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학습스타일 찾기
"도대체 이거 배워서 어디에 쓰는 거야? 나중에 써먹을 거 같지도 않은데 왜 배워야 해...?"
학창 시절 공부가 하기 싫은 날이면 내가 늘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수능을 잘 보기 위해서. 그래서 그 점수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누구나 정답처럼 하는 그 말은 나를 충분히 납득시켜주지 못했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말에, 마지못해 꾸역꾸역 자리를 지키며 공부를 하긴 했지만 그 질문들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던 덕분에 영어 독해 문제들은 감으로라도 맞출 수 있었는데 문법은 그렇지 않았다. 언어이기 때문에 이해의 영역을 넘어서 그냥 그 언어 자체로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었다. 암기가 필요한 부분들도 있었는데 그게 도무지 내 체질에 맞지 않는 거다. 그래서 포기했다. 어차피 수능에서는 많아야 3문제가 나오는 것이므로. 찍으면 하나라도 맞겠지 싶었다. 수능만 보면 끝일 줄 알았던 영어 문법은 대학에 들어가 토익시험 준비를 하면서, 휴학을 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도 내 발목을 잡았다. 시험은 봐야 했기에 공부는 했지만 영어 문법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억지로 하던 공무원 시험 준비를 때려치우고 한 선교 단체에 영어 공부를 하러 들어갔다. 아침부터 하루 일과가 끝나는 저녁 시간까지 No Korean! 한국어를 한마디라도 하면 벌금을 내야 했다. 일과가 끝나고 난 뒤나 수업이 없는 주말에도 외국인 친구들이 함께 있으니 자연스레 영어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늘 영어에 자신이 없던 나였는데 그곳에서 어느 순간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거다. 이제까지 억지로 꾸역꾸역 집어넣었던 영어 단어와 문법들이 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 죽어도 모르겠던 '현재완료'가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이해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내 머릿속에서 죽은 지식으로 남아있던 영어가 실생활에서 생생하게 적용되는 순간들을 목격했다. "왜 영어를 공부해야 해?"라고 묻던 지난날의 나에게 대답했다. "응,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야!"
그 시간들 이후로 나는 완전히 달라졌다. 영어는 더 이상 어렵고 무거운 짐이 아니었다.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도구,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더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했고 영어로만 수업이 이루어지는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결혼 전에는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영어가 내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력단절 여성으로 지내다가 날 세상 밖으로 꺼내준 것도 바로 영어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영어 문법이라면 치를 떨던 것도, 영어강사로 일하던 것도 모두 나다. 다만 공부하는 방법이 달랐다. 이 글에서 전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것이다.
사람마다 공부하는 방법, 즉 학습 스타일(Learning Style)이 다르다. 나는 현실성을 중요시하는 타입이라 나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공부할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공부했던 것들을 실질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환경에서 공부가 더 잘 됐다. 영어강사 시절, 아이들에게 문법을 좀 더 쉽게 가르쳐보려고 공부하면서 내가 새롭게 배우는 것들도 많았다. 이런 나의 성향, 학습 스타일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학생 시절에도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선생님들의 일방적인 강의와 암기 위주의 한국형 공부 스타일이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똑같은 내용을 공부하면서도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법으로 공부하느냐에 따라 성취도가 달랐다. 다들 저마다 학습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공부가 잘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면 나의 학습유형에 대해 먼저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EBS에서도 간편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https://www.ebsi.co.kr/ebs/xip/learnStyle/learnStyleHome.ebs
내가 공부가 더 잘 되는 환경, 공부 스타일 등을 먼저 알고 시작한다면, 영알못 소녀가 영어선생님이 되었던 나처럼 의외의 수확을 얻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