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장메이트 Sara Feb 24. 2022

가장 열정적이었던 무언가에 대한 기록

이제서야 깨닫게 된 것들


역시나, 예상대로, 주제를 받아들고 글을 쓰려고 하니 막막하다. 나의 열정에 대하여, 가장 열정적이었던 무언가에 대한 기록이라니. 늘 열심히는 살았던 것 같은데, '가장 열정적'이었던 무언가라고 하니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는다. 육아에 정신없었던 30대, 내 꿈과 비전이 무엇일까 이리저리 흔들렸던 20대, 공부 열심히 하면 내가 원하는,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10대. 시간을 거슬러 가 보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열정적으로 살지 못했다는 것일까? 아니면 지금 현생에 지쳐, 지난 기억들을 떠올리는 못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 전까지의 삶은 나의 열정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내가 잘하면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미친 듯이, 그렇지만 행복하게 평생 할 수 있는 것을 찾느라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그러다 보니 나는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렇게 이십 대의 마지막 해에 결혼을 했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바빠서 잊고 살 때가 더 많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런 질문을 받는 딱 오늘 같은 날이면 다시 한번 궁금하다.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아주 어릴 때는 작가를 꿈꿨고 그 꿈은 채 펼쳐보기도 전에 사그라졌다.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큰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나 정도 글 잘 쓰는 애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이 정도 재능 가지고는 아니구나, 섣부른 포기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나의 꿈인지, 아니면 엄마 아빠의 바람이 나의 것이 된 것인지 모를 교사의 꿈. 수능을 실패하고 다른 전공을 선택하게 되면서 날아간 그 꿈. 그렇게 20대의 방황은 시작이었고, 목적지를 아직도 찾지 못한 채 잠정 휴업 중. 




이렇게 글을 끄적거려보니 알겠다. 내 생에 가장 열정적이었던 것은 꿈을 찾기 위한 내 노력들이었다는 것을. 참 열심히도 찾아다녔다. 뭐라도 특별한 것을 발견해 내야 하는 것처럼. 지금 현재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라고 늘 내 인생을 부정하며 살아왔다. 꼭 채워야 할 것을 채우지 못한 미완성의 페이지인 것 마냥. 그래서 늘 열심히 살아왔으면서도, 부족한 기분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내 생에 가장 열정적이었던 것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 열정적일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삶이었으니까. 꿈을 찾는데 열심이었던 나. 삼십 대 후반에 이럴 일인가...?라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떤 모습이건 간에 그 또한 나니까. 모두 나의 선택이었으므로. 나의 인생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먼저 응원해 줘야 하는 것이므로. 인생 선배님들이 보면 코웃음 칠 나이겠지만, 이만큼 살아보니 알겠다. 이제서야 배웠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가장 열정적으로 했던 무언가를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런 것이 없다고 해도 괜찮다. '가장' 열정적인 것은 찾지 못했지만 늘 꾸준하게 열심히 살아왔으므로. 맡겨진 것에는 늘 최선을 다해왔으므로. 그래서 어느 것 하나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정성스러운 삶을 살아온 나이므로.

작가의 이전글 괜찮다는 거짓말, 이 아닙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