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점직원 Nov 22. 2021

뒷북 트렌드 코리아 2022에 대한 소고

트렌트 코리아 2022에 내 글이 인용되었다. (참고로 인용된 글은 이거다)
서울대 교수님이 쓰시는 베스트셀러에 내 글이 인용되다니... 가문의 영광이다.


미리 언질이라도 주셨으면 내 돈 내고 책을 사서 보다가 깜짝 놀라진 않았을텐데... 뭐 바쁘신 분이니까 이해한다. 나도 글쓸때 자료 참고 많이 하는데 일일이 인용문이나 자료출처를 기재하진 않으니까.


트렌드 코리아를 내 돈 내고 사서본지 햇수로 3년째다. (그전에는 회사에서 사줬다) 해가 갈수록  내용이 식상해져 간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뒤쳐지는 느낌이 싫어서 관성적으로 구매했는데 올해는 좀 심각한거 같다. 예전에는 트렌드를 앞서 소개하고 선도하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올해 인기있던 트렌드를 짜집기해서 정리해놓은 느낌이다. 처음봤을때 신선함을 이제 더 이상 느낄 수 없다. 대중서적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걸까.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예측한 올해의 키워드는 10개다.

나노사회
머니러시
득템력
러스틱 라이프
헬시 플레져
엑스틴 이즈백
바른생활 루틴이
실제감테크
라이크커머스
내러티브 자본


나노사회는 너무 식상해서 할말이 없고 머니러시로 대표되는 수입의 다변화는 이미 작년말부터 유행하던 사회현상이다. 득템력은 샤넬런과 롤렉스 줄서기만 봐도 알 수 있는거고 러스틱 라이프 일본에서 3년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초부터 농막가격이 오를 정도로 이미 빠삭한 사람들 사이에선 한번 돈 식상한 유행이다. 라이크 커머스 팔이피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3~4년은 된 유행인데 이게 트렌트라니... 최소 1년에서 3~4년은 된 식상한 키워드들뿐이다.


마케팅은 유행을 따라가면 안된다. 유행을 선도해야 된다. 내가 이 책에 기대했던 내용도 앞으로 유행할 키워드나 사회현상을 예상하는 내용이었지 유행했던 키워드를 정리한 트렌드 리포트가 아니였다. 트렌드 코리아가 나온지 10년이 넘었으니 매너리즘과 자기복제에 빠지고 내용이 식상한것도 이해는 된다. 그런데 올해는 정도가 좀 심하다.


소비자학은 생활과학대학 소속이지만 사회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비자의 행동 심리에 가장 영향을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 사회의 변화니까. 사회/문화학적 변화와 경제상황을 분석하면 지금 유행이 어떤 연유에서 발생하게 된것인지, 앞으로는 유행이 펼쳐질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머니러시로 예를 들어보자. 머니러시의 배경에는 현재의 불안함이 자리하고 있다. 수명은 점점 늘어가는데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소득은 높지 않은데 자본을 축적하거나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이유, 떠나는 기차의 마지막칸이라도 붙잡으려는 욕망, 머니러시는 낙오되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생존저항이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다뤄야 될 내용은 머니러시가 아니라 머니러시 이후의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 다음은 어떻게 되냐고?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다. 디플레이션으로 소비여력이 줄어들면 사람들은 저렴한 제품을 찾게 된다. 200엔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리고 청년층이 차를 구매하지 않고 20년전 유행했던 만원의 행복같은 절약 프로그램이 다시 등장하게 되는것처럼 말이다. 머니러시의 결말은 앙터프리너십이 아니라 초저가제품의 대두와 확산이 되어야 한다. 청년세대는 이미 너무 많은 자기개발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뭔 더 자기개발을 하란 말인가? 청춘이 뭐 금강불괴도 아니고 이미 뒤지게 아프다.


득템력도 마찬가지다. 나노사회에서는 파편화된 개인의 개성을 얘기해놓고 획일화된 공산품의 득템력을 얘기하는건 모순적이다. 득템력이 차별화의 기호가 됐다는 것 역시 잘못된 해석이다. 구하기 어려우니까 갖고 싶은 욕망이 늘어나는거고 돈이 되니까 사람들이 몰리는거다. 수요에 비해 공급을 억제하는 한정판 마케팅을 펼치니 가수요자들마저도 시장참여자가 되는것뿐이다. 서울 아파트처럼. 트렌드 코리아에서 다뤄야될건 한정판 마케팅 이후의 트렌드가 되어야 한다. 찍어내기 공산품의 몰개성 시대가 끝나면 사람들은 세상에 하나만 있는 빈티지나 핸드메이드 제품을 찾게 되는 그런 세상 말이다.


트렌드 코리아를 10년 가까이 보다보니 2023년 키워드도 예측이 된다.

대충 예상해볼까.

잡식인간 : 식량 위기와 윤리소비, 대체육과 곤충식품
오프텍트 : 코로나를 벗어나 일상으로, O4O
웰컴 투 시니어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축소청년 : 절약을 넘어 소비를 축소하는 청년층
러브 커머스 : 좋아하는것을 소비하는 세상


매년 어려운 용어를 줄줄 읊고 유명인들의 말을 인용해가며 먹물 냄새를 풀풀 풍기지만 자기복제와 매너리즘에 빠진 트렌드 코리아는 더 이상 신선하지도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내돈주고 트렌드 코리아를 사는 건 올해가 마지막인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