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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 Sara Dec 09. 2021

당신의 2021년은 어땠나요?

지난 날의 나와 마주하는 법

언젠가부터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 달갑지 않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새해에  다이어리를 고심해서 고르고 그곳에 채워지는 새로운 계획들이 설레고 기대되는 때가 있었던  같기도 하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새해로 이어지는  분위기에 들떠서 마냥 좋았던 . 그렇지만  알게 됐다. 특별해 보였던 그날들도 그냥  인생에 이어지는 보통의 날들  하루이고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작년의 내가 다짐했던 것들과 세웠던 계획들을 점검해 보는 일은 못난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이루어놓은  하나 없이 작년과 똑같은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위축되게 만들었다. 이루지 못할 일이라면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더더욱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들은 매일 똑같은 날의 연속이었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기쁨은 누렸지만 사회인으로서의 나는 자라지 못했다. 그 자리 그대로였다. 아니, 쉼 없이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는 점점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엄마로서의 성장을 이야기하자면 이 페이지가 모자랄 수도 있겠다. 아무것도 몰랐던 생초보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겪었던 수많은 시간들. 내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모든 본성을 끌어올리며 못난 나와 마주하게 했던 아이들. 아이를 통해 배웠던 인내와 헌신, 겸손. 그 시간이 의미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엄마로서의 성장만큼, 나 스스로의 성장도 필요한 사람이었다.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나도 자라고 싶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시작되었다. 조금만 더 조심하면, 모두가 방역수칙을 잘 지키다 보면 언젠간 종식될 거야 하는 희망으로 1년 가까이를 버텨냈다. 가정 보육, 가정 보육, 가정 보육. 극도로 외출을 자제하고 아이 둘과 집콕만 하다 보니 우울함이 밀려왔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혼자서 조용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커피 한잔할 수 있는 시간이면 족했는데 그마저도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누군가 그랬더랬지. 바닥을 치고 나면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이라고. 혼자만의 시간을 찾다 찾다 남편도 깨어있지 않은 새벽 시간을 선택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아침 해마 저도 잠에 취해 모든 것이 고요하고 잠잠한 시간. 혼자 조용히 서재 책상에 앉아 주문처럼 나를 위로하는 확언을 하고, 내 안의 모든 것을 토해내는 모닝페이지를 썼다. 분노, 불안,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3페이지 빼곡히 적어내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남은 시간에는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며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 날 불안하게 흔들어대는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나를 반짝이게 하는 것들로 그 빈틈을 채워나갔다. 새벽 기상을 성공하고, 나를 위해 세운 소소한 계획들을 이루어냈다. 스몰 스텝을 밟다 보니 이제서야 비로소 한 해를 계획할 힘을 얻게 되었다.



작년 이맘때 정말 오랜만에 다이어리를 골랐다, 이십 대 시절의 그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늘 후회와 자책으로만 남았던 연말이 조심스럽게 기대함으로 채워졌다. 헛된 희망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쿠크다스 같은 내 마음에 생채기 낼까 두려워 입 밖으로 꺼내어 본 적 없는 내 꿈들이 조심스레 세상으로 나오는 시간이었다. 내가 쓰는 다이어리에 적힌 문구가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꿈은 꿈으로만 남게 됩니다. 꿈에 달성 시한과 실행계획이 추가되면,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닌 목표가 됩니다.' 입 밖으로 소리는 내는 것만으로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라도 적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그 효과는 분명했다. 1년이 지나 다시 펼쳐본 내 다이어리. 놀랍게도 그대로 이루어진 내 꿈, 아니 목표들. 이루어냈다, 마침내..... 적어내려가면서도 이루어질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루어졌다!



목표했던 모든 것들이 이루어졌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아직도 더 이뤄가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렇지만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두려웠던 내가 한 걸음을 내디뎌 내 인생을 계획했다는 것부터가 성공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인스타에서 내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영어그림책 읽는 엄마'라는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냈다. 원하는 자격증을 취득했고, 아이와의 엄마표영어도 즐겁게 해나가고 있다. 평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작했다면 이루어낼 수 없었을 일들이다. 나의 2021년은 덕분에 행복했던 기억들로 가득하다.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그것을 위해 달려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행복했고, 내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시간들이었다. 더 이상 올 한 해를 돌아보는 것이 우울하거나 두렵지 않다. 한 뼘이라도 성장한 내가 있으니 말이다.



당신의 2021년은 어땠나요....?

올해가 가기 전 지난날의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조금, 아니 많이 용기가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못났던 내 모습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충분히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 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혹시 지난날의 내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면 올해부터 작은 계획이라도 세워보는 것이 어떨까?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다가올 2022년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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