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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 Sara Aug 11. 2022

코로나 확진 후에 얻은 것

잠시 멈추세요.


아이가 여름방학을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니 어린이집 다닐 때 1주일 남짓한 방학과는 차원이 달랐다. 무려 5주나 되는 시간 동안 학교에 나가질 않는다. 그런데 방학 시작 직전에 확진되어 자체 조기방학했으니 6주 동안 아이와 함께 있는 셈이다. 사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근 2년간 어린이집에 제대로 나간 적이 없으니, 이런 시간이 새삼스럽지도 않다. 오히려 매일 아침 일찍 집에서 나서는 아이의 모습이 낯선 지난 6개월이었다. 




온 가족이 확진되고 나서는 오랜만에,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넷이서 함께였다. 물론 열이 오르고, 온몸이 아파서 죽을 것 같던 며칠이었지만 출근도, 등교도, 등원도. 모두 내려놓은 시간이었다. 늦게 자도, 늦게 일어나도. 시간에 압박을 느끼지 않고 모든 것이 괜찮은 시간이었다. 아픈 김에 새벽 기상도 내려놓았다. 아이들 방학과 맞물려 모임에 있는 멤버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원서 모임도 잠시 방학에 들어갔다. 엄마, 아빠가 앓고 있는 동안 하루, 이틀 열이 나다 나은 아이들은 심심함에 지쳐 놀 거리를 생각해냈다. 그동안 가지고 놀지 않았던 장난감과 보드게임, 읽지 않았던 책들이 등장했다. 다 나은 것 같았지만 회복의 시간이라 생각하고 공부(라고 하기엔 미미한 양이지만)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어른도, 아이도 몸은 아팠지만, 마음은 해방되었던 시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파 죽을 것 같았지만 그 시간이 좋았다. 너무 아플 땐 배달음식으로 연명하기도 했고, 심심하다고 놀아달라는 아이들을 외면하며 핸드폰만 쥐고 있을 때도 있었지만. 넷이 한 공간에서 북적이는 그 시간이 좋았다. 내색은 하지 않았어도 학교와 태권도 다니느라 바빠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지 못했던 아들은 이 시간을 마음껏 즐겼다. 아이들과 함께 집에 있었지만, 무언가를 하느라 늘 바빴던 엄마인 나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까 아이들을 찬찬히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놀고 있는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더욱더 사랑스러워졌다. 조금 더 내 품에 있기를, 조금만 더 천천히 크기를 바라게 되었다. 




"엄마, 집에 있으니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마음이 편안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아들이 말했다. 우리의 소중한 집에서 누리는 평안함을,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함을 이 아이도 느꼈나 보다. 그동안 성향에 맞지 않게 이리저리 다니느라 힘들었나 보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 시간이 소중한가 보다. 코로나를 핑계로 3주째 새벽 기상을 포기한 나는 이제, 아이 둘이서 재잘대며 노는 소리에 느지막하게 집에서 제일 늦게 일어난다. 등교할 때는 몇 번 흔들어야 깨워야 겨우 일어나던 아들은, 평소보다 훨씬 늦게 잤으면서도 누가 깨우지 않아도 제일 먼저 일어나 아침을 맞는다. 




조금은 달라진 일상. 가끔은 무기력함에 바닥을 치는 날들도 있지만 이렇게 천천히,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멈춤의 시간. 더 멀리 가기 위해 잠시 멈춰 호흡을 고르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이런 시간이 필요했었나 보다. 그렇게 서두르지 말고 네 옆의 소중한 가족을 보라고. 네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다시 생각해 보라고. 앞만 보고 달리는 나를 잠시 멈춰 세우고, 삶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었다. 2년 반 동안 열심히 피해 다니던 코로나가 나에게 와서 남기고 간 것은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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