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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 Sara Dec 23. 2021

너에게 늘 미안한 엄마가

나의 가장 소중한 것

언제부터였을까,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첫아이에게 '무서움'이라는 감정의 씨앗을 심어주게  것이. 이제 일곱 . 아직 학교도 가지 않은 작고 작은 어린아이일 뿐인데.  아이에게 언제부터 나는 무서운 엄마가  것일까?  커리어도 미련 없이 포기할 만큼 나에게 가장 소중한 너인데 말이야.



첫아이. 나에게 엄마로서의 모든 처음을 안겨준 아이. 초보 엄마 혼자서 하루 종일 단둘이 씨름해야 했지만 그 시간은 행복이었다. 남편 어릴 적 모습과 붕어빵이라 나 닮은 구석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 못내 서운했는데 키우다 보니 나오는 성격은 딱 내 판박이. 그래서 더 마음이 갔고 애가 쓰였더랬지. 어떤 부분에서 힘들어할지를 아니까 더 공감해 줄 수 있었고 지지해 줄 수 있었다. 가끔 흔히들 말하는 독박 육아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것은 육아의 모든 몫을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아이는 그저 사랑이었다. 화 한번 내지 않고 그렇게 키웠다. 바라만 봐도 소중한 내 아들이니까. 늘 다정다감하고 편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늘 너의 편인 엄마가 되고 싶었다. 늘 그렇게 난 너에게 좋은 엄마일 줄로만 알았지.




그런데 그런 너와 나의 사이에 끼어든 한 사람. 엄마인 내가 그토록 기다려왔던 딸이자, 너의 동생. 우리 가족의 둘째. 그래도 나는 여전히 네가 먼저였고, 늘 마음이 쓰였다. 너에 대한 엄마의 사랑을 빼앗기는 것처럼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 혹시나 외롭고 서러울까 봐. 몸조리가 다 끝나지도 않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자는 네가 너무 걱정이 돼서 매일 밤 울기만 하다가 1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올 만큼. 내 사랑이 부족하다 느껴지지 않도록 더욱 마음을 쏟았는데, 우리 사이의 복병은 따로 있었다. 너와는 너무 다른 생명체였던 네 동생. 늘 엄마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던 너와는 달리 어린 나이에도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던 아이. 두 번째 육아라 조금은 쉬울 거라는 내 기대는 산산조각 나버렸지. 화내지 않고, 이성을 잃지 않고 조근조근 타이르는 현명한 엄마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늘 불을 뿜어내는 무서운 엄마만이 남았어. 너를 혼내는 것이 아닌데도 마음 여린 너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서웠을 거야. 그러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던 거였는데도 비교적 말을 잘 듣는 아이였던 너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 커졌던 거겠지. 너도 그냥 엄마의 작고 작은, 소중한 아이일 뿐인데. 그렇게 네 옆에는 화내는 엄마만 남게 되었던 것인가 봐.




그런데도 몰랐어. 할머니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내가 바빠서 채워주지 못한 빈자리를 채워주던 할머니, 나의 엄마. 나에게 털어놓지 못한 마음을 털어놓고, 내 앞에선 무서워서 하지 못하던 작은 반항들을 할머니 앞에서 하고. 그런 것들은 모두 엄마의 역할이었어야 하는데 말이야. 네가 엄마를 너무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론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언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인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어. 얼굴 여기저기 뽀뽀해 주고, 엉덩이 토닥토닥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네 동생과는 달리 너와의 뽀뽀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진 그것은 엄마의 잘못이겠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소중한 너인데 말이야.




엄마의 내년 목표는, 다시 너와 가까워지는 것이야. 네가 엄마한테 마음껏 투정 부릴 수 있도록, 가끔은 소심하게나마 반항도 할 수 있도록. 엄마 스승님이 그러더라. 너무 애 잡으면서 키우지 말라고. 버릇없어질까 봐, 예의 없어질까 봐 그런 거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정말 엄마가 나쁜 짓을 하면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면 아이들 그렇게 못되게 크지 않는다고. 너무 엄하지 말고, 받아주는 엄마가 되라고 말이야. 엄마도 엄하게만 자라서 몰랐어. 네가 조금 크니까 너한테 그런 모습들을 기대해왔나 봐. 이제 내년이면 초등학생. 어린이집 다닐 때보다 일찍 마치니까 엄마랑 너랑, 단둘이 오손도손. 예전으로 돌아가자. 둘만의 시간을 마음껏 누리자. 엄마 주변의 다른 엄마들은 방과후는 뭐 시킬까, 어떤 학원을 보내야 할까, 뭘 더 시켜줘야 할까 고민들을 하더라. 그런데 엄마는 내년 한 해는 그런 고민하지 않기로 했어. 그냥 너와 보내는 시간을 누릴래. 그래서 다시 너에게 동생이 생기기 전의 엄마로 돌아갈게. 내년 엄마의 우선순위는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네가 될 거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너와의 시간이 반짝반짝 빛나도록 엄마가 한 번 애써볼게. 아니 너랑 같이 즐겨볼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아이, 엄마 보물 아들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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