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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 Sara Mar 17. 2022

온라인 친구가 더 편합니다

비대면 시대에 살아남는 법


요즘 한 집에 살고 있는 남편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크게는 올 한 해의 목표부터 작게는 소소한 일상들까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어떤 책과 드라마를 보며 지내는지. 오늘 하루 내 기분은 어떤지 등등. 이보다 더 잘 알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정말 이젠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내게 남겨준 선물이다.



나는 완벽한 내향형. 사람 많은 곳에서는 에너지를 뺏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만남도 일대일을 선호하고 친구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마저도 타지에서 결혼하고 신혼생활을 생활하면서 1차, 아이들 키우면서 육아에 바빠 2차로 걸러졌다. 이게 끝인 줄로만 알았는데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가 나를 더 고립시켰다.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을 더 선호하긴 했지만, 때로는 친구가 더 필요했다. 1년 가까이 아이들과 24시간 동고동락하다 어느 순간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왔다. 이제 일 좀 시작해 볼까 하고 큰돈 들여가며 결제해둔 강의와 책들은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이렇게 가다간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는 위기감이 강하게 들었다. 나중에 남편과 이야기하며 들은 거지만, 남편은 이미 우울증 초기 증상인 것 같단 생각을 했다고 한다. 뭐라도 해야 했다. 누군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했다지만 나는 지금 그 낭비가 필요했다. 뭐라도 하면서 영원할 것만 같은 이 시간을 버텨내야 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고, 그렇게 지금 나의 온라인 친구들을 만났다. 

그렇게 시작된 그곳, 온라인 세계는 이제까지 들어왔던 것과는 달랐다. 드로우앤드류의 <럭키드로우>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앞서 말했듯 나도 처음에는 소셜미디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화려한 타인의 SNS 계정을 보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이를 똑똑하게 사용하려고 마음먹자 SNS는 자존감을 갉아먹는 플랫폼이 아니라 내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그렇다. 온라인 세계도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좀 더 나은 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지만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모이니 이보다 더 잘 맞을 수는 없었다. 같은 도시에 살지만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했다. 같이 하는 것들이 하나, 둘 쌓일수록 우리의 우정도 단단해졌다.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동력이 되어주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모두 온라인 친구들 덕분이다. 어렸을 적 작가를 꿈꿨던 어린 소녀는 아주 오랫동안 글 쓰는 법을 잊고 살았다. 오랫동안 깊게 묻어두었던 꿈을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함께 달려가준 사람들. 그 친구들과 매주 목요일 이 시간, 글을 쓴다. 함께하는 힘이 없었다면 금방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 친구들 덕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엄마가 먼저 즐거운 영어책 읽기, 엄먼즐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작된 온라인 모임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작은 도움을 줄 수 있기를, 혼자 가기 힘든 그 비 오는 길을 같이 우산 쓰고 걸어줄 수 있기를.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본다.(접속, 너무 옛날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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