제약으로 새롭게 떠오른 대안이 바로 농막입니다.

농막(農幕)은 농기구를 보관하거나 농사 중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이동식 소형 건축물입니다. 몇몇 제약이 있지만 복잡한 건축허가나 서류절차 없이 신고만 하면 바로 설치가 가능한것이 장점입니다. 크기는 작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전원 주택의 낭만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오두막인거죠.


● 농막설치 기준

전답, 임야에 설치 가능 (도심지 설치 불가)

바닥면적 20㎡(약 6평) 이하

숙박 불가

일시 휴식 및 간이취사를 위한 냉난방, 취사, 조명, 화장실, 온수 및 수도시설 가능

정화조는 지자체에 따라 다름 (문의 필요)


EBS 건축탐구-집, '나만의 아지트' 편에 소개된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소은경씨의 5평 농막



왜 오두막인가?


일본 통계국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0월 기준으로 일본의 전국 빈집 수는 약 848만 9천 세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체 6240만 7천 세대 중 13.6%에 이르는 수치죠. 이렇게 빈집이 많은데 무인양품은 왜 오두막을 출시한걸까요?


사진출처 : ieul.jp

일본은 덥고 습하며 지진이 많은 지형적 특성상 외부의 충격과 하중을 흡수하기 용이한 목조주택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800만채에 이르는 일본의 빈집들은 대부분 오래된 목조주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래된 목조주택은 유지/보수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관리도 무척 까다로운데다가 결정적으로 재산세가 몹시 비쌉니다. OECD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명목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1.92%로 한국의 0.93%에 두배에 달하는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집도 낡고 수리할곳도 많은데 보유세마저 비싸니 별장용도라도 선뜻 구매가 꺼려지는거죠.


19.06.28 / 일본경제신문

양품계획 소셜 굿 사업부 데쓰 로컬 굿 담당 다카하시 사토시

마음에 드는 지역에 살고 싶어도 갑자기 집을 빌리는 허들이 높다. 집을 싸게 사도 수선비가 많이 드는 경우도 있다. 오두막이면 부담없이 「두거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별장 미만, 여행 이상」의 존재로 쓰였으면 좋겠다.

「두 거점 생활」은 평일에는 도심에서 주말에는 교외로, 도심과 교외를 오가는 생활을 말합니다. 리쿠르트 홀딩스가 2018년 12월 조사한 2019년 트랜드 예측에 따르면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듀얼 라이프, 듀얼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을 '듀아라'라고 정의합니다.


18.12.17 / 리쿠르트 홀딩스 보도자료

주거 영역의 트랜드 키워드 "듀아라"
~도심과 시골의 두가지 생활 = 듀얼 라이프(두 거점 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증가!

【개요】
기존에는 호화 별장을 가진 부유층이나 시간 여유가 있는 은퇴자들이 즐기는 이미지가 있었다. 최근에는 빈집이나 쉐어하우스를 이용해 20~30대 직장인과 가족이 이중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앞으로 듀얼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 = 듀아라가 늘어날 것이다.

【배경】
① 도쿄집중화 : 방의 넓이와 공간보다 편의성을 중시한 결과, 시골 생활에 대한 동경.
② 주택 소유의 다양화 : 공유 문화의 침투 및 민박 합법화, 지방 부동산 가격 하락, 빈집 증가 등 별장을 구매하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의 증가

일본 역시 우리나라 만큼이나 수도권 집중화가 심각하고 집값이 비싸 좁은 면적에서의 삶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화의 반작용으로 지방에는 빈집이 늘어나고 있고 주말만이라도 복잡한 도심을 떠나 교외에서 한적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싶은 젊은층의 니즈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죠. 듀아라는 도심집중화라는 반작용이 만들어낸 새로운 사회현상이자 생활상입니다.



무지표 3인 3색 오두막


양품계획은 Tokyo Midtown DESIGN TOUCH 2015에서 새로운 오두막을 제안하는 프로젝트 「MUJI HUT」을 발표합니다. 무지 헛은 일본, 영국, 독일을 대표하는 3인의 디자이너가 참가하여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오두막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였습니다.



일본 / 후카사와 나오토 (深澤 直人)

무인양품 자문위원

NAOTO FUKASAWA DESIGN 대표

대표작 : 무인양품 벽걸이식 CD 플레이어, ± 0 가습기


나무 오두막

왜 오두막인가 묻는다면 매력있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다. 별장만큼은 복잡하진 않지만 캠핑만큼 단순하진 않다. 작은 오두막이 있으면 언제든지 자연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느낌이 든다. 최소한의 것으로 작게 사는 법. MUJI 다운 삶의 제안입니다.





영국 / 재스퍼 모리슨 (Jasper Morrison)

재스퍼 모리슨 최고경영자

삼성전자 가전 디자인센터 고문

대표작 : 공기의자


코르크의 오두막

요리를 하고, 먹고, 씻고 잘 수 있는 주말을 함께하는 작은 집을 상상하고 그 집을 지을 온천 혹은 바다와 가까운 적당히 작은 도시를 찾는다. 나만의 휴식처를 갖는 다는 꿈은 과정의 복잡함 때문에 항상 좌절되기 일쑤이지만 한번 짓고 평생을 사는 집이라는 느낌보다는 이 프로젝트 처럼 시골에서 잠깐 삶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집이라는 제품을 생각하면 거기서 가능성을 느낀다.




독일 / 콘스탄틴 그리치치 (Konstantin Grcic)

콘스탄틴 그리치치 대표

대표작 : 메이데이, 체어원


알루미늄 오두막

사람이 생활하는데 최소한의 공간인 오두막, 트럭 화물칸의 부품과 구조를 본따 견고하고 심플한 상자를 완성. 다양한 장소에 설치할 수 있고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적응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제공합니다.



농막을 꼭 닮은 MUJI HUT


오두막의 시작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산다」라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동경을 현실화하는 도구입니다.
집이나 별장만큼 거창하지도 않고 여행만큼 수월하지도 않습니다.
산과 바다, 정원 등 원하는 장소에 두면 금새 그 땅의 일부가 되어 또 하나의 생활이 시작됩니다.

그런 이미지에서 생겨난 오두막집

- MUJI HUT Micro Site 홍보문구 中 -


2015년 3인의 디자이너를 통해 3가지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인 무지헛은 2017년 가을 정식 발매를 실시합니다.


면적은 방 9.1m², 툇마루 3.1m²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기 적당한 크기입니다. 정면에 창이 큰 슬라이딩 도어를 장착하여 바깥의 자연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도록 설계했고 바닥은 몰타르로 마감하여 청소가 용이하고 취향에 따라 카펫이나 러그를 깔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오두막의 목재는 100% 국산(일본산)을 사용, 내부 벽면은 편백나무, 외부 인테리어는 삼나무의 겉면을 태워만든 일본의 전통방식인 야키스기(탄화목)로 마감해 습기와 벌레, 내구성이 강하며 미적으로도 멋진 외관을 완성했습니다.


MUJI HUT 정보 (토지 제외 / 본체만)

표준 사양 : 3,000,000엔 / 단열 사양 : 3,362,000엔 / 방범 사양 : 3,290,000엔

조사 비용 : 사전 조사 : 60,000엔 / 지반 조사 : 110,000엔 / 측량 · 배치 : 세금 포함 170,000엔

토지 별도 구매

일본 한정 판매 (해외 판매 예정 없음)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과 도구,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함께하는 듀얼 라이프, 무인양품이 짓고 있는 것은 단순한 오두막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아닐까요?



MUJI HUT이 지역을 살린다?


시라하마정의 자연경관 (사진출처 : tokyo-bay.biz)

도쿄에서 100km, 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치바현의 미나미보소시

푸른바다와 야자수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이곳은 도쿄와 인접한 접근성, 서핑/다이빙/트래킹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다채로운 액티비티로 듀얼 라이프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도시입니다.


미나미보소시의 최남단 시라하마정에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폐교된 나가오 초등학교를 커뮤니티 센터로 개조한 시라하마 교사가 있습니다. 기존 목조 건물을 숙박시설과 레스토랑, 소규모 사무실로 리모델링한 시라하마 교사는 17년 굿디자인 어워드, 19년 지바현 건축 문화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인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그 중심에는 무지 헛이 있습니다.


 (좌) 시라하마 교사의 MUJI HUT 조감도 (사진 출처 : suumo.jp) / (우) 사진출처 : 시라하마 교사

무인양품은 시라하마 교사의 리모델링을 담당한 (유)WOULD와 협업, 교사부지 일부를 오두막 용지로 임대하여 폐교를 활용한 오두막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시라하마 교사의 폐교를 활용한 오두막

오두막 설치비 300만엔(세금포함)

시설 정비비 50만엔

월 관리비 1만 5천엔

80m²의 부지를 제공


무지헛은 시라하마 교사의 주방, 욕실, 화장실 등 공유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오두막을 설치할 부지가 없고 공용공간의 부재로 구입을 망설였던 이들에게 오두막의 새로운 활용방법이라는 청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시라하마 교사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상생입니다. 시라하마 교사는 무지헛의 듀얼 라이프에 적합한 토지와 편의시설을 제공해주었고 그 대가로 정기적으로 지역과 교류할 수 있는 무지헛의 방문자들을 얻었습니다. 지역에 아무리 좋은 커뮤니티 시설과 콘텐츠를 갖춰도 외부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지역민들만 사용하는 고인물 커뮤니티가 됩니다. 일회성 관광객이 아닌 정기적인 외부 방문객의 역할은 커뮤니티의 지역 고착화를 막아주고 늘 활기넘치는 커뮤니티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무지헛이 시라하마 교사를 통해 보여준것은 단순한 폐교의 활용법이 아닌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 상생하는 좋은 롤모델일지도 모릅니다.




[자료출처]

https://www.muji.com/jp/mujihut/

https://www.tokyo-midtown.com/jp/designtouch/2015/entry/entry03.html
https://www.facebook.com/mujihut/

https://www.awashiraha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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